"근로시간 단축, 국회서 法개정 안돼면 행정조치로 강행"

[레이더P] 우회로 찾을 듯

최초입력 2017-10-29 18:00:56
최종수정 2017-10-29 18: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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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4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노동계 초청 대화"에서 참석자들과 티타임을 가진 후 만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이충우 기자]이미지 확대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4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노동계 초청 대화"에서 참석자들과 티타임을 가진 후 만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이충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정기국회 회기 내에 여야가 근로시간 단축을 합의하지 못할 경우 행정적 수단을 동원해 근로시간 단축에 나서기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29일 매일경제신문과 통화하면서 "문 대통령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행정조치로 간다는 입장을 최근 참모들에게 밝혔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18대 국회부터 충분한 논의를 거쳤다"며 "만약 국회 통과가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행정해석을 바로잡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지난 24일 청와대에서 노동계와 함께한 만찬에서도 "국회 입법을 통한 노동시간 단축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대법원의 판결이나 행정해석을 바로잡는 대안들이 있다"고 했다.
이에 앞서 정부는 근로시간에 대해 '휴일 근로시간은 연장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행정해석을 내렸다. 주간 노동시간 한도인 평일 5일 동안 52시간(법정기준근로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에 별도로 토·일요일 8시간씩 휴일 근로시간 최대 16시간을 더해 68시간 근로가 가능해진 것이다. 일주일을 7일이 아닌 5일로 해석하면서 장시간 근로를 뒷받침한 셈이다.

하지만 청와대와 정부 내부적으로도 행정해석을 통한 근로시간 단축 추진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다.

입법을 통해 근로시간을 단축할 경우 유예기간을 둘 수 있어 중소업체나 영세상공업자들에게 법 개정에 따른 변화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줄 수 있는 반면, 행정해석으로 변경할 경우 유예기간을 둘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을 유예기간 없이 즉각 단행할 경우 중소기업·영세업자들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은 최근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환노위 차원에서는 각 당 의원들 간 의견 차가 크지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사실상 11월 안에 매듭짓지 못한다면 내년 1월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을 변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52시간(주 40시간에 연장근로 12시간)이지만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이후 '일주일은 토요일과 일요일을 제외한 5일'이라는 행정해석에 따라 토·일요일 8시간씩 16시간의 '휴일근로'가 별도로 계산돼 총 68시간까지 근로가 가능하다. 행정해석을 통해 일주일을 7일로 규정한다면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켜 일주일 최대 근로시간은 52시간을 넘길 수 없다.

홍 위원장의 이런 언급은 최근의 국회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의 국회 보이콧 등 여야 대치로 정기국회 법안 통과 가능성이 부쩍 낮아진 상황에서 일종의 '마지노선'을 설정한 셈이다. 재계는 행정해석을 변경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경우 생길 큰 혼란을 우려하고 있다. 행정해석을 변경하면 근로시간 단축 효과는 곧바로 발생한다. 주 52시간을 넘겨 일을 시키는 사업장 대표는 모두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그간 국회 환노위도 이런 부작용을 우려해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주당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하고, 기업 규모별로 차등을 둬 시행 시기를 달리하는 데는 뜻을 모았다.

비록 기업 규모별 시행 유예기간을 얼마로 둘지에 대해선 차이가 있으나 문제가 되는 휴일근로 할증에 대해서는 접점을 찾았다. 홍 위원장은 "민주당은 그동안 휴일근무수당 할증률을 100%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50%로 높이자는 요구도 수용할 수 있다"며 "그만큼 이번 국회에서 법안이 처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1월 행정해석 변경을 공언했지만 그 전에 어느 정도 양보하고 최대한 법 통과를 추진하기 위함이다.

[오수현 기자/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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