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의 설 보내기…지역에 존재감 알릴 ‘대목`

최초입력 2018-02-13 17:23:35
최종수정 2018-02-17 14:24:18
지역구를 기반에 둔 국회의원에게 설 연휴는 '대목'이다. 정기국회에 이은 12월 임시국회, 그리고 2월 임시국회 일정으로 서울에 머물러야 해 지역민에게 의정활동과 얼굴을 알릴 시간이 부족했다. 이 때문에 설 연휴는 지역민에게 '존재감'을 알릴 수 있는 기회다.

그렇다고 지역구 활동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의정활동을 하느라 만나기 힘들었던 가족과 친지를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국회의원들의 설 연휴 나기를 들여다본다.

◆"이만큼 일했습니다."

작년(2017년) 설 연휴, 한 아이가 국민의당이 펼친 "반듯한 나라를 만들겠습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바라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작년(2017년) 설 연휴, 한 아이가 국민의당이 펼친 "반듯한 나라를 만들겠습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바라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명절 연휴를 앞두고 국회의원실과 지역 사무실은 바빠진다. 명절 연휴는 반년 동안, 혹은 한 해 동안 의정활동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건널목이나 사거리를 중심으로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플래카드를 건다. 여기에는 소속 정당의 활동 문구(예:○○ 인상, ○○세 인하)와 본인의 얼굴이 있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국회의원을 배출하지 못한 정당은 지역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나 당협위원장(자유한국당) 이름으로 플래카드를 걸어 얼굴을 알릴 수도 있다. 의원들의 의정활동 보고서도 연휴에 앞서 인쇄된다. 전년도 국정감사 활약상, 정기국회 과정에서 지역구 예산 확보를 내세워 지역민을 만난다.

명절 연휴는 본인이 속한 정당의 활동, 본인의 의정활동을 가장 집약적으로 알릴 수 있는 기회다. 다만 의정보고서를 집집마다 돌리고 거리에서 나눠주는데 다 돈이 들어가는 만큼 수량을 조절하기도 한다. 올해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이마저도 3월까지만 배포할 수 있다.

◆"대박나세요!"

설연휴를 1주일 앞둔 8일 서울시 중랑구 망우동 우림시장이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설연휴를 1주일 앞둔 8일 서울시 중랑구 망우동 우림시장이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전통시장 돌기는 중요한 코스 중 하나다. 전통시장은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명절을 앞두고 지역민이 많이 이용하는 전통시장에서 얼굴을 알릴 수 있는 데다 덩달아 제수용품 등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마다 전통시장 개수가 다르지만 전통시장이 여러 개라면 오전·오후로 돌거나 날짜별로 방문한다. 도심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은 간혹 대형마트를 돌기도 한다.

전통시장을 돌 때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같은 당 소속 시군구의회 의원과 함께 전통시장을 돌며 당 차원의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제수용품을 함께 사서 나누기도 한다. 제일 중요한 건 형평성이다. 한 가게에서 물건을 샀다면 다른 가게에서도 사야 한다. 흔히 "대박나세요!"라며 물건을 구입하곤 하는데, 어쩔 수 없는 과소비도 이뤄지기도 해 연휴 때 100만원 이상을 쓰는 경우도 다반사다.

남성·여성 의원 모두 물건을 직접 구입하는데, 남성 의원은 배우자와 함께 전통시장에 나오는 경우도 많다.

◆"경로당 밥이 제일 맛있어요."

보통 점심은 하루에 한 번, 기회에 따라서 두 번 정도 먹을 수 있다. 연휴 때 의원들은 집에서 점심식사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행사장에 가서 식사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경로당이나 복지회관 등에서 식사한다. 경로당의 경우 어르신들이 점심식사를 하러 나오는 일이 많아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40~50명의 어르신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경기도의 한 의원은 "경로당에 가면 어르신들의 고충과 애로를 듣고 점심식사 시간이 되면 밥을 먹고 가라고 한다"며 "경로당 밥이 제일 맛있다"고 전했다. 설날에는 경로당에서 세배를 하기도 한다.

◆"의원님 파이팅!"

전통시장과 경로당을 빼고 국회의원들이 자주 찾는 곳은 음식점과 아파트 상가, 버스터미널이나 기차역 등이 있다. 서울 지역구의 한 의원은 음식점을 '선전선동의 장'으로 표현했다. 한정된 음식점이라는 공간에서 짧게나마 지역민들에게 소개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의미다. 식사 도중 지역민들이 의원의 이름을 환호하기도 하고 "의원님 파이팅!"이란 말에 힘을 얻기도 한다.

지역 소방서나 치안센터에서 연휴 때 근무하는 소방관과 경찰관 격려도 필수 코스다. 버스터미널이나 기차역 등은 유동인구가 많지만, 타 지역에서 오가는 사람이 많기에 의원마다 호불호가 갈리기도 한다.

◆"연휴 직후 법안 만들어요."

부산에 지역구를 둔 한 의원은 명절 연휴를 '민심을 청취하는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보통 주말에도 지역구 활동을 하지만, 사나흘 집중적으로 지역구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시간이라는 것이다. 연휴 때는 여타 지역구 활동에 비해 동선이 3~4배 정도 길고 그만큼 힘도 든다. 그만큼 지역민을 많이 만난다. 이 의원은 "명절에 민심을 청취하는 시간을 갖고 정책적인 부분에도 참고를 많이 한다"며 "정책이나 법안의 아이디어도 많이 얻는다"고 말했다.

◆"여론 수렴은 필수."

지역구를 기반에 둔 국회의원은 명절 연휴가 대목일 수 있지만, 비례대표 의원들에게는 명절 연휴에 일상적인 시간을 갖는다. 비례대표라도 당 지도부에 속해 있다면 설 연휴 직전에 지도부와 함께 귀향 인사를 할 수 있고, 연휴 말미에 긴급 대책회의 등에 참석할 수 있다. 그러나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은 가족, 친·인척과 함께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한 비례대표 의원은 평소 못 만났던 분들을 만나는데 이들을 통해 "정치적 현안에 대해 여론 수렴을 한다"고 말했다. 비례대표 특성상 위원장을 맡고 있지 않는 특정 지역구에 모습을 보이게 되면 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경우도 있어 명절 연휴 때 행동 반경이 좁아지기도 한다.

◆경쟁자를 만나는 시간

국회의원이 아닌 지역위원장이나 당협위원장(원외 위원장)도 명절 연휴는 국회의원과 비슷한 행보를 보인다. 당원들과 함께 정책 홍보 전단지를 돌리고 전통시장과 경로당을 방문하는 것이 비슷하다. 서울의 한 지역구 위원장은 "명절이라는 명분도 있고 유동인구가 많고 물건을 사기 위해 밖으로 나오는 분이 많기 때문에 지역민과 접촉 기회가 많아진다"고 말했다.

국회의원과 원외 위원장은 동선이 비슷한 만큼 전통시장에서 마주하기도 한다. 그럴 땐 대부분 상대방에게 웃으면서 인사한다고 한다.

[김수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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