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받고 자동차 내준 한미FTA·관세 협상

최초입력 2018-03-26 17:53:14
최종수정 2018-03-26 17:55:35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이 미국의 철강관세 부과 면제 협상과 연계돼 사실상 일괄 타결됐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한국이 처음으로 (미국의 수입산 철강 관세 부과 조치와 관련한) 국가 면제 협상을 끝마쳤고, 한미 FTA 개정과 관련해서도 조기에 원칙적 합의, 즉 원칙적 타결이 됐다"고 발표했다.

이번 협상을 통해 한국은 미국이 지난 8일(현지시간)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수입산 철강 관세 부과 조치 이후 처음으로 '국가 면제'를 받게 됐다. 그러나 전체 물량이 면제받은 게 아니라 미국에 수출할 수 있는 물량(쿼터)이 최근 3년간 연평균 수출 물량의 70%로 제한돼 '반쪽짜리'라는 지적이다.

 26일 산업통상자원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 결과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한 관세 부과가 20년간 연장되고, 미국산 자동차의 국내 안전기준이 완화된다고 밝혔다. 이날 울산 현대자동차 수출선적부두의 모습.[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26일 산업통상자원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 결과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한 관세 부과가 20년간 연장되고, 미국산 자동차의 국내 안전기준이 완화된다고 밝혔다. 이날 울산 현대자동차 수출선적부두의 모습.[사진=연합뉴스]
철강 관세 면제의 대가로 한국은 자동차 분야를 일부 미국에 내주기로 했다. 두 나라는 한국의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미국 안전기준을 충족한 경우 한국에 수출할 수 있는 미국산 자동차를 업체당 현행 2만5000대에서 5만대로 늘려주기로 했다. 미국이 픽업트럭을 수입할 때 부과하는 관세(25%) 철폐 시점은 2021년에서 2041년으로 20년 연장하기로 한다. 이 밖에 국내 건강보험의 글로벌 혁신 신약 약값 제도, 수입 공산품 원산지 검증 등 FTA 이행 이슈를 향후 개선·보완하기로 했다.

한국의 요구사항 중에는 투자자·국가분쟁해결제도(ISDS) 개선, 반덤핑 관세 등 무역 구제의 절차적 투명성 확보, 섬유 등 일부 원료 품목에 대한 원산지 기준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청와대는 남북정상회담과 미·북정상회담이 임박한 상황에서 FTA·철강 협상이 타결되면서 한미 간 긴장 요소가 제거된 데 의미를 부여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민간 분야인 농업을 보호하면서도 양측 관심 사안을 반영해 한미 양국의 이익 균형을 확보한 좋은 협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러스트벨트(쇠락한 미국 공업지대)'에서 주장해온 한국 자동차 시장 추가 개방을 얻어냄으로써 11월 중간선거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경제와 정치 모두에서 '실리'를 충분히 챙겼다는 평가다.

이에 비해 처음부터 미국의 공세에 방어적인 협상을 벌일 수밖에 없었던 한국은 철강 관세 면제로 경제적 불확실성을 제거한 것과 함께 한미동맹의 가치를 공고히 했다는 점에서 '명분'을 챙겼다는 분석이다.

1년 이상 끌 것으로 예상됐던 한미 FTA 개정 협상이 빠르게 완료되면서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게 된 것도 한국으로서는 큰 소득이다. 그러나 협상 조기 타결은 한국이 잘해서라기보다 '비즈니스맨' 기질을 유감없이 보여준 트럼프 대통령의 철저한 협상 전략에 따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앞으로도 '아메리칸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칼날이 한국 경제에 계속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백일 울산대 유통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비합리적인 무역 규제를 전개할 것으로 보여 한국 쪽에 불공정한 무역 구조가 고착화될 게 염려된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은 이른 시일 내 협상 결과에 대한 분야별 세부 문안 작업을 완료하고 양국 정식 서명, 국회 비준 동의를 요청하는 등 향후 절차를 추진하기로 했다. 한미 FTA 개정 협상은 1월 5일 1차 협상을 시작해 지난 15~16일 3차 협상까지 워싱턴과 서울을 오가며 세 차례 공식 협상을 벌인 끝에 사실상 타결에 이르렀다.

[고재만 기자/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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