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칼럼] 자유한국당, 낙동강오리알 정당이 되려는가

최초입력 2017-05-12 14:10:28
최종수정 2018-04-30 17:22:48
24%득표·TK텃밭 확인에 안주

자유한국당 정우택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바른정당에서 탈당해 입당을 희망한 의원 13명의 복당 승인과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인사들의 징계해제를 최종 결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왼쪽부터 이현재 정책위의장, 정 원내대표, 이철우 전 사무총장, 김선동 원내수석부대표.[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자유한국당 정우택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바른정당에서 탈당해 입당을 희망한 의원 13명의 복당 승인과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인사들의 징계해제를 최종 결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왼쪽부터 이현재 정책위의장, 정 원내대표, 이철우 전 사무총장, 김선동 원내수석부대표.[사진=연합뉴스]
24.0%. 19대 대선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기록한 득표율은 옛 집권여당의 역대 대선후보 가운데 '꼴찌'다. 홍 후보는 1987년 대선에서 야권표가 김영삼·김대중 후보로 나눠지는 바람에 대구·경북(TK)의 몰표를 바탕으로 36.6% 득표만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당시 노태우 민주정의당 후보의 '황금분할 책략(策略)'을 구상했다. 그러나 자당(自黨)의 1호 당원이었던 대통령이 파면되고 구속되는 최악의 선거 상황에서 치러진 선거인 만큼 홍 후보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선거결과가 나왔다.

이번 대선에서 지지율 20%를 넘긴 3명의 후보 가운데 사실상 대권수업을 전혀 받지 못한 '벼락치기' 대통령 후보였던 홍준표 후보가 그만큼 득표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나 안철수 후보 등이 불안해 선택하지 못한 유권자들의 '차선의 선택'이었다.
즉 '자력 득표'가 아니었던 것이다. 더구나 역대 대선에서 단 한 번도 빼앗긴 적이 없던 서울의 강남 3구에서조차 집권여당 후보였던 홍 후보가 2위로 밀렸다는 것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데 '2017년 5월 9일'을 당의 치욕일(黨恥日)의 날로 삼고 뼈를 깎는 각오로 새로이 태어나야 할 한국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행태는 가관이다.

보수정권을 빼앗기고 제1야당으로 전락했음에도, 책임과 위기의식은커녕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3위로 밀어내고 TK 근거지를 지켜냈다는 것에 안도하고 있다. 너무나도 한가한 분위기다. 당내 누구도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기는커녕 당 쇄신과 보수개혁조차 말하지 않고 있다.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대선 패배에 일정한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는 정우택 당대표대행 및 비상대책위원장 대행 겸 원내대표(3개 당직 겸임)는 대선 막바지에 슬그머니 복당한 13명의 바른정당 출신 의원에 대해 '비토'를 하다 마지못해 받아들였다.

물론 내년의 국회 후반기 상임위원장 자리와 21대 총선까지 내다본 복당파들의 후안무치(厚顔無恥)가 얄밉고 그들의 속보이는 계산을 막고야 말겠다는 사명감이 남다를지 모르지만, 복당 시빗거리를 키운 것은 당의 '임시대표'로서 현명한 처사는 아닐 것이다.

보수의 기반이 통째로 흔들리는 비상(非常)한 시국이지만 윗물에서는 당권을 다투는 볼썽사나운 집안 싸움에 여념이 없고 앞장서서 개혁적인 목소리를 내야 할 43명의 초선의원들은 누구에게 '줄'을 서야 하는지 얄팍한 '침묵보신(沈默保身)'에만 매달린다면 이번 대선 패배가 한국당에는 '부활의 회초리'가 아니라 서서히 망해가는 전조(前兆)로 변해 버릴지도 모른다.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그동안 보수정권이 추진해 왔던 안보, 창조경제, 외교, 대북정책 등은 현 정권 아래에서 적폐라는 이름하에 폐기될 것이다. 한국당이 관여했던 정책들이 말이다.

자유한국당에 주어진 시간은 많이 남아 있지 않다. 하루라도 빨리 전면적인 당의 쇄신으로 전열을 재정비하고 제대로 된 보수개혁의 청사진을 국민 앞에 제시하고 보수의 가치와 이념을 지켜내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는 것이다.

홍준표 후보가 대선 유세 중에 많은 설화(舌禍)를 남겼지만, 그중의 압권은 '선거에서 지면 낙동강에 빠져 죽어야 한다'는 지역감정 섞인 허언이었다. 자유한국당에는 강에 빠져 죽을 의원은 한 명도 없겠지만 이대로 간다면 소 잃고도 외양간조차 못 고치는 '낙동강 오리알 정당'으로 변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은 자명한 일일 것이다.

[자유한국당 보좌관]

[ⓒ 매경미디어그룹,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