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칼럼] 당권 대세론 홍준표가 만날 3번의 고비

최초입력 2017-06-14 14:22:00
최종수정 2018-04-30 17:18:58
자유한국당은 다음달 3일 전당대회를 열어 지난해 12월부터 이어져 온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끝내고 야당으로서 첫 지도부를 꾸릴 예정이다. 당대표와 5명의 최고위원을 따로 뽑는 전당대회의 대진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군소후보들이 몰리고 있는 최고위원 선거와 달리 당대표 선거는 홍준표 전 대선후보가 '대선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대세론을 앞세워 나가는 양상이다.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였던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4일 오후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였던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4일 오후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홍준표 대세론은 자유한국당 전신인 한나라당에서 1997년과 2002년 두 번에 걸쳐 대선에 나섰던 이회창 전 후보를 벤치마킹한 듯한 모습이다. 1997년 대선에서 패한 이회창 전 후보는 정계 은퇴를 선택하는 대신 이듬해 8월 치른 전당대회에서 당 총재로 나서며 정치적 재기의 기반을 만들었다. 그는 정치 경험이 거의 없었지만 전직 총리에다 대선후보였다는 프리미엄, 대선후보급 인물을 키워내기 힘든 당시 야당의 척박한 환경을 활용했다. '공자 왈 맹자 왈' 하는 정치적 명분보다 실리를 우선하는 '도쿠다이(원래 의미는 특공대지만 '단독'이라는 뜻으로 짐작)' 정치인의 길을 고집해온 홍 후보는 이런 전례를 따르는 듯하다.

게다가 지난 대선에서 여당 후보가 기록한, 사상 최저 득표율보다도 못한 한국당의 지지율이 '보수야당 위기'로 연결되면서 새로운 리더십을 갖춘 인물을 찾기보다는 익숙한 얼굴을 선호하는 한국당의 '웰빙 본능'이 홍준표 대세론에 한몫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듯 '이회창의 길'을 걷고 있는 홍준표 전 후보에게도 고비가 있다.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한 대법원 판결과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다.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 얽힌 정치자금법 사건은 1심에서 유죄, 항소심에서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홍 전 후보 자신은 연말쯤 예상되는 대법원 선고 판결에서 무죄를 확신하고 있지만 엄연히 최종 결과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그의 정치 행보에 잠재적인 위협 요인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한국당은 근거지인 대구·경북(TK)에서조차 바른정당과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홍 전 후보가 대법원 판결이란 고비를 넘어서더라도 내년 지방선거에서 영남권 5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한 곳이라도 잃게 된다면 정치 생명은 위태로워질 수 있다. 홍 후보는 과거 2011년 7월 당대표에 선출되고서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자진 사퇴로 치러진 그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지금의 박원순 시장이 당선되자 유승민 나경원 남경필 최고위원들이 줄사퇴하면서 대표직에서 물러난 쓰라린 기억이 있다.

하지만 진짜 고비는 다른 데 있을 수 있다. 야당으로 바뀐 지 한 달이 지났지만 한국당은 국민의 기대에 걸맞은 야당의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넘어야 할 첫 번째 고비인 인사청문회 정국에서 제1야당으로서 민심에 호소하고 야권 공조를 이끌어내는 '맏형 리더십'은 고사하고 대통령 시정연설에서 기껏 피케팅 시위를 하는 '1997년 한나라당식 투쟁'을 보여준 것이 고작이다. 그런 '아날로그식 정치'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데도 말이다.

7월 3일 전당대회는 자유한국당이 야당으로 변신하는 것을 국민 앞에 선언하고 새롭게 태어나는 날이 되어야 한다. 변화된 민심을 읽고 새로운 시대정신에 걸맞은 보수야당의 모습을 갖춰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홍준표 대세론이 앞으로 지향해야 할 목표이며 가치가 되어야 한다. 당대표를 발판 삼아 차기 대선을 노리는 '홍준표만을 위한 리그'로 전락해서는 안 될 것이다.

벌써부터 홍준표 대세론에 기댄 '홍위병 의원(친홍계)' 얘기들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홍준표 대세론이 현실화 되면 Y의원, J의원, K의원 등이 신주류가 될 것이고 친박계 핵심이었던 Y의원도 줄서기를 했다는 '지라시'까지 나돌고 있는 것은 심히 우려스러운 일이다.

자유한국당은 지금 모래시계와 같은 운명에 놓여 있다. 아래로 흘러 내려간 모래처럼 대선에서 빠져나간 국민의 지지를 되찾아 오는 길은 모래시계를 뒤집듯 "모든 것을 바꾸는 역발상"만이 살길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도 "민심의 모래시계"는 마지막 초읽기를 계속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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