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읽기] 민주당 갈등, 추미애·최재성 불출마 선언이 해법

최초입력 2017-08-22 11:30:20
최종수정 2018-04-30 17:00:56
2002년 '특대위'처럼 명확한 목표 밝히고
진성성 있는 모습 드러내야 지지 얻을 것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사진=연합뉴스]
60년 전통의 민주당 역사에서 가장 성공한 혁신은 무엇일까? 많은 당 관계자들은 2002년 대선을 앞두고 국민경선제 도입에 성공한 '특별대책위원회(이하 특대위)' 활동을 꼽는다. 그 전까지 민주당의 공천은 오로지 '김심(金心)'이 좌우했다. 야당 텃밭에선 '김대중 선생님이 작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상식으로 통했다. '정치9단' DJ의 카리스마와 안목에 이의를 제기할 간 큰 당원은 없었다.
하지만 그런 DJ가 아들 3형제가 모두 연루된 '홍삼 게이트'로 전격 탈당을 발표한다. 2002년 대선을 약 1년 앞둔 시점이었다. 1950년대부터 민주당과 역사를 함께한 거인이 퇴장하자 여당에선 당장 다음 대선후보를 어떻게 뽑을지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당시 '새천년민주당' 조세형 총재 권한대행은 정권 재창출을 위한 절체절명의 혁신 과제를 당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 정치인들에게 맡겼다. 이른바 '특대위'가 출범했다.

당시 특대위 간사를 맡았던 인물이 바로 현재 추미애 대표에 의해 민주정책연구원장으로 발탁된 김민석 전 의원이다. 이듬해 서울시장 선거에서 만 38세에 집권여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김 전 의원은 원조 '스타 정치인'이자 민주당의 '차세대 기대주'였다. 김 전 의원을 중심으로 한 특대위원들은 미국 민주당의 '오픈 프라이머리'를 정당 혁신의 비전으로 내세우고 직접 미국을 방문해 민주당 행사를 관람하고 미국식 국민경선제 도입을 천명했다.

지난한 내부 토론을 거친 특대위는 당원과 국민을 50대50으로 섞은 선거인단을 모집했다. 그리고 전국을 16개 권역으로 나눈 순회 경선을 하며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한국식 국민경선제'를 도입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그 경선을 통해 '노풍(盧風)'이 일어나고 노무현이란 새로운 정치 스타가 등장하는 과정은 얼마전 개봉한 영화 '노무현입니다'에서 통해 그려졌다.

15년이나 지난 이야기를 장황하게 꺼낸 까닭은 이른바 '정당발전위원회(이하 정발위)'를 둘러싼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의 내홍이 점입가경이기 때문이다. 추미애 대표는 "이긴 힘으로 당을 혁신하겠다"며 당원권 강화를 혁신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당원권을 강화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비전이 모호하다. 더구나 추 대표는 문재인정부 일등 공신이지만 백의종군을 선언한 '책사' 최재성 전 의원을 위원장에 임명했다. 최 전 의원은 막후에서 움직이며 '문재인표 인재 영입'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러니 다른 의원들의 의심과 반발이 나왔다. 특히 경기지사를 놓고 내심 최 전 의원과 경쟁 관계에 있던 친문 핵심 '3철'의 맏형 전해철 의원이 발끈했다. 추 대표가 SNS에서 시도당위원장의 시도지사 출마 가능성을 '김상곤 혁신위안의 허점'으로 지목한 것도 경기도당위원장이면서 경기지사 출마를 준비해온 전 의원을 겨냥한 듯한 의혹을 살 만했다. 전 의원은 장문의 글을 SNS에 올려 추 대표를 공격했다. 레이더P와 통화한 한 여당 의원은 지난 18일 의원총회 분위기를 "친문, 비문 할 것 없이 모두 추 대표를 성토했다"고 전했다.

결국 공은 추 대표와 최 전 의원에게 다시 돌아왔다. 2002년 민주당 특대위의 성공사례를 복기한다면 답이 보일 듯도 하다. 마침 '특대위 주역'인 김민석 전 의원도 곁에 있지 않은가.

당시 민주당 특대위가 '미국 민주당의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비전으로 제시한 것처럼 '당원권 강화'를 통해 만들고자 하는 정당의 모습이 무엇인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 현존하는 유럽의 100년 정당인 독일 사민당(SPD)를 모델로 할 수도 있다. 독일 사민당은 당원들이 매달 일정 수준의 당비를 내고 당의 주요 의사결정과 공천에 참여하는 살아있는 대중정당의 교과서다. 물론 '추-최' 투톱의 내년 지방선거 불출마 선언과 같은 진정성 있는 조치도 선행돼야 할 것이다. 룰을 만든 심판이 선수로 뛸 수는 없다. 그것이 정치 도의이자 상식이다.

[윤범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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