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읽기] `내로남불` 시대…내편인지가 옮음의 기준?

최초입력 2017-11-06 16:42:54
최종수정 2018-04-30 16:5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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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마다 교수사회는 사자성어(四字成語)를 발표한다. 중국 고사의 표현 중에 한 해를 꿰뚫는 촌철살인을 고른다. 그런데 올해를 표현하는 건 고사에도 없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표현이 아닐까 싶다. 요즘 진영으로 '딱' 갈린 정치권의 행태가 그렇기 때문이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와 여당은 그동안 부의 대물림이 사회에 좌절을 준다고 그토록 문제 제기를 해왔다. 그런데 홍 후보자 가족의 거액 격세증여에 대해 "불법도 아닌데 뭐가 문제냐, 도덕적 비난은 이해 안 된다"는 식으로 나온다.
학벌주의 인식을 드러낸 쓴 책에 대해선 언론이 짜깁기 비판을 한다고 윽박이다. 여당은 과거 안대희 전 총리 후보자 등에 대해 '불법도 아닌' 과다 수임료를 문제 삼아 낙마시켰다.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 등은 과거에 한 강연의 내용이 문제가 돼 역시 낙마했다.

2015년 말 맺어진 한일 위안부 합의문은 많은 비판을 받았다. 밀실합의다, 소녀상 철거를 논의했다, 굴욕적 합의다 등 비판이 지금의 여당에서 쏟아졌다. 얼마 전 안보에 관한 한중 공동합의가 발표됐다. 사드 갈등을 봉합하는 내용인데, 사드 보복에 대한 중국의 사과도 없다, 군사 자주권을 포기했다, 굴욕적 저자세다 등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여당은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야당 시절인 작년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당에 유리하게 돼 있는 이사회의 구성을 손질하고 표결도 특별다수제(3분의 2 찬성 때 통과)를 도입해 여야 어느 한쪽이 반대하는 인사는 공영방송 사장이 될 수 없도록 하는 게 골자다. 그런데 여당이 된 민주당은 개정에 왠지 소극적인 모습이다.

야당의 행태도 어리둥절하다. 방송법 개정에 떨떠름하던 자유한국당은 요샌 개정에 적극적이다. 또 한국당은 여당 시절 야당인 민주당의 국회 보이콧과 장외투쟁에 대해 "구태다, 몽니를 부린다"며 거세게 비판했다. 그런 한국당이 올해 들어서는 보이콧을 두 번이나 했다. 특히 국회의 가장 큰일 중 하나인 국정감사까지 보이콧했다.

3분의 2의 찬성이 있어야만 쟁점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게 한 국회선진화법을 놓고는 여당 시절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악법'이라며 손질하자고 했지만 얼마 전엔 "협치의 정신이 내포한 법"이라는 극찬을 내놓기도 했다. 반면 개정에 반대했던 민주당은 손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청와대 민정수석의 국회 출석을 놓고서는 여야 모두 1년여 전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결국 나와 내 편은 '선'이고, 너와 네 편은 '악'이란 '내로남불'이 판단의 기준인 것 같다. 정치인도, 후보자도, 지도자도 생각이 달라질 수 있고 옛 판단이 틀려 고칠 수 있다. 하지만 달라지고 고치기 전에 사과와 설명이 필요하다. 이것이 없다면 정치에서 옮음이란 자체가 형해화된다.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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