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읽기] 잠잠 김정은, ‘60일 시계`는 아직 미가동

최초입력 2017-11-15 17:10:52
최종수정 2018-04-30 16:58:35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금성뜨락또르(트랙터) 공장을 시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금성뜨락또르(트랙터) 공장을 시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김정은이 잠잠하다. 지난 9월 2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조치 단행을 신중히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던 그가 61일째(15일 기준) '신중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무력 도발이 중단됐고 미국을 향한 북한의 자극적 언사도 수위 조절에 들어갔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지난 9월까지 11번의 핵·미사일 실험을 했던 북한이 돌변한 것일까.

정부 당국은 이런 북한의 모습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정보 수집에 나서고 있다.
도발 중단의 정확한 의도를 알기 위해서다. 이런 사정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14일 방한한 조지프 윤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는 "북한이 도발을 왜 중단했는지 말해주지 않아 그 배경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아침에 뭘 먹는지 궁금하면 입사하라'는 미국 중앙정보국(CIA)도 김정은의 속마음까지는 모른다는 것이다.

북한은 왜 도발을 멈춘 것일까. 외교·안보 당국과 전문가들은 여러 가설을 제시하고 있다. 그중 가장 눈에 띄었던 주장은 "북한이 전형적인 시큐리티 딜레마(Security dilemma)에 빠졌다"는 목소리였다. 관련 문제에 정통한 정부 당국자는 "추측의 영역으로 넘어갔으나 북한의 고민이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기술의 정확도를 높일수록, 즉 더 많은 핵·미사일 실험을 할수록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선제타격' 또는 '예방타격'의 명분도 차곡차곡 쌓이는 '역설적(dilemma) 상황'에 놓였다는 것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할 수 없는 '미치광이 전략'까지 더해져 김정은이 신중함을 강요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그 결과까지 예단할 순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압박 전략이 일정 부분 먹혀들었다는 뜻이다.

북한은 지난 9월 15일 중장거리대륙간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을 일본 훗카이도 상공으로 날리며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을 과시했다. 북한은 핵을 빼앗긴 뒤 정권 붕괴를 경험한 이라크 사담 후세인과 리비아 무아마르 카다피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고 수차례 공언해왔다.

하지만 4일 뒤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 총회 연설에서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다"고 밝혔고 그로부터 5일 뒤 미국 전략폭격기 B-1B랜서가 북방한계선(NLL) 북쪽 공해상에서 대북 무력 시위를 했다. 에이브러햄 덴마크 전 미국 국방부 부차관보는 "무력시위는 맥락이 중요한데 트럼프의 거친 레토릭이 더해져 북한 정권이 실제로 상당한 위협을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의 도발은 이후 중단된 상태다.

또 다른 가설은 동해상에서 해군과 함께 연합훈련을 펼쳤던 미국 항공모함 3척의 위력이다. 최근 백악관 관계자를 접촉한 한 외교가 인사는 "백악관에서는 항공모함 3척이 동해상에서 완전하고 압도적인 대응을 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김태우 건양대 군사학과 교수도 "전례 없는 3척의 항공모함은 북한에 확실한 억지력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물론 김정은의 도발은 언제든 재개될 수 있다. '괌 포위사격'을 공언한 이상 그의 신중한 행보는 역대 최고의 도발로 다시 돌변할 수 있다. "북한이 60일간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하면 미·북 간 대화가 재개될 수 있다"는 윤 특별대표의 '60일 시계'는 아직 가동되지 않았다. 김정은의 속마음을 알 때까지 모든 것은 가설로 남아 있다.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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