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읽기] 통과가 목적인가 발의가 목적인가

최초입력 2018-03-26 17:50:58
최종수정 2018-04-30 16:5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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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안이 26일 발의돼 국회로 갔다.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이다. 기본권 강화 등에선 긍정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논란도 있었다. 왜 민정수석이 개헌안을 발표하는가, 왜 권력기관 인사권 내용은 없는가 등. 토지공개념 강화를 놓고도 뒷말이 있다. 이런저런 논란에도 대선 공약(지방선거·개헌국민투표 동시 실시) 이행 의지를 보인 점 자체는 평가할 만하다.
그렇지만 몇 가지 짚어봐야 할 대목이 있다. 청와대의 논리와 태도 말이다. 그간 정치권 개헌 논의 핵심은 대통령의 '제왕적 지위'를 낮추는 것이었다. 역대 대통령의 불행이 '제도적 문제'라는 공감대 때문이었다. 국회가 총리 후보를 선출·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총리추천제는 그래서 나왔다. 총리는 대통령의 명을 받아 국정을 통할하지만 동시에 자신을 추천한 국회를 존중할 수밖에 없다. '제왕'의 힘을 빼는 셈이다.

청와대는 반대했다. 지난 22일 "분권이라는 이름 아래 변형된 의원내각제를 대통령제로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제의 '순수성'을 강조한 셈이다. 그런데 우리 헌법에는 이미 내각제 요소가 상당히 많다. 총리를 둔 것, 의원이 장관을 겸할 수 있는 것이 그렇다.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할 수 있는 것 자체도 내각제 성격이다. 이런데도 총리추천제를 변형된 내각제라고 폄하한 것은 어찌 된 일인가. 청와대의 논리라면 총리제를 없애고 부통령제를 두는 게 대통령제 순수성을 지키는 길로 보인다.

개헌안에는 18세 이상 선거권 보장 규정이 새로 들어갔다. 법률로 정할 걸 헌법에 넣었다. 18세 미만으로 낮출 때는 또 개헌해야 한다는 등 지적이 나왔다. 청와대는 23일 해명했다. "최소 18세 이상은 헌법이 직접 부여하고 18세 미만은 상황과 필요성에 따라 법률로서 부여할 수 있다"고 했다. 법률로 규정해도 충분하다는 것을 인정한 셈 아닌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등이 개헌안을 몇 차례 설명했다. 그 과정에서 국회를 보는 청와대의 시각이 드러났다. 총리추천제를 두고 "정부 형태를 결정하기에 앞서 '대통령의 권한을 국회에 주는 것에 대해 국민이 동의하는가'에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반문했다. 선거 연령을 놓고서는 "선거 연령을 공직선거법에 규정하다 보니 다른 사안과 연계돼 입법이 계속 미뤄진다는 점을 고려해 헌법에 담자는 결론이 나왔다"고 했다. 국회에 대한 불신, 청와대의 우월감마저 살짝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개헌안에는 '문제' 의원을 국민이 파면하는 국회의원 국민소환제가 들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개헌안이 국회로 갔다. 지금 분위기로는 타협점이 없어 보인다.

청와대가 내놓은 개헌안은 국회 통과가 목적인가, 아니면 발의 자체가 목적인가. 통과를 기대한다면 현실과 동떨어져 있고, 발의가 목적이라면 정략적이다. 한편 문 대통령이 직접 개헌안을 발표·설명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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