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칼럼] 지방선거 끝나면 기회가 온다? 글쎄…

최초입력 2018-04-04 13:55:06
최종수정 2018-04-30 17:18:34
※내부자가 많은 것을 안다. 몸담은 조직의 강점은 물론 문제점도 꿰뚫고 있다. 하지만 구성원이기 때문에 공론화할 가치가 있음에도 알고 있는 것을 솔직히 밝히기 어렵다. 레이더P는 의원들과 함께 국회를 이끌고 있는 선임급 보좌관 시각과 생각을 익명으로 전달하는 '복면칼럼'을 연재해 정치권의 속 깊은 이야기를 전달한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충남도지사 후보 추대 결의식에서 밝은 표정으로 참석자들과 얘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충남도지사 후보 추대 결의식에서 밝은 표정으로 참석자들과 얘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에서 자정(自淨)과 쇄신의 목소리가 사라졌다. 얼마 전 '홍준표 1인 체제'에 몇몇 중진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반발하기도 했지만 작은 소동 수준에 그쳤다.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세월호 참사 관련 발언, 경찰을 폄하하는 성명서가 당의 이미지를 실추시켜도, 발언자들이 홍 대표의 측근이라서일까, 누구 하나 지적하거나 사퇴를 거론하는 사람이 없었다. ‘자존심'과 ‘명분'에 죽고 사는 한국당 국회의원 116명이 왜 침묵하고 있을까.

무엇보다 홍 대표에 맞설 당내 세력이 무너진 탓이다. 김무성 전 대표를 비롯한 복당파는 '원죄'가 있다. 복당파를 바라보는 당원들 눈빛이 여전히 차가운 상황에서 그들의 복당을 받아준 홍 대표에 맞서 반기를 들 수는 없는 것이다. 복당파 리더 격인 김성태 의원은 홍 대표 지지 덕분에 제1야당 원내대표가 된 '빚'을 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홍 대표와 복당파는 '동업자'라는 한 배를 타고 있는 셈이다.

한때 당내 최대 계파였던 친박은 지금은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을 걷고 있다. 홍 대표의 위세에 맞서기보다 차라리 고개를 돌리고 목소리를 낮추는 것이 최선의 생존법인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국회의원과 달리 계파 중립적이면서 지난 탄핵 당시 이정현 당대표를 사퇴시키기 위해 피켓시위까지 벌였던 한국당 사무처 당직자는 어떨까. '생활형 준(準)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는 그들은 얼마 전 대선 패배에 따른 구조조정의 쓴맛을 봤다. 정의와 패기는 가장(家長)의 무거운 책임 앞에서 잠깐 눈감고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국당 안에서는 더 이상 홍 대표의 면전에서 불만을 드러내거나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일부 공천에 반발하거나 중진 의원들이 항명성 소동을 벌여보지만 홍 대표의 일합(一合)에 바로 제압당하는 모습이다.

그들은 입을 굳게 다문 채 오로지 지방선거 이후만 바라보고 있다. 홍 대표가 지방선거 결과에 책임진다고 약속한 만큼 지금의 여론조사대로라면 대표직 사퇴 등 자신들이 원하는 변화가 저절로 찾아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 과연 온갖 산전수전을 다 겪고 '독고다이' 정치 인생을 걸어온 홍 대표가 혼자 모든 책임을 떠맡고 밀려나듯 당대표직을 내려놓을까. 일부에서 흘러나오는 '사퇴 후 당대표 재도전'을 통한 당권 장악 시나리오는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일까.

이들이 놓치고 있는 것은 '게릴라식 정치'의 달인인 홍 대표를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6·13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대구·경북(TK)을 제외한 수도권, 부산·경남(PK), 충청, 강원 등 전 지역에서 한국당 후보가 패배하게 된다면, 이것이 홍 대표 혼자 책임져야 할 일일까. '올드보이 후보'들을 내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의원 배지를 잃을까 봐 출마에 소극적이고 나몰라라 했던 의원들이 과연 당대표에게 책임지라는 말을 할 자격이 있을까.

홍 대표 입장에서는 얼마든지 '국회의원 동반 책임'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 책임 없는 사람만이 내게 돌을 던지라며 말이다. 더구나 홍 대표가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한 앞장서서 그를 끌어내릴 힘을 가진 견제세력조차도 없다. 결국 지방선거 이후에도 홍 대표 체제가 유지되고 어쩌면 지금보다 훨씬 무겁고 긴 침묵이 한국당에 내려앉을 수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면 당의 변화와 쇄신을 그나마 주도할 수 있는 세력은 '과거를 복기해 보면' 초·재선 의원밖에 없다. 그들이 앞장서서 맞서는 결기를 보여주어야 할 때인 것이다. 원희룡·남경필 지사가 활동했던 '레전드급' 미래연대나 권영진 대구시장이 이끌었던 '민본21'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당의 미래인 초·재선 의원들은 민심과 당심에 부응하는 '정풍운동'을 앞장서서 주도할 책임과 권리가 있는 것이다.

모두가 예스(YES)라고 말할 때 국민과 당원을 향해 노(NO)라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묵언의 정치'를 유지하는 것이 차기총선에서 '생존을 보장하는 안전지대'가 될 것이라는 얄팍한 계산은 착각에 불과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이 안주하고 있던 자리가 '태풍의 눈' 한가운데였다는 뒤늦은 깨달음과 후회만이 남게 될 것이다.

[자유한국당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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