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 임박할수록 정치인 `폭행 수난` 주의보

최초입력 2018-05-17 16:53:58
최종수정 2018-05-21 14:49:28
"드루킹"특검을 요구하며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농성 중인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5일 신원미상의 한 남성에게 턱을 가격당하고 있다.[사진=mbn캡처]이미지 확대
▲ "드루킹"특검을 요구하며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농성 중인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5일 신원미상의 한 남성에게 턱을 가격당하고 있다.[사진=mbn캡처]
정치인들의 '폭행 수난시대'다. 5월 9일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 농성을 하던 도중 30대 남성으로부터 턱을 가격당했다. 14일에는 제주지사에 출마한 원희룡 무소속 후보가 폭행을 당했다. 정치인들은 대중 앞에 자주 나서다 보니 폭행에 노출될 가능성도 크다.
특히 정치라는 것이 지지자마다 이념이 제각각이고 이해관계가 충돌하다 보니 정치인에 대해 불만을 가진 사람이 많다.

이념·이해관계…이유 제각각
30대 김 모 씨는 지난 5일 오후 2시 30분 국회 본관 앞에서 단식농성 중이던 김 원내대표에게 악수를 청하는 척 다가가 턱을 한차례 때렸다. 김 씨는 7일 영장실질심사에 앞서 "자유한국당은 단식 그만하고, 마음을 잘 추슬러서 대한민국을 위해 노력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 씨는 범행을 혼자 계획했다고 밝혔고 경찰도 공범을 찾기 어렵다고 봤다. 경찰 관계자는 7일 "김 씨는 홍 대표가 남북정상회담을 '정치쇼'라는 등 비방하는 것 보고 울화가 치밀어 홍 대표를 때리려고 했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이해관계보다는 정치적인 이념 차이에서 오는 갈등의 표출인 셈이다.
14일 오후 제주시 벤처마루에서 열린 "2018 지방선거 제주도지사 후보 원포인트 토론회"에서 원희룡 후보가 제주 제2공항 반대 활동을 했던 김모씨로부터 계란을 맞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14일 오후 제주시 벤처마루에서 열린 "2018 지방선거 제주도지사 후보 원포인트 토론회"에서 원희룡 후보가 제주 제2공항 반대 활동을 했던 김모씨로부터 계란을 맞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원희룡 후보에 대한 폭행은 이해관계 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제주도 제2공항 건설 문제를 둘러싼 토론회가 열렸고 제2공항 성산읍반대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인 주민 김 모 씨는 단상 위로 뛰어 올라가 원 예비후보에게 달걀을 던지고 얼굴과 팔을 주먹으로 때린 뒤 흉기로 자신의 팔목을 그어 자해했다. 김 씨는 지난해 말 제2공항 반대 단식농성을 하며 42일간 단식을 했던 성산읍 주민으로 당시 원 후보가 찾아간 적이 있다.

폭행 이후 지지층 집결
정치인을 향한 달걀 투척은 자주 발생하는 일이다.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해 12월 전남 목포에서 열린 김대중마라톤대회서 달걀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달걀을 던진 사람은 60대 당원으로 안철수 전 대표 지지자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박 전 대표와 안 전 대표는 결국 올해 갈라섰다.
2006년 지방선거 유세중 테러를 당한 뒤 치료를 마치고 창문을 바라보며 쉬는 모습[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2006년 지방선거 유세중 테러를 당한 뒤 치료를 마치고 창문을 바라보며 쉬는 모습[사진=연합뉴스]
폭행을 넘어 정치인의 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의 테러도 자행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06년 박근혜 전 대통령 커터칼 피습 사건이다. 지방선거를 앞둔 2006년 5월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서울 신촌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를 지원유세를 하던 당시 괴한이 단상에 올라와 커터칼로 박 전 대표의 얼굴 오른쪽 10㎝ 정도 상해를 입혔다. 범행을 저지른 남성은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고 달아나다 붙잡혔고, 박 전 대표는 세브란스병원에서 봉합 수술을 받았다. 지방선거는 한나라당이 우세였는데, 박 전 대표가 깨어나며 "대전은요"라고 말했다는 것이 전해지며 대전마저 한나라당이 휩쓸기도 했다.

조직적 테러 의구심도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질산 테러를 당한 사건도 유명하다. 신민당 원내총무이던 1969년 6월 김 전 대통령이 승용차를 타고 귀가하던 도중 괴한 청년이 질산병을 던진 사건이다. 당시 한 일간지는 "나중에 자동차의 페인트칠이 다 벗겨질 정도의 강초산으로 밝혀졌다. 만일 자동차 문이 열려서 얼굴에라도 투척 됐더라면 아찔한 일이었다. 얼굴에 공적 활동을 하기 어려울 정도의 치명적 상처가 났을 것이 뻔했다"고 보도했다. 1973년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일본에서 납치된 뒤 5일 만에 서울 동교동 자택 근처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당시 납치를 두고 배후세력이 누구냐를 놓고 한창 논란이 되기도 했다.
납치에서 생환 후 동교동 자택에서 기자들에 둘러싸인 김대중 전 대통령 [사진=김대중도서관]이미지 확대
▲ 납치에서 생환 후 동교동 자택에서 기자들에 둘러싸인 김대중 전 대통령 [사진=김대중도서관]
"선거철 되면 두렵다." 토로
한 정치인은 "선거 때면 두렵다"고 말했다. 유권자에게 악수하며 다가서야 하는데, 폭행이나 테러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그는 "특히 반대 의견이 많은 지역이나 악성 민원인을 만나는 경우에 위협을 더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수행하는 직원을 두고 혼자 유세 현장을 돌아다니길 어려운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또한, 다른 정치인들이 폭행을 당했다거나 달걀 세례를 맞았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면 다른 때보다 의기소침해지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정치인 폭행과 관련해 "개인의 일탈 행위이기도 하지만 구조적으로 정치권이 너무 극단적이고 대립하다 보니 선거를 앞두고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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