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과백] 같은 팩트 다른 뉴스…한국당 ‘전술핵` 방미

최초입력 2017-10-24 15:49:53
최종수정 2018-04-27 15:14:44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은 객관성과 관계없이 주관대로 믿는 현상을 말합니다. 자신이 보고 싶고, 믿고 싶고, 듣고 싶은 정보만 접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듯합니다. 지난해와 올해 최순실 게이트, 조기 대선 등 큰 정치적 고비를 거치면서 더욱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뉴스 역시 확증편향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특정 방향성을 지닌 뉴스가 판치고 있는 겁니다. 정치적 편향성과 과도한 이념 매몰에서 벗어나 객관적 관점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그래서 나옵니다.
그래서 레이더P가 시도합니다. 주요 이슈를 특정 방향에서 바라보는 '흑과 백'입니다. 같은 팩트를 다루지만 해석과 분석이 완전히 다른 두 개의 뉴스, 즉 비판적으로 다룬 흑뉴스와 우호적으로 다룬 백뉴스를 '노골적으로' 소개합니다. 선택은 독자들의 몫입니다.

이번 순서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방미 논란입니다.



◆흑뉴스

"실익도 없고, 형식도 잘못된 외교"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23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미 정부와 의회의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 북핵 위기의 심각성과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를 비롯한 한국당의 북핵 문제 대응책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홍 대표는 23일 한국전 참전비를 참배했고 24일엔 미 정부 서열 3위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 면담할 예정이다. 코리 가드너(공화·콜로라도) 상원 외교위 동아태소위원장과 잰 셔카우스키 하원 민주당 원내수석부총무, 존 코닌(텍사스) 상원 공화당 원내총무 등 의회 고위 관계자들과 국무부 인사들과의 면담이 줄줄이 이어질 예정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24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워싱턴 덜레스 공항에 도착해 환영 나온 교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홍 대표는 워싱턴DC에서 미 국무부와 의회 고위 관계자 등을 만나 북핵 위기의 심각성과 함께 한반도 전술핵재배치를 비롯한 한국당의 북핵 문제 대응책을 설명할 예정이다.[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24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워싱턴 덜레스 공항에 도착해 환영 나온 교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홍 대표는 워싱턴DC에서 미 국무부와 의회 고위 관계자 등을 만나 북핵 위기의 심각성과 함께 한반도 전술핵재배치를 비롯한 한국당의 북핵 문제 대응책을 설명할 예정이다.[사진=연합뉴스]
하지만 홍 대표의 방미를 두고 여권에선 비난이 쏟아졌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학생이 시험기간에 시험을 팽개치고 현장학습이나 수학여행을 가잔 것"이라며 홍 대표와 홍 대표를 수행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비난했다. 또 "정기국회 중 국감이 진행 중인 이 시기에 10여 명 의원을 이끌고 해외에 나가는 것은 국회 운영 원칙과 규정에 위배된다"면서 "대한민국 국회의원이라면 국감 기간에 국감장을 지켜야지 미 의회로 달려갈 때가 아니다"고 했다. 국정감사가 한창인 정기국회 회기 중에 당 대표와 의원들이 '다른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백악관을 대상으로 한 한국당의 SNS 활동도 도마에 올랐다. 박 원내수석은 "지난주부터 한국당은 백악관 홈페이지에 한국 전술핵 촉구 서명운동을 하고 오늘 급기야 대규모 의원단을 이끌고 방미 외교활동을 한다"며 "외형도 잘못됐고 형식도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제윤경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22일 논평을 통해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군사적 실익이 없을뿐더러 오히려 북한의 핵 개발의 정당성만 부여해줄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이었다"고 날을 세웠다.

홍 대표 스스로도 이번 방문에 대한 논란을 의식한 듯 "마치 임진왜란 전에 왜국을 방문하는 동인·서인과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들처럼 당리당략에 얽매이지는 않겠다. 당당하게 하고 오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임진왜란 당시 동인의 김성일과 서인의 황윤길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대한 인물평부터 조선 침략 가능성까지 정 반대되는 보고를 올려 선조의 판단을 흐리게 만든 바 있다. 당시의 동인과 서인도 당리당략이 아닌 국익을 위한 판단이라고 강변했다.



◇백뉴스

야당시절 DJ, 美 방문해 정부 다른입장 전달


미국을 방문 중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23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DC 한 식당에서 알렉산더 버시바우(왼쪽 둘째부터), 토마스 허버드  전 주한 미국대사, 존 디 존스 전 미군 8군사령관과 만찬 회동을 갖고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미국을 방문 중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23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DC 한 식당에서 알렉산더 버시바우(왼쪽 둘째부터), 토마스 허버드 전 주한 미국대사, 존 디 존스 전 미군 8군사령관과 만찬 회동을 갖고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23일 미국 조야(朝野)의 지도자들과 만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전술핵 재배치 등 북핵위기와 관련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폴 라이언 미국 의회 하원의장과 토머스 섀넌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 등 정관계 인사를 만날 예정이다.

이번 방미단에는 자유한국당 의원들도 대거 동행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방위원회, 정보위원회 소속 의원, 당 지도부 등이 포함돼 심재철 국회부의장과 이주영·정진석·이철우 의원, 이재영 최고위원, 염동열 비서실장, 강효상 대변인, 김대식 여의도연구원장 등이 홍 대표와 함께 출국했다.

강효상 한국당 대변인은 "북핵위기를 극복하는 안보야말로 국민의 생존이 걸린 최대 민생 이슈"라며 "한국에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것이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고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는 유일한 길임을 미국 조야에 강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 대표의 방미를 두고 비판 여론이 제기되곤 있지만, 야당 지도자가 정부와 다른 입장을 미국에서 나타낸 것은 여러 전례가 있다. 특히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대표적 사례다.

DJ의 미국 행보가 특히 주목을 받았던 것은 1994년 1차 북핵위기 당시였다. 야당 총재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미국 기자협회(NPC) 연설에서 북한에 대한 대결노선을 취하던 김영삼정부와는 다른 해법을 내놨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방북해 한반도의 군사충돌을 막는 특사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한 것이다. 카터 전 대통령은 이런 제안을 받아들여 전격 방북했고 김일성 주석을 만나 한미 정상회담 약속을 받아냄으로써 1차 북핵위기는 극적으로 타결됐다.

홍 대표의 이번 방미 역시 과거 DJ처럼 현 정부와는 다른 방법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소신'에서 비롯됐다는 게 자유한국당 측의 설명이다. 북한에 대한 압박과 대화를 병행한다는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이 북한의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 한반도 주민 전체를 북한 정권의 핵 인질로 만들 수 있다는 소신이다.

여론도 전술핵에 호의적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9월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술핵 재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전체 응답자의 68.2%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남북 간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며 전술핵 재배치에 반대한다는 의견은 25.4%에 그쳤다.

여론을 의식한 듯 홍 대표는 출국 직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반도에 핵 인질이나 전쟁을 막기 위해서는 핵 균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범기 기자/조선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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