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위안부 합의 문제, 바라는 대로 다 할순 없지만 최선 다할 것"

최초입력 2018-01-04 18:30:12
최종수정 2018-01-04 18:32:39
문재인 대통령은 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했다.문 대통령이 오찬을 마친뒤 배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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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은 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했다.문 대통령이 오찬을 마친뒤 배웅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8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하고 동시에 병원에 입원 중인 피해자 할머니 한 분을 문명했다. 그러면서 "할머니들의 의견도 듣지 않고, 할머니들의 뜻에 어긋나는 합의(한일 위안부 12·28 합의)를 한 것에 대해 죄송하고 대통령으로서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또 "지난 합의는 진실과 정의 원칙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정부가 할머니들 의견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한 내용과 절차가 모두 잘못된 것"이라며 "그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됐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다만 "과거 정부가 공식적으로 합의한 것도 사실"이라며 "바라시는 대로 다 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정부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중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를 병문안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이미지 확대
▲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중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를 병문안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신촌세브란스 병원에 입원 중인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를 찾아가 문병하고 "할머니들께서 건강하셔서 싸워주셔야 한다"며 "할머니께서 쾌유하셔서 건강해지시고, 후세 교육과 정의와 진실을 위해 함께해 주시기를 바라는 국민이 많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노환으로 입원해 있는 김복동 할머니의 오찬 간담회 불참 소식을 접하고 곧바로 병원에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정부의 합의가 잘못됐고 해결된 것이 아니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과거 정부가 공식적으로 합의한 것도 사실이니 양국 관계 속에서 풀어가야 하는데 쉽지 않은 측면도 있다"면서도 "할머니들께서 바라시는 대로 다 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정부가 최선을 다할 테니 마음을 편히 가지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위안부 피해자 의견을 직접 청취했다. 지난달 28일 외교부 장관 직속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TF' 조사 결과를 확인하고 후속 조치 마련을 지시한 이후 일주일 만이다. 청와대는 '피해자 중심 해결'과 '국민과 함께하는 외교'라는 원칙에 따라 내달 10일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간담회 이전에 가급적 서둘러 위안부 합의 관련 정부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다. 재협상, 혹은 이에 준하는 조치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게 전망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위안부 파기 관련 질문에 "모든 것이 가능하다"며 "그렇지만 그 결과에 대해서도 충분한 생각을 갖고 결정을 해야 되겠다"고 대답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한일 12·28 합의'에 대해 공식사과한 것은 재협상을 위한 사실상 명분을 쌓는 과정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입장문에서 "(2015년 한일 12·28)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발표했고, 일주일 만인 이날 위안부 피해자들과 직접 만나 "할머니들의 뜻에 어긋나는 합의를 한 것에 죄송하다"며 공식 문제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이용수 할머니는 "2015년 12월 28일 합의 이후 매일 체한 것처럼 답답하고 한스러웠다"며 "위안부 문제에 대한 공식 사과와 법적 배상을 26년이나 외쳐왔고, 꼭 싸워서 해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옥선 할머니는 "우리가 모두 90세가 넘어 큰 희망은 없지만 해방 이후 73년을 기다리고 있는데 아직도 (일본이) 사죄를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병원에 입원 중인 김복동 할머니는 "총알이 쏟아지는 곳에서도 살아났는데 이까짓 것을 이기지 못하겠는가. 일본의 위로금을 돌려보내줘야 한다"며 "법적 사죄와 배상을 하면 되는 일이고, 그래야 우리가 일하기 쉽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본은 재협상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앞으로 한일 관계는 급격히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일본 관광객들의 평창동계올림픽 참석 여부, 북한 핵·미사일 대응을 위한 한·미·일 공조 등에서 이상신호가 나타날 수도 있다. 정부도 마냥 합의 파기·재협상 카드를 고집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문 대통령은 역사 문제를 직시하면서도 한일 미래지향적인 경제협력 등을 분리하는 '투트랙 외교'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올해 3~4월 도쿄에서 한·중·일 정상회담이 어렵다면 한일 정상회담도 추진해서 외교적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강경화 장관은 "정부로서는 중요한 일본과의 관계도 관리해야 할 부분이 있고 상반된 요구 속에서 정부 입장을 정리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또 "일본은 끈질기게 (재협상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일본과 이 문제를 가지고 어떻게 어려운 고민을 풀어나가느냐 등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계만 기자/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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