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통화 다른 해석...한미 발표문으로 본 양국 속내

최초입력 2018-01-05 15:43:14
최종수정 2018-01-05 15:46:20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서울 청와대 관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이미지 확대
▲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서울 청와대 관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4일(한국시간) 전화통화로 올림픽 기간 중 한미 연합훈련을 실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남북 대화를 바라보는 한미 양국의 미묘한 시각차가 드러났다.

통화 직후 백악관 측은 남북 대화를 환영하면서도 제재와 압박을 지속하고 과거 실수도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는 신중론을 강조한 반면, 청와대는 문재인정부 출범 후 처음 조성되는 남북 대화의 불씨를 적극 살려 나가겠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이에 따라 향후 굳건한 한미 공조 가운데 남북 대화를 진행하기 위해선 속도 조절 등 미국과 보폭을 맞춰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와 백악관은 이번 한미 정상 통화 직후 관련 보도자료를 각각 언론에 배포했다. 이들 보도자료는 30분간 진행된 양 정상 대화에서 청와대와 백악관 측이 각각 중요하다고 판단한 내용을 중심으로 작성돼 시각차를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양측은 평창동계올림픽이 안전하고 성공적으로 개최되도록 노력하고, 올림픽 기간 중 한미 연합훈련을 실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는 내용을 공통으로 자료에 담았다.

하지만 백악관 측은 여기에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지속하고,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로 합의했다(The two leaders agreed to continue the campaign of maximum pressure and not repeat mistakes of the past)'는 내용도 기술했다. 이는 청와대 자료에는 없는 대목이다.

반면 청와대 자료에는 "남북 대화 과정에서 우리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알려 달라. 미국은 100% 문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실렸다. 이 발언은 백악관 측 자료에는 없다. 특히 백악관이 낸 보도자료에는 'talk'나 'dialogue' 등 대화를 의미하는 단어 자체가 없다.

오로지 올림픽을 안전하게 치르기 위해 한미 연합훈련을 연기하는 데 한미 정상이 합의했다는 내용뿐으로 남북 대화에 대해 의도적으로 언급을 피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결국 남북 대화 재개를 두고 백악관은 신중론에, 청와대는 적극 추진에 무게를 실은 셈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5일 백악관 측 자료에 언급된 '(남북 대화에서) 과거의 실수'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냐는 기자들 질문에 "(섣불리) 추론할 수는 없다"며 "우리 정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압박 결의를 충실히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이진명 기자/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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