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승부수에 도사린 위협…전문가부족·美 국내용 목적

최초입력 2018-03-12 18:01:21
최종수정 2018-03-12 18:59:2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월까지 하겠다고 선언한 북미정상회담이 성공할 경우 한반도 평화는 물론 세계사적으로 큰 획을 긋는 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실무진의 철저한 검증과 협상 끝에 만들어진 결정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즉흥적으로 결단을 내리며 처음으로 '톱다운' 방식으로 진행되는 회담이어서 미국 조야의 시선에 불안감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문 타운십의 공화당 후보 선거지원 유세에서(사진) "북한을 막 방문하고 미국에 온 대북 특사단이 많은 언론 앞에서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싶어한다고 발표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문 타운십의 공화당 후보 선거지원 유세에서(사진) "북한을 막 방문하고 미국에 온 대북 특사단이 많은 언론 앞에서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싶어한다고 발표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사진=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노동당 위원장)의 만남에서 비핵화를 위한 큰 진전이 이뤄진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노벨평화상까지도 노려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한반도 평화 정착에 큰 디딤돌이 마련되는 것은 물론이고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의 역학관계에도 변화가 기대된다.

문제는 실패했을 때 그 파장이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을 놓고 '승부수' 또는 '도박'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아무런 성과 없이 사진만 찍는 이벤트로 전락한다면 트럼프 대통령과 국제질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위상에 큰 상처를 입게 된다. 이후에 추가 북미 대화 가능성이 더욱 줄어드는 것은 물론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더욱 가속화할 수도 있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과 동등한 입장에서 대화한 정상국가로 위상을 굳히게 되고 핵·미사일을 개발할 시간만 벌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비난했던 역대 대통령들과 같은 평가를 받으며 이후 정치적 행보에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대화 수용이 불안한 또 다른 현실적 이유는 트럼프 정부에 북한과 협상한 경험이 있는 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불과 2개월여 후에 이뤄지는 북·미 대화를 준비하려면 전문가의 필요성은 더욱 크다.

북미회담 성사를 예상할 수 없었던 시기에 빅터 차 주한 미국대사 내정자 낙마에 이어 조지프 윤 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은퇴했다. 윤 전 대표는 특히 직접 평양에 들어가 북한에 억류됐던 오토 웜비어를 석방시킨 경험자다.

이에 비해 북한은 리용호 외무상, 최선희 외무성 부상 등 수십 년간 미국과 협상한 경험이 풍부한 대미 전문가들이 포진해 대조적이다. 북한과 비공식 대화를 이어온 수전 디매지오 뉴아메리카재단 선임연구원은 지난 10일 (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지 폴리티코 기고에서 "현 상황에서 최대 난제는 트럼프 행정부에 북한을 다뤄본 경험이 있는 인사가 사실상 전무하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진공상태는 미국에 심각한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백악관은 북한과 협상한다는 게 뭔지 알기 위해 경험 있는 외부 전문가를 수혈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진단했다.

CNN 방송도 지난 9일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큰 약점은 외교적 협상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최고의 외교관이자 협상가, 전략가라고 믿는 점이 더욱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워싱턴 정가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파격적인 북미회담 수용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려는 순수한 의도보다는 자신에게 제기되고 있는 다양한 의혹을 덮고 정치적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의도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러시아 내통 스캔들과 관련한 특검 수사에 이어 백악관을 강타한 전직 포르노 여배우와의 성추문 등을 덮기 위한 정략적인 판단에서 북미 회담을 선택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북미 회담이라는 초대형 이벤트는 여타 스캔들을 덮기에 충분히 큰 이슈고 북미 회담이 열린 5월 이후에도 여파가 이어지면서 적어도 11월 중간선거까지 사안을 끌고갈 수도 있다.

미국 조야에서 제기되는 이 같은 우려에 대해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11일 폭스뉴스와 인터뷰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회담을 충분한 내부 논의 없이 '쇼'하듯이 하는 게 아니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북한 문제에 대해 계속 대통령에게 브리핑하고 있으며, 북한이 미국이 보내는 특정한 메시지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지 잘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는 회담의 최종 목표는 비핵화임을 재확인했다. 폼페이오 국장은 "김정은은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논의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도 이날 NBC 방송에 출연해 '한반도 비핵화가 여전히 미국이 추구하는 정책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틀림없다. 우리는 한반도 비핵화가 목표라는 걸 매우 분명히 해왔다. 그것이 우리가 이뤄내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정상회담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북한 김정은과 직접 마주 앉아서 그동안 확실히 밝혀왔던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를 성사시킬 수 있는지 가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백악관은 북미 회담이 백악관에서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라즈 샤 미국 백악관 부대변인은 이날 ABC 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으로 날아가는 것은 그럴듯해 보이지 않는다"면서 "회담 장소가 백악관이 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시간과 장소는 어떤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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