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노트` 쥔 정의당, 김기식에 일단 ‘더 지켜보자` 입장

최초입력 2018-04-10 17:14:25
최종수정 2018-04-10 17:23:35
문재인정부 들어서 내정되거나 임명됐다가 낙마한 고위 공직자들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정의당이 반대로 돌아선 뒤 낙마했다는 것이다. 이에 '정의당 데스노트'라는 말까지 회자됐다.

이에 따라 19대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의 돈으로 해외 출장을 다녀온 의혹을 받고 있는 김기식 금감원장에 대해 정의당이 어떤 입장을 가질 것인가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의당은 일단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정의당 관계자는 10일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아직은 중립적인 입장이다.
의혹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사퇴하라고 할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일단 관망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추가 의혹이 나오면 바뀔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겨둔 발언이다. 추혜선 대변인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상임위 차원에서 소속 위원들이 함께 가는 출장이 아닌, 의원 단독으로 가거나 보좌진을 동행한 출장은 상식적이고 일반적이지 않다"며 "이제 과거와 다른 정치를 해야 한다는 인식 속에 정의당은 이런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김기식 원장에 대한 야권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10일 김 원장을 검찰에 고발한 데 이어 김 원장의 외유를 추가 폭로했다. 바른미래당은 이날 김 원장의 '포스코 연수'를 문제 삼으며 당시 참여연대 사무처장이던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날을 세웠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1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기식 금감원장의 '피감기관 돈 외유"를 '황제외유"라고 비판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1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기식 금감원장의 '피감기관 돈 외유"를 '황제외유"라고 비판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원장이 2016년 5월 20일부터 27일까지 독일을 거쳐 네덜란드·스웨덴 외유를 다녀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19대 의원 임기가 2016년 5월 30일 끝나는 마당에 임기를 3일 남겨두고 공무상 출장을 갈 일도 없다"고 했다.

임기 만료 직전 후원금 등으로 모인 의원실 예산을 외유에 썼다는 게 한국당의 문제 제기다. 김 원내대표는 "정치자금법상 지출하고 공금이 남는 경우 국고에 반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국고 반납을 안 하고 항공료·호텔비·차량 렌트비로 사용했는데, 외유 목적이 무엇인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했다.

김 원장의 독일·네덜란드·스웨덴 출장에도 여성 비서관 김 모씨가 동행했다. 2015년 미국·유럽 출장 당시 인턴 신분으로 동행했던 인물이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수석부대표(오른쪽)와 신용현 바른미래당 수석대변인(왼쪽)이 가 10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19대 국회의원 재직시절 외유성 해외출장 의혹을 받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수석부대표(오른쪽)와 신용현 바른미래당 수석대변인(왼쪽)이 가 10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19대 국회의원 재직시절 외유성 해외출장 의혹을 받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바른미래당은 같은 날 김 원장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직권남용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또 당론으로 김 원장 에 대한 국정조사도 추진하기로 했다.

바른미래당은 김 원장과 박원순 서울시장 간의 연결 고리에 집중하고 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김 원장이 2007년 포스코 연수생으로 해외 연수를 다녀온 점에 대해 "포스코 해외 연수생 선발은 참여연대 전임 사무처장이었던 박원순 현 서울시장이 했고 당시 (한국)YMCA 사무총장이었던 이학영 씨(현 더불어민주당 의원)가 했다"며 "참여연대 선후배끼리 포스코의 돈을 이렇게 써도 되는 건지 이 점에 대해서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의 경쟁자인 박 시장에게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안 예비후보도 이날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원장을) 즉각 해임 조치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박 시장 측은 '도 넘는 비판'이라는 입장이다. 박 시장 측 관계자는 "포스코와 박 시장을 묶는 것은 오히려 안 후보 측의 자충수"라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김기식 금감원장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을 방문해 주식거래 시스템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한주형기자]이미지 확대
▲ 김기식 금감원장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을 방문해 주식거래 시스템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한주형기자]
여당은 일단 김 원장에 대한 청와대의 '지키기'에 가담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이 제기한 김 원장의 '자격 논란'에 대해 "과도한 흠집 내기"라고 대응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청와대의 인사 검증 시스템과 언론 대응에 답답함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청와대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임종석 비서실장 지시에 따라 김 원장에 대한 의혹을 확인한 결과 적법하다"고 발표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의원이 많다. 관련 내용에 정통한 한 여당 의원은 "김 원장은 물론 조 수석까지 모두 위험하게 만들 수 있는 잘못된 발언"이라며 "청와대가 상황 파악을 잘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한편 김 원장은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19대 국회까지는 (피감기관 지원으로 출장을 가는 것이) 관행적으로 이뤄졌다"면서도 "다만 관행이었다 해도 스스로 반성하며 국민 눈높이에서 지적받을 부분이 있다는 점에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센터를 찾아 증권사 대표이사들과 간담회를 하며 업계 현안을 챙겼다. 각종 의혹에 둘러싸인 현 상황을 돌파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효성 기자/홍성용 기자/이윤식 기자/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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