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가 달라지면 주장도 달라진다? 방송법에 표변한 여야

[레이더P] 여야 바뀌자 180도 달라져

최초입력 2018-04-11 14:11:54
최종수정 2018-04-12 10:2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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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임시국회가 시작부터 개점 휴업이다. 방송법 개정안 처리를 두고 여야가 한 치 양보 없는 줄다리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측은 방송법 개정안의 우선 처리를 조건으로 국회 일정 보이콧에 돌입한 반면 더불어민주당 측은 공수처법(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법) 통과를 전제로 방송법 개정안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에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여야 합의를 통해 4월 내로 절충안을 만들자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논쟁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10일 오후 국회에서 방송법 처리와 관련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 우원식 원내대표, 신경민 의원.[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10일 오후 국회에서 방송법 처리와 관련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 우원식 원내대표, 신경민 의원.[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은 2016년 7월 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의원 162명이 서명을 했다. 이 개정안에는 공영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기 위한 편성위원회 구성 및 운영 방안과 이사회 회의록 공개 방침 등 내용이 담겼다. 또한 공영방송 이사진을 여당에서 7명, 야당에서 6명을 추천하여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안과 이사회가 사장을 임명 제청할 경우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의결하는 '특별다수제' 도입이 명시됐다.

여야의 날 선 대립각은 사장 선출과 직결되는 이사회 구성 방식의 변화에서 비롯됐다. 현행 방송법상 KBS 이사진은 여당이 7명, 야당이 4명을 각각 추천하며 MBC 이사진은 여당 6명, 야당 3명의 추천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새로운 개정안은 야당의 이사진 추천 비율을 늘리고 특별다수제를 적용하여 야당 동의 없이 공영방송 사장을 선출하는 것을 불가능하도록 했다. 공영방송에 대한 야당의 영향력이 커진 것이다. 야당인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법안 처리를 주장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여야의 이러한 대립 구도는 발의 당시와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당초 민주당 주도로 발의된 개정안에 한국당 측은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정권 교체 전까지 개정안은 매번 국회 내 한국당의 반대에 부딪혀 계류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정우택 당시 원내대표는 "방송법 개정안은 기존 방송계를 흔들어 야당과 노조의 방송 장악으로 이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박대출(왼쪽부터)·강효상·김성태 의원이 11일 국회 정론관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방송법 개정안을 비판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자유한국당 박대출(왼쪽부터)·강효상·김성태 의원이 11일 국회 정론관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방송법 개정안을 비판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국당 측이 입장을 바꾼 것은 지난해 대선 패배로 인해 야당의 위치에 서게 된 이후부터다. 최근 마지막 공영방송 인사였던 KBS 양승동 사장까지 청문회를 마치고 공식 임명되자 한국당은 바른미래당과 연대하여 본격적으로 법안을 처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두 야당은 8월 전에는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반대로 민주당 측이 법안 처리에 소극적인 것은 야당 시절 발의한 법안이 현재 여당의 입장에서는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공영방송 3사(KBS·EBS·MBC) 사장 임명이 완료된 상황에서 개정안이 4월 국회를 통과할 경우 부칙에 따라 시행 3개월 이내에 새로운 사장을 선출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겪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해 8월 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방송법 개정안) 법안이 통과되면 소신 없는 사람이 (사장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박선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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