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과백] 이례적인 상반기 추경…국회로 갔지만

[레이더P] 특별한 대책 필요 vs 선거 앞둔 선심성

최초입력 2018-04-11 18:36:48
최종수정 2018-04-12 17:4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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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은 객관성과 관계없이 주관대로 믿는 현상을 말합니다. 자신이 보고 싶고, 믿고 싶고, 듣고 싶은 정보만 접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듯합니다. 뉴스 역시 확증 편향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특정 방향성을 지닌 뉴스가 판치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레이더P가 시도합니다. 같은 팩트를 다루지만 해석과 분석이 완전히 다른 두 개의 뉴스, 즉 비판적으로 다룬 흑뉴스와 우호적으로 다룬 백뉴스를 '노골적으로' 소개합니다. 선택은 독자들 몫입니다.

이번 순서는 정부가 3조9000억원 규모로 마련해 국회로 넘긴 추가경정예산안을 둘러싼 논란입니다.

여야가 방송법 등 주요 이슈를 놓고 평행선을 달리면서 4월 국회 정상화가 쉽지 않은 가운데 국회 본회의장이 텅 비어있다.[사진=이승환기자]이미지 확대
▲ 여야가 방송법 등 주요 이슈를 놓고 평행선을 달리면서 4월 국회 정상화가 쉽지 않은 가운데 국회 본회의장이 텅 비어있다.[사진=이승환기자]


◇백뉴스
"청년 좌절·구고조정 고통 덜어야"…국채 발행 없어


국가재정법 제89조는 3가지 경우에 한해 추경안을 편성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첫째,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가 발생한 경우, 둘째, 경기침체·대량실업·남북관계의 변화·경제협력과 같은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마지막으로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하여야 하는 지출이 발생하거나 증가하는 경우다. 추경안은 반드시 국회를 거쳐야 한다. 정부는 5일 임시국무회의를 열고 청년 취업을 늘리고 구조조정 지역 지원을 위한 3조9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심의·의결했다.

왜 추경이 필요한가 : 이낙연 총리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 좌절한 청년들과 구조조정의 고통을 겪는 몇 개 지역 주민과 기업들에 희망을 드릴 수 있도록 국회가 추경을 차질 없이 처리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의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55% 증가했으나, 고용은 1.8% 증가하는 데 그쳤다"며 시급성을 설명했다. 군산과 거제, 통영 등 자동차와 조선소의 구조조정과 지역의 대량 실업자 위기 등을 근거로 들었다.

상반기에 왜 : 상반기 추경안은 이례적이다. 상반기에 추경을 편성한 경우는 IMF 위기 뒤인 1998년과 1999년, 글로벌 금융위기 뒤인 2009년 세 차례뿐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청년취업난 해결을 위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과 특정 산업 구조조정 때문에 극심한 어려움을 겪는 지역에 대해 특별한 재정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국회도 의견이 같으리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선심 예산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한 경제학 박사는 "예산을 일찍 사용하고 늦게 사용하고는 정부 판단"이라고 말했다.



기대 효과 : 정부는 이번 추경을 통해 구인과 구직의 '미스매치'를 해소한다는 구상이다. 청년 구직난과 중소사업장의 구인난 모두가 사상 최악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에 재정 지원을 통해 신규 취업하는 청년의 실질소득을 연간 1000만원 정도 올려주는 것이 이번 추경의 골자다. 정부는 추경을 집행하고 제도 개선을 지속하면 2021년까지 4년간 총 22만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발생하고, 이번 추경 효과로 가계소득이 증가하면 우리 경제 성장률이 0.1%포인트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돈은 어디에서 : 추가적인 국채 발행이 없다는 점도 이번 추경의 특징이다. 정부가 밝힌 추경재원은 지난해 세계잉여금 2조원, 한국은행 잉여금 6000억원, 고용보험과 도시주택 기금 등 여유 자금으로 충당해 초과 세수 활용이나 국채 발행은 없다고 못 박았다.



◆흑뉴스
연례행사 된 추경…선거 앞두고 시기도 부적절


추경이 연례행사가 됐다. 2000년부터 올해 추경안까지 19번 가운데 5번을 제외한 14년 동안 추경이 이뤄졌다. 문재인정부에서는 지난해 7월 이미 한 차례 추경이 이뤄졌다. 불과 7개월여 지났다.

시기상 문제 : 더구나 상반기 추경은 이례적이다. IMF 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상반기에 이뤄진 점은 공감대가 있었다. 또 지방선거를 두 달 앞둔 상황이다. 신보라·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9일 공동 주최한 토론회 '청년 일자리 추경, 이대로 좋은가?'에서 추 의원은 "지난해 일자리 예성으로 19조2000억원이 편성됐는데 연초부터 추경을 말하는 것은 선거용, 정치적 꼼수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그동안 지방선거를 앞두고 추경을 편성한 적은 없었다"며 "긴급히 필요하면 예비비라도 쓰라고 있는 것이고 지금은 때랑 내용이 모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청년 일자리 문제가 추경 요건에 맞는지도 논란거리다. 한 경제학 박사는 "청년 일자리 문제가 편성 요건인 국가적 재난에 해당하는지 불확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추경효과 의문 : 박근혜정부는 임기 첫해인 2013년 17조3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했다. 경기침체에 대응하고자 함이었는데, 2012년에 전년 대비 43만7000명 늘었던 취업자 수는 2013년 38만6000명으로 감소했다. 2015년 11조6000억원의 추경을 투입했지만, 2016년 취업자 증가폭은 전년보다 작았다.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7월 올해의 3배 규모인 11조2000억원 규모의, 고용시장 침체에 따른 일자리 창출·여건 개선 추경 뒤에도 고용사정이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4년 연속 추경을 편성하는데 추경의 효과가 뚜렷하지 않고, 올해도 이미 일자리 예산과 청년 일자리 예산이 편성돼 있다"고 말했다.



국회 통과 자체가 난항 : 추경안 국회 통과도 험난한 일정이다. 지난해 추경안은 통과까지 45일이 걸렸다. 이명박정부 당시 최대 91일이 걸린 적도 있다. 노무현정부 당시 5차례 추경은 평균 27일이 걸려 한 달은 족히 걸린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의 추경안 국회 동의를 위한 시정연설을 할 예정이었지만, 여야 간 기싸움으로 무산됐다. 특히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추경안이 언제 통과될지 알 수 없다.

[김수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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