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P 팩트체커] 文·여당 "탈원전은 세계적 추세"

[레이더P] 유럽 몇몇 국가 탈원전 적극...추세라고 하긴 어려워

최초입력 2017-07-14 16:48:06
최종수정 2017-07-17 15:5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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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신고리 5·6호기 공사 일시 중단을 결정할 이사회가 열리는 한수원 경주 본사 앞에서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주민들이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13일 오후 신고리 5·6호기 공사 일시 중단을 결정할 이사회가 열리는 한수원 경주 본사 앞에서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주민들이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Q: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정치권 이슈로 부상했습니다. 정부와 여당은 '안전과 환경을 위한 선택'으로 보수 야권은 '대책 없는 독단적 결정'으로 규정하고 있는데요. 이 가운데 정부와 여당은 탈원전이 세계적 추세라는 근거도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런 주장은 사실인가요.

A: 지난달 19일 고리원전 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서구 선진 국가들은 빠르게 원전을 줄이면서 탈핵 선언 중"이라며 "탈원전의 흐름 속에서 세계 각국에서 원전 해체 수요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지난 6일 더불어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한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탈원전은 세계적 추세이자 미래를 향한 담대한 대책"이라고 말했습니다.
결론적으로 탈원전 정책은 세계적 추세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탈원전을 선언한 대표적 국가는 독일 스위스 벨기에 대만입니다. 독일의 경우 1986년 체르노빌 원전 대폭발 이후 원전 폐지 논의가 시작됐고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에는 각계 인사로 구성된 원자력 윤리위원회가 구성되어 2022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스위스는 1984년부터 관련 논의가 시작됐고 총 다섯 번의 국민투표 만에 탈원전을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탈원전을 선언한 4개국에서 현재 운용 중인 원전은 총 26기(독일 8기, 스위스 5기, 벨기에 7기, 대만 6기)입니다. 이는 전 세계에서 운용 중인 원전 449기의 5.8%입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탈원전은 세계적 추세가 아니다"며 "매년 1~2%씩 운영 비율이 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본래 탈원전을 택한 대만의 경우 최근 기조 변화가 눈에 띕니다. 지난해 출범한 대만 차이잉원정부는 총 6기 원전 중 1기만 남기고 단계적 중지를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여름철 전력 수요 급증 예상에 따라 원전 2기에 대한 재가동을 승인했습니다. 전력 공급 안정화라는 현실적 필요성에 따라 탈원전 정책에 변화를 준 것입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직접 경험한 일본의 경우 본래 2030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었습니다. 하지만 2012년 출범한 아베 신조 내각은 에너지 정책에서 원전이 꼭 필요하다는 기조에 따라 원자로 재가동을 승인했습니다. 일본은 총 원전 42기 중, 현재 3기를 가동 중인데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 중입니다.

지난 2일 장맛비와 안개로 덮인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에 위치한 신고리 3,4호기 모습.[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지난 2일 장맛비와 안개로 덮인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에 위치한 신고리 3,4호기 모습.[사진=연합뉴스]
인도의 경우 경제가 성장하고 에너지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2030년까지 최대 30기에 이르는 원전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중국은 현재 가동 중인 원전 36기 외에 추가로 27기를 건설 중입니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원전이 늘어나는 국가로 꼽힙니다. 러시아는 2030년까지 원전 21기를 추가 건설하고 있고 이집트를 비롯한 중동·아프리카·남미 등 20개국과 원전 건설 계약을 체결하고 관련 기술을 전파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원전국가인 미국(현재 보유 원전 99기)은 본래 노후 원전 가동 중단과 폐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새로운 원전 건설 계획이 추진되었고, 공사를 마치고 지난해부터 운영 중인 원전도 있습니다. 김창락 한국전력 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교수는 "1990년대 말부터 온실가스 문제가 부각되자 원전이 환경오염 방지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미국은 중단된 원전 건설을 재개했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유럽 일부 국가는 탈원전을 시행하고 있지만 그 외 나라들은 오히려 원전 건설과 가동을 택하고 있습니다. 탈원전을 택한 나라들은 대부분 수력과 화력 연료 자원이 풍부하고, 특히 유럽의 경우 전기가 부족할 때에는 인접 국가와 연결된 송전선을 통해 전기를 사서 쓸 수 있다는 지리적 이점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1986년 체르노빌 원전 대폭발 이후 원전 4기를 모두 폐쇄한 이탈리아는 로마 시내의 전기 대부분을 프랑스에서 수입해서 쓰고 있습니다.

[안병욱 기자/윤은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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