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P 팩트체커] 강서 특수학교 갈등의 진실② 혼란 부추긴 관치

서울시교육청·교육부·보건복지부

최초입력 2017-09-21 15:38:25
최종수정 2017-09-26 16:2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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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을 위해 장애학생을 둔 학부모들과 함께
 활동하고있는 조부용 씨(57)[사진=김정범 기자 / 조선희 인턴기자]이미지 확대
▲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을 위해 장애학생을 둔 학부모들과 함께 활동하고있는 조부용 씨(57)[사진=김정범 기자 / 조선희 인턴기자]
"내 아이는 이미 졸업을 했는데 왜 동참하느냐고 물으신다면, 저희는 이미 겪었지만 얼마나 힘든 과정인가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지난 15일 레이더P 취재진이 만난 조부용 씨(57). 장애가 있는 그의 자녀는 학교를 졸업하고 지금은 구립재활센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을 위해 장애학생을 둔 학부모들과 함께하며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이날 만난 또 다른 두명의 학부모들은 새로 지어질 특수학교에 자녀들을 보내는 것은 이미 포기했습니다. 각각 내년, 내후년에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들 역시 다음 아이들을 위해서 함께 '연대'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레이더P는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 사태의 출발과 전개, 향후 전망까지 3부로 나눠서 다각도로 팩트를 체크합니다.



Q: 공진초등학교 자리에 예정대로 특수학교가 들어섰다면 아마 그들은 눈물을 흘리지도 무릎을 꿇지도 않아도 됐을 것입니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2013년 학교설립 계획에 관한 행정예고를 했을 당시 예상 개교일은 '2016년 3월'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이 지난 현재까지 시공을 위한 첫 삽조차 뜨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왜 이렇게 늦어지게 된 것일까요?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논의가 평행선을 달리면서 옛 공진초등학교는 잡목이 무성한 상태로 수년째 방치돼 있는 상황이다.[사진=김정범 기자 / 조선희 인턴기자]이미지 확대
▲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논의가 평행선을 달리면서 옛 공진초등학교는 잡목이 무성한 상태로 수년째 방치돼 있는 상황이다.[사진=김정범 기자 / 조선희 인턴기자]
A: ‘관(官)‘의 행정에서 그 이유의 일부를 찾을 수 있습니다. 우선 이곳저곳에서 휘둘리며 결단을 내리지 못한 서울시교육청의 탓이 큽니다. 서울시교육청이 소유하고 있는 공진초등학교 자리를 두고 돌연 대체부지를 찾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5년께부터입니다. 앞서 공진초 인근 주민 1400여명이 특수학교 설립 반대 의견을 제출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입니다.



◆ 안된다는데 2년간 10번 요청·거절 반복, 서울교육청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015년 5월 양천구청과 마곡지구 부지를 소유한 SH공사에 특수학교로 활용할 수 있는 용지가 있는 지 타진했습니다. 하지만 양천구는 활용할 수 있는 학교용지가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SH공사에서도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그해 10월 재차 SH공사에 마곡지구 대체부지 요청했고 SH공사는 "계획에 없던 내용으로 입주민 반대에 따라 부지 제공이 어렵다"는 거절 의사를 밝혔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해 11월, 2016년 2월 같은 내용의 공문을 서울시와 SH공사에 같은 내용의 공문을 반복해서 보냅니다. 이와 관련 SH공사측은 "해당부지 인근에 초고압시설이 위치해 있어 학교용지로 적합하지 않다"는 답변까지 보냈습니다. 현실적으로 여러 여건상 대체부지 확보가 어렵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서울시교육청은 굽히지 않았습니다.

2016년 3월 이후에서 서울시교육청은 수차례 같은 내용으로 유관기관에 부지협조를 요청합니다. 올해 1월에는 또 다른 대체부지(마곡중앙공원) 확보를 위해 서울시에 도시계획 변경요청 공문까지 보냈지만 이 또한 결국 무산됐습니다.

지난 2015년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2년 가까이 유관부처의 어렵다는 답변에도 무려 10여 차례나 같은 요청을 반복하며 시간만 허비한 셈입니다. 결국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한 채 특수학교 설립만 지체되면서 인근 장애우 학생들은 하나 둘 학교를 떠나야할 나이가 됐습니다.

이와 관련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주민들이 특수학교를 기피하고 환영받지 못하는 시설이다 보니 주민들과 공존하는 차원에서 이해하고 설득하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라며 "내년 1~2월달께 입찰 계약체결 후 공사업체를 선정하고 3월에 착공에 들어가 2019년 3월 개교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마곡지구로 특수학교를 설립한다는 얘기가 들리면서 마곡지구 주민들이 서울시교육청을 대상으로 한 집단 민원 움직임이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설령 마곡지구로 학교부지를 옮겼다 하더라도 또 다시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인정한 셈입니다.



◆ 괜한 한방의료원 타당성조사로 갈등 키운 복지부

국립한방병원 설립 타당성조사 보고서이미지 확대
▲ 국립한방병원 설립 타당성조사 보고서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논란의 또 다른 축은 공진초등학교 자리에 특수학교 대신 국립한방의료원을 세우려 하면서 발생했습니다. 지난 2015년 10월 13일 김성태 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주민설명회를 열고 "국립한방의료원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사전 타당성조사에 들어가 2017년 착공할 예정"이라며 "국립한방의료원을 유치하기 위한 사전 타당성 조사비로 2억원을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실제 보건복지부는 2016년도 국립한방병원 설립 타당성 조사비용으로 2억원의 예산을 편성·확보했습니다. 이 비용으로 한국보건산업진흥원·한약진흥재단 등은 지난해 작년 7~11월까지 연구용역을 수행했고 그해 11월 보건복지부의 국립한방병원 설립 타당성 조사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헌데 석연치 않은 점이 있습니다. 애초 타당성 조사를 진행할 당시 공진초등학교 외에 다른 지역은 선택지로 염두에 두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레이더P와의 통화에서 "국립한방병원 타당성 조사는 공진초등학교 한곳만을 대상으로 실시했었다"며 "다른 후보지는 중간보고 이후에는 검토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최종 제출된 보고서에서도 옛 공진초 부지가 1순위로 꼽혔고 주민들은 환호했습니다.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반대 비대위도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국립한방의료원 대상 부지에 대한 타당성 연구용역을 시행한 결과 공진초 폐교 부지가 1위에 선정됐다"며 "입지성과 접근성, 상징성 등을 모두 고려해 봤을 때 이 부지에 국립한방의료원을 설립해 강서구민과 서울시민, 더 나아가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당초 옛 공진초 자리는 사실상 한방병원 건립 자체가 어려운 곳이었습니다. 공진초등학교 부지는 서울시교육청 소유이며 도시계획법상 학교용지로 지정돼 있기 때문에 교육청이 이를 양도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진초는 '부지 확보 가능규모'에서 만점을 받으며 최적지로 평가받았습니다.

또 보고서는 "공진초등학교 부지가 서울의 서쪽으로 편중되어 있어서 서울의 각 지역 및 주변도시와의 인접성은 다소 미흡하다"면서도 인접성 항목에서 후보지 가운데 두번째로 높은 점수를 부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서울시교육청이 원안대로 특수학교를 짓겠다고 하면서 한방병원 건립 계획은 사실상 올스톱됐습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지난 3월 공진초 터에 특수학교를 세울 예정이라는 입장을 서울시교육청에서 통보받았다"며 "현재로서는 국립한방병원 설립여부나 부지 관련해 정해지거나 (논의가) 진척된 것이 없고 설립자체가 안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결과물 자체가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을 내비친 것입니다. 혈세 수억원을 들여 보고서를 작성한 목적이 무엇이냐는 비판이 제기될만한 대목입니다.

이렇게 작성된 보고서는 결과적으로 지역주민 간 갈등을 부추기는 원인이 됐습니다. 특수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강서구주민측은 지금도 복지부의 연구용역 결과를 근거로 들며 국립한방병원을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 지키지도 못할 특수학교 설립 약속, 교육부

장애가 있는 학생들을 위해 특수학교를 대폭 늘리겠다는 교육부의 계획 역시 '공염불'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 2012년 당시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는 매년 늘어나는 장애학생의 교육권 보장을 위해 특수학교와 특수학급을 대폭 신·증설한다고 밝혔습니다. 기자들을 상대로 보도자료까지 배포하며 홍보 계획을 대대적으로 알리기도 했었습니다.

당시 교육과학기술부는 "특수학교와 특수학급을 조기에 신·증설해 장애학생이 거주지역에서 장애유형과 정도에 적합한 특수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학급당 법정정원을 초과하는 과밀 특수학급의 문제를 해소하여 특수교육의 질을 향상시킬 계획"이라고 취지를 밝혔습니다.

교육부가 당시 작성한 특수교육 운영계획에 따르면 향후 3년 간(2012~2014) 특수학교 21개교와 특수학급 2300여 학급을 신·증설하겠다는 내용이 나와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특수학교 2012년 3개교→2013년 7개교 →2014년 11개교를 늘려 3년 간 총 21개교를 짓겠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교육부는 특수학급 역시 2012년 797학급→ 2013년 795학급→2014년 795학급씩 늘려 3년 간 2300여학급을 늘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취재 결과 3년 간 특수학교와 학급 신설은 목표치보다 턱없이 부족한 절반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수학교는 2012년 6개교, 2013년 4개교, 2014년 1개교가 늘어나는데 그쳐 3년간 총 11개교가 새로 생겼는데 이는 당초 약속한 21개교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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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학급을 늘리겠다는 목표는 절반도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교육부는 2300여학급을 늘리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제로는 940여개 학급이 늘어나는데 그친 것입니다. 장애학생과 학부모들을 상대로 지키지도 못할 공수표를 남발한 셈이 됐습니다. 매년 목표 달성에 실패를 거듭한 탓인지 지난 2015년부터는 특수학교 신설 목표치가 대폭 줄어들었습니다. 비난이 커지자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3일 "특수학교를 2022년까지 향후 5년간 18곳을 신설해 특수교육 여건을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실현 가능할지는 미지수입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에서 설립계획 자체는 지자체 시·도교육감이 학생 수를 고려해서 세우고 있고 교육부는 큰 틀에서 (그런쪽으로) 방향이 갈 수 있도록 통제하고 있는 것"이라며 "시도교육청 관계자들과 상황을 얘기하고 현장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서도 정책연구를 통해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특수학교 건립을 위해) 사유지 매입할 때 다양한 어려움 있고 최근 강서구 특수학교 사례처럼 반대 여론에 직면하게 된다"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김정범 기자 / 조선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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