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커] 文 "근로시간 단축, 입법 안되면 행정해석으로 가능"

최초입력 2017-10-26 15:07:19
최종수정 2018-04-30 16:22:37
법률로 규정하는 게 가장 깔끔

Q: 문재인 대통령이 과로사회를 막기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을 당부하고, 노동계와의 대화에 나서면서 근로시간 단축 논의가 가열되는 모습입니다. 문 대통령은 24일 노동계와의 회동에서 "국회 입법을 통한 노동시간 단축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여의치 않으면 대법원 판결이나 행정해석을 바로잡는 등 여러 대안이 있다"며 노동시간 단축은 어떤 방식으로든 관철한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의 말처럼 입법이 아닌 행정해석을 변경하는 것만으로 현행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인가요?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 청와대에서 노동계를 초청해 만찬을 함께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김주영 한국노총위원장, 문 대통령, 허권 금융노조위원장, 이성경 한국노총 사무총장, 문성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 이날 민주노총 지도부는 불참했다.[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 청와대에서 노동계를 초청해 만찬을 함께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김주영 한국노총위원장, 문 대통령, 허권 금융노조위원장, 이성경 한국노총 사무총장, 문성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 이날 민주노총 지도부는 불참했다.[사진=연합뉴스]


A: 재계는 물론 여야 모두 근로시간 단축은 입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합니다. 앞서 대한상의(회장 박용만)는 근로시간 단축을 국회 입법을 통해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 등 야권 지도부 역시 문재인 대통령의 근로시간 단축 문제에 대해 "입법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고용노동부는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이 불발될 경우 차선책으로 행정해석 변경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입니다.

현행 근로기준법(50조·51조)에 따르면 "1주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돼 있습니다. 다만 예외적으로 12시간 많은 52시간까지 인정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간 정부가 노동시간을 계산하는 근로일 일수에 휴일을 포함하지 않으면서 시작됐습니다. 정부는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이후 '휴일 근로시간은 연장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행정해석을 내리면서 현장에서는 주간 노동시간 한도인 평일 5일 동안 52시간(법정기준근로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에 별도로 토·일요일 8시간씩 휴일 근로시간 최대 16시간을 더해 68시간 근로가 가능해진 것입니다. 1주일을 7일이 아닌 5일로 해석하면서 장시간 근로를 뒷받침한 셈입니다.

문 대통령의 제안은 행정해석으로 주간 노동시간을 평일만이 아닌 휴일까지 포함시킴으로써 기존 총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방향입니다. 여당은 이번 정기국회가 입법 마지노선으로 보고 올해 정기국회까지도 해결되지 않으면 정부가 나서서 정리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이 경우 법적분쟁이 불가피합니다. 일주일을 평일 5일만을 따져 계산한다면 휴일 노동시간은 주 노동시간과 별도로 인정돼 휴일수당만 발생하고 초과수당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반면 일주일을 휴일까지 포함한 7일로 계산한다면 40시간을 초과한 휴일 노동에 대해선 휴일수당과 초과수당이 함께 발생합니다.

이와 관련해 2010년부터 노조는 '휴일근로도 연장근로이니 100%의 추가수당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잇달아 제기하는 등 법정 분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주 40시간을 초과한 휴일 노동에 대해 중복 가산된 수당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내 대다수의 하급심은 원고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현재 10여 건이 대법원에서 계류 중인 상태입니다.

노동시간이 명확히 정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기존 행정해석이 잘못된 것으로 최종 판단되면 '주 40시간 초과 휴일 노동분'에 대한 초과수당을 미지급한 기업들은 임금을 체불한 것이 됩니다. 또 52시간을 초과근로한 기업은 처벌의 대상이 됩니다.

이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소득감소와 기업의 인건비 증가를 어떻게 해결하는지도 관건입니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소득감소 없는 근로시간 단축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고 기업 입장에서는 추가 고용에 따른 인건비 부담 때문에 이를 수용하기 어려운 만큼 노사갈등이 촉발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언급했던 행정해석 변경으로 노동시간이 단축되면 법적 분쟁 증가 등 사회적 혼란이 예상되는 만큼, 입법을 통해 정교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박사는 "노동시간 68시간을 허용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만큼 입법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다만 한꺼번에 시간을 줄이면 충격이 있는 만큼 납기가 가까울 때 유연하게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탄력시간근로제 등을 적극 활용하면 추가 8시간 특별연장근로도 굳이 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이 시대적인 과제인데 국회가 정파에 휘둘려서 이런 흐름에 역행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2015년 '9·15 노사정합의'가 이뤄진 바 있습니다. 이 합의는 급격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업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일정기간 특별연장근로(주당 8시간)를 허용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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