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커] 文 "비노조도 노사정 참여방법 강구하라"…어떤 방법 있나

최초입력 2017-11-02 14:53:15
최종수정 2018-04-30 16:22:30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0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0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Q: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전체 노동자의 90%에 달하는 비조직 노동자들을 어떻게 사회적 대화에 참여시킬 것인지 그 방안을 강구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면서 한 모두발언이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경제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노력에 더해 노사정이 모두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가 꼭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노조에 속하지 않은 비조직 노동자들도 노사정 대화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과연 있는 걸까요?



A: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비조직 노동자의 사회적 대화 참여가 필요하다며 꾸준히 주장해왔습니다.
노조 조직률이 10%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비조직 노동자들이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지 못한다면 실질적인 사회적 대타협을 이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주요 선진국에서도 노조 조직률은 꾸준히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조직된 노동자와 비조직 노동자 간에 극단적인 '이중 노동시장'이 나타나는 경우는 드뭅니다. 선진국의 제도를 바탕으로 비조직 노동자를 대변할 수 있는 제도정 장치들을 알아보겠습니다.

◆노조 없어도 단체협약 적용

지난 4월 27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귀족노조'에 대한 질문을 받은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 노조 조직률이 10%밖에 되지 않는다. 세계에서 가장 낮다"며 "다른 나라들은 노조 조직률이 낮은 경우에도 단체협약의 적용률을 높여서 노조에 가입되지 않은 노동자들도 단체 협약의 적용을 받게 하는 그런 제도들이 활발한데 우리는 단체협약 적용률도 10%밖에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습니다.

즉 최근 들어 세계적으로 노조 조직률이 낮아지는 것은 산업 구조조정과 빠른 기술 변화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선진국에선 노조에 가입하지 않아도 노조가 사측과 한 단체협상 결과를 대부분의 노동자가 똑같이 적용받습니다. 이를테면 프랑스는 노조 조직률은 10% 정도에 불과하지만 단체협상 적용률은 90%에 달합니다. 단체협상 적용을 받지 않는 업종은 정보기술(IT) 분야의 신기술이 막 개발되거나 새로운 직업이 생겨나는 등 아주 예외적인 사례에 한정됩니다.

노조에 가입하나, 가입하지 않나 임금 인상을 똑같이 적용받기 때문에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굳이 노조에 가입할 필요가 없게 되는 것입니다. 다만 프랑스의 경우 이는 '역사적 관행'으로 정착된 것인데, 한국은 단체협약의 적용을 법으로 강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결국 노조가 없는 사업장의 사업주들이 단체협약 결과를 따르도록 동의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노동자판 상공회의소' 노동회의소 설치

문 대통령이 90%의 비조직 노동자들을 위해 제시한 가장 큰 공약은 '노동회의소' 설치입니다. 문 대통령은 같은 방송기자협회 토론회에서 "한편으로는 10%밖에 되지 않는 노조 조직률을 높여 나가며, (다른 한편으론) 비조직 노동자들도 노동회의소 등을 통해서 자신들의 의견을 대변할 수 있는 그런 장치들을 마련해주는 것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노동회의소란 무엇일까요. 기업과 상공인 등 사용자들의 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는 들어보셨을 겁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등과 함께 재계를 대표하는 4개 단체 중 하나로 꼽히는데요. 이런 법정 사용자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에 상응하는 개념인 노동회의소는 전체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법정 노동단체를 뜻합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1일 근로자의 날을 맞아 "비정규직, 특수고용 노동자 등 일정 기간 고용보험 납부 실적이 있는 90%의 노조 미가입 노동자를 지원하기 위해 노조를 대신할 수 있는 '한국형 노동회의소'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노동회의소 구상이 현실화하면 양대 노총 중심인 노동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노동회의소는 기존 노조 입장에서 일종의 '경쟁자'가 출현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기존 노동을 대변해온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문 대통령의 '노동회의소' 설치 공약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보여왔는데요.

한국노총은 "기존 노조와 상호 보완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노동회의소 설치에 긍정적 입장이지만, 민주노총은 "헌법과 법률이 규정한 노조 이외의 법정 노동단체를 구성하려는 발상은 결국 노조 자체를 약화시킨다"며 반대해왔습니다.

◆'청년유니온' '알바노조' 등 미가맹 노동운동조직

지난달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노동계 인사들과의 만찬에는 양대노총 중 민주노총이 불참한 가운데, 한국노총과 함께 다소 특이한 노동계 인사들이 참여했습니다. 바로 양대노총에 소속되지 않은 미가맹 노조도 이번 만찬에 초대된 건데요. 청와대는 특히 "청년유니온과 사회복지유니온 등은 노동취약계층의 권익을 위해 활동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이 중 청년유니온은 대한민국 최초의 세대별 노조를 표방한 단체로 가입 자격은 15~29세입니다. 청년유니온은 현재 2000명 정도가 가입해 있으며, 특정 기업에 소속된 노조가 아니기 때문에 청년 노동자 전체를 대변해 정부와의 사회적 교섭을 목표로 하는 단체입니다. 청년유니온은 이미 '피자 30분 책임 배달제 폐지' 등 비조직 청년들을 대변해 여러 가지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낸 바 있습니다.

청년유니온과 함께 비조직 노동자를 대변하는 조직으로는 '알바노조'가 있습니다. '아르바이트 노동조합'의 줄임말인 '알바노조'는 주로 편의점 등의 알바 노동자의 소외된 현실을 폭로하는 활동에 주력하고 있는 단체입니다. 최근엔 서형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함께 편의점 노동자 40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이고 전체의 54%가 폭언·폭행을, 12.9%가 성희롱·성폭력을 경험했다는 자료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미가맹 노조는 직접 노동자들이 선택해서 선출하지 않은 극소수의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한 단체이기 때문에 항상 대표성의 문제가 나타납니다. 결국 어느 단체를 선택해서 사회적 대화에 참여시키느냐를 두고 또 다른 정치적 논란과 갈등의 소지가 있어 보입니다.

◆'징벌적 손해배상' 등 민사적 규제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는 것과는 별개로 노조가 없는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기업에 대한 노동자 한 사람 한 사람의 대항력를 강화하는 방안도 있습니다. 즉 '민사적 규제'를 강화하는 방법 자체가 중요한 대안입니다.

호주에서는 기업의 '악의적인, 대규모, 체불 임금' 등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얼마 전 모 기업의 알바 노동자 착취 사건은 정부가 개입하기 전까지 노동자의 피해 보상이 쉽지 않습니다. 문제를 제기하면 사측으로부터 해당 노동자가 해고 위협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호주에서는 노조가 없어도 민사적 방법을 통해 징벌적 배상제를 믿고 사측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게 됩니다. 즉 미국이나 호주가 택하고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미조직 노동자 입장에서도 기업의 횡포에 맞서 싸울 강력한 인센티브가 되는 셈입니다.

다만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이 기업에 대한 소송을 남발하게 만들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재계 측의 오랜 반대 논리를 어떻게 극복할지가 관건으로 보입니다.

[윤범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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