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커] 박지원 "바른정당은 국민의당과 혈액형 다르다"

[레이더P] 호남의원들과는 다르지만 안철수 대표측과는 비슷

최초입력 2017-12-29 17:11:02
최종수정 2018-01-02 09:5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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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전 대표[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박지원 전 대표[사진=연합뉴스]
Q: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박지원 전 대표가 혈액형을 가지고 논쟁을 벌여 화제가 됐습니다. 시작은 박 전 대표가 했지요. 지난 25일 자신의 SNS에 '바른정당은 국민의당과 혈액형이 다른데 어떻게 수혈할 수 있냐'고 한 데서 시작된 논쟁입니다. 이어 27일 안 대표가 라디오에서 "수혈이 가능한 혈액형도 있다. 예컨대 O형은 A·B형에 수혈이 가능하다"고 맞섰습니다. 이에 27일 박 전 대표는 다시 SNS에 글을 올려 자신의 일반론적인 정치용어에 "전문가답게 반박하셨네요"라며 "초딩 취급하시는 안 대표의 언행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고 불쾌함을 표시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정치적' 혈액형이 다른 걸까요?

A: 박지원 전 대표가 언급한 '혈액형'은 물론 생물학적인 혈액형을 말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여기에 A, B, 0형을 들어 반박한 안 전 대표의 답변 역시 정치적 은유로 해석하는 것이 합당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우선 ‘혈액형'이란 표현에는 정책적 성향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부의 적극적 역할, 복지를 강조하는 진보와 시장, 기업의 자율을 강조하는 보수를 기준으로 본다면 국민의당은 다소 온건한 진보성향이고, 바른정당은 온건한 보수성향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대선 당시 안 대표는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를 표방했고,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 역시 경제적으로는 진보에 가까웠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공무원 증원 정책에 반대한다는 점은 두 당 모두 동의하고 있습니다. 다만 대북정책에 있어서는 국민의당이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적극 계승하겠다고 밝힌 반면, 바른정당은 햇볕정책과는 다소 거리를 두고 있다는 점이 차이라면 차이입니다.

하지만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국민의당 의원들이라고 당장 햇볕정책으로 돌아가자고 주장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결국 정책적으로 두 정당의 차이는 크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두번째로는 바른정당이 이른바 '적폐세력'인지 여부입니다. 통합 반대파 의원들은 "안철수 대표가 당을 적폐 쪽으로 이끌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일부 의원들은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적폐세력과 손잡는 것이라고 격하게 비난하기도 합니다.

'적폐'는 지난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농단에 협력한 세력을 말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유승민 대표 역시 한때 박근혜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유 대표는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 박 전 대통령과 각을 세우다가 공천이 배제되는 '고초'를 겪기도 했습니다. 또한 바른정당 의원들은 대부분 새누리당 시절 탄핵에 적극 동참했던 인사들입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같이 통과시킨 동료 의원들을 적폐라고 부르는 것이 합당할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입니다.

세번째로는 바른정당 소속 의원들의 '출신'을 들 수 있습니다. 정치인에게 출신이란 정치를 하기 전에 가졌던 직업이나 가족적 배경, 정치를 하게 된 계기 등을 들 수 있습니다. 박 전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당 호남의원들은 주로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발탁되거나 정치를 함께 한 '민주화 세력' 출신입니다. 또한 지역적으로는 호남 출신이 다수입니다.

그렇다면 바른정당 의원들의 출신성분은 무엇일까요. 바른정당에 잔류한 의원 11명의 출신을 거칠게 분류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유승민 - 교수출신 (2세 정치인)
이학재 - 인천 구청장 출신
이혜훈 - 교수출신
정병국 - 김영삼 전 대통령 총재 비서관 출신
김세연 - 부산 기업인 출신 (2세 정치인)
박인숙 - 대학교수 출신, 의사
오신환 - 시의원 출신
유의동 - 국회 보좌진 출신 (2세 정치인)
정운천 - 전 농림부장관
지상욱 - 교수, 이회창 전 총재와 인연
하태경 - 북한민주화운동가 출신

전체적으로 교수나 고위관료, 기업인 출신이 많고, 부친이 국회의원, 도의원 등을 지낸 2세 정치인들도 많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바른정당 의원들의 출신성분이 주로 보수적 엘리트 계층임을 의미합니다. 출신 지역 역시 호남이 지역구인 정운천 의원을 제외하면 거의 영남과 수도권 출신이 다수입니다. 어쩌면 이런 출신배경이야말로 박 전 대표가 말하는 '혈액형'에 부합하는 측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의당에도 서울 중구가 지역구인 정호준 전 의원처럼 정일형-정대철 전 의원으로 이어지는 3세 정치인이 있습니다. 또한 이런 '엘리트, 전문직' 성향의 출신성분은 안철수 전 대표와는 유사성이 많습니다. 안철수 대표는 부산 출신으로 의사 집안에서 태어났고 서울대를 나온 기업인 출신입니다. 전형적인 한국사회 주류 엘리트인 셈입니다. 즉 바른정당 의원들은 호남 의원들과는 '혈액형'이 다르지만, 안 전 대표와는 비슷한 혈액형을 가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바른정당과 혈액형이 다르다'는 박 전 대표의 주장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주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호남 의원들과는 다소 혈액형이 달라보이지만, 안 전 대표와는 유사한 혈액형을 지닌 것으로 해석됩니다. 국민의당 호남의원들의 딜레마는 애초에 혈액형이 다른 안 전 대표와는 당을 같이했으면서 이제와서 안 대표와 비슷한 혈액형을 지닌 바른정당과의 통합은 반대한다는 점입니다.

[윤범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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