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커] 美와 北이 말한 `핵버튼`…핵무기 발사체계는

[레이더P] 美 핵버튼 아닌 핵가방…北 외교적 수사 가능성

최초입력 2018-01-04 17:42:36
최종수정 2018-01-05 14: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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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북한의 김정은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핵단추'를 두고 한바탕 힘자랑을 벌였습니다. 1일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핵단추'를 언급한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2일 트위터를 통해 "고갈되고 식량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는 그의 정권의 누군가가 (김정은에게) 나에게도 핵버튼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길 바란다. 그의 것보다 훨씬 크고 강력한 데다 작동까지 한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김정은의 책상에 달린 핵단추는 무엇을 말하나요. 어떻게 작동하는 것인가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해 11월30일 백악관 국가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식에서 미소짓는 모습(왼쪽)과 북한 김정은이 지난 1일 평양에서 신년사를 발표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해 11월30일 백악관 국가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식에서 미소짓는 모습(왼쪽)과 북한 김정은이 지난 1일 평양에서 신년사를 발표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A: 북한이 실제로 핵을 개발했는지 여부는 아직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핵무기 발사체계가 어느 정도 알려진 미국의 경우부터 알아보겠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한다면 책상 위에 버튼이 달려 있는 건 아닙니다.

미국의 한 기자가 트위터에 올린 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집무실 책상에는 빨간색 버튼이 있긴 하지만 이는 핵버튼이 아니라 콜라를 먹고 싶을 때 비서를 부르기 위한 호출 버튼이라고 합니다.

◆핵풋볼과 비스킷

하지만 책상 위의 '핵버튼'이 아니라고 해도 핵을 발사할 수 있습니다. 이른바 '뉴클리어(핵) 풋볼(Nuclear Football)'로 불리는 핵가방이 미국 대통령을 항시 따라 다니기 때문입니다. 이 '핵가방' 시스템은 핵전쟁 직전까지 간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부터 갖춰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무게 20㎏의 검은 서류가방처럼 생긴 핵가방에는 핵공격 매뉴얼과 암호가 들어 있는데요. 군사보좌관은 대통령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 밀착 수행하며 핵가방을 들고 다닙니다. 또한 대통령 유고에 대비해 부통령에게도 핵가방이 배정돼 있다고 합니다.

핵가방을 열어보면 대통령의 핵공격 옵션이 적힌 문서철인 '블랙북(Black Book)'과 통신장치, 안전벙커 리스트, 행동지침 등이 담겨 있습니다. 공격 대상으로는 적국의 핵과 그외 대량파괴무기, 군산업 시설, 지도자와 그의 은신처 등 3가지가 명시돼 있다고 합니다.

만약 북한이 미국을 향해 핵무기를 발사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 핵가방을 열어 북한의 어느 지역을 어떤 종류의 핵무기로 타격할지 결정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또한 미국의 대통령은 핵무기 발사명령 인증코드가 담긴 보안카드인 '비스킷(biscuit)'을 늘 휴대한다고 합니다. 핵공격을 개시하려면 국방부 관계자들에게 비스킷에 기록된 인증코드를 제시해야 하는데요. 대통령으로서 자기 신원부터 증명한 뒤 국방부 워룸에 있는 국방부 및 전략사령부 관계자들에게 핵공격 개시 명령을 전달하게 되는 겁니다.

이는 몇 분 안에 핵무기 발사명령인 '긴급행동지령(EMA)'으로 변환돼 지휘체계를 통해 전파되는데, 대통령의 인증코드가 입력되면 되돌릴 방법이 없으므로 사실상 핵버튼과 같은 효과를 지닙니다.

결국 '책상 위의 핵단추'는 아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몇 분 만에 북한을 핵으로 공격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셈이니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 거짓이라고 볼 수도 없습니다.

◆발사버튼과 폭발버튼

그렇다면 북한은 어떨까요. 북한의 핵무기 발사 시스템은 아직까지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최근 영화 '강철비'에선 북한의 최고지도자(1호)가 시계의 형태로 핵무기 발사용 암호 발생 장치를 몸에 휴대하고 다니는 것으로 나오기도 했지만, 모두 영화적 상상력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북한이 핵개발의 롤모델로 삼았던 구소련이 어떻게 핵을 관리했는지를 살펴보면 참고가 될 수도 있습니다. 구소련에서 실제로 핵무기가 발사돼 폭발하기까지는 여러 단계의 버튼이 눌려야 했는데, 버튼 하나하나는 고도의 정밀 프로그램으로 잠겨 있었다고 합니다.

핵무기의 열쇠는 크게 두 분야로 나뉩니다. 하나는 '발사버튼'이며 다른 하나는 '폭발버튼'입니다. 구소련 전략핵무기의 경우는 약 12개의 열쇠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먼저 가방 형태로 된 최초의 열쇠(제1버튼)는 소련 소멸과 더불어 고르바초프에게서 옐친으로 넘겨졌습니다. 지금은 푸틴 대통령이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미국 대통령의 '핵가방'과 비슷한 까만 가방에 들어있는 암호박스가 바로 제1버튼인 셈입니다.

두 번째 열쇠는 구소련의 국방장관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후에는 점차 계급순으로 내려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의 현장 담당 장교에게까지 마지막 버튼이 넘겨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하나만 빠져도 ICBM은 발사되지 않는 겁니다.

또한 발사된다고 해도 핵폭탄이 폭발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단순히 땅에 떨어지면서 외부 충격에 의해 폭발하는 일반 폭탄과는 달리 핵무기는 또다시 폭발버튼이 눌려야 실제로 폭발한다고 합니다.

다만 ICBM에 실어서 발사하는 전략핵무기와 달리, 전술핵무기(단거리미사일의 핵탄두, 야전포의 핵, 핵지뢰 등)는 조금 상황이 다릅니다. 여기도 잠금열쇠는 3~5개 정도 있어 군사령관 군단사령관 사단장 등의 명령을 거쳐야 했습니다. 이는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 등과 비슷하지만 옛 소련에는 독특한 핵무기 관리시스템이 있었습니다. 바로 핵버튼에 소련의 정보기관인 KGB가 관련돼 있었다는 점입니다.

당이 군 위에 있는 공산주의 국가의 특성상 전술핵무기의 탄두와 폭탄은 평소 KGB가 보관하고 유사시에 군의 각 부대에 넘겨주는 시스템을 갖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옛 소련 전술핵무기의 암거래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전문가도 있었습니다.

다만 북한의 핵무기가 어떤 방식의 발사시스템을 갖췄을지는 전혀 알려진 바 없기 때문에 이런 소련식의 다양한 안전장치를 갖추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 어떤 정부 조직보다 '백두혈통'의 가계를 중시하는 북한 정치의 특성상 정말 김정은의 책상 위에 유사시 핵을 발사할 수 있는 '단추'를 설치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핵무력이 완성되었다는 것 자체가 북한의 일방적 주장이기 때문에 신년사에서 언급한 '책상 위의 핵단추'는 여전히 미국을 협상에 끌어내기 위한 '외교적 카드'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윤범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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