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커] 靑 "리비아식 해법도 사실상 단계적 비핵화"

[레이더P] 핵 포기 선언→美 연락사무소→핵 사찰→제재 해제→핵 폐기 완료→대사관 설치

최초입력 2018-04-06 14:50:46
최종수정 2018-04-18 16:5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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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평안북도 영변 핵단지에 있는 냉각탑으로 2008년 6월 TV화면에서 캡처한 사진. 미국 언론은 3월 28일(현지시간)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최근 영변 핵시설에서 북한의 새로운 원자로가 몇년에 걸친 공사 끝에 시험 가동되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북한 평안북도 영변 핵단지에 있는 냉각탑으로 2008년 6월 TV화면에서 캡처한 사진. 미국 언론은 3월 28일(현지시간)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최근 영변 핵시설에서 북한의 새로운 원자로가 몇년에 걸친 공사 끝에 시험 가동되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사진=연합뉴스]
Q: 지난 3일 청와대 관계자는 "리비아식이 선비핵화 후보상이라고 알려졌는데 실제로는 몇 단계를 거쳤다"며 "리비아식이라고 해서 완전한 폐기가 끝난 뒤 일괄 보상이 아니다"고 강조했습니다. 리비아 역시 단계적 비핵화 과정을 거쳤고 각 단계마다 미국 등으로부터 보상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북핵 폐기 후 제재 완화나 보상'을 하는 방식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거친 후 제재 완화 및 보상을 하는 방식이 북한에 적용하기 힘들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기도 합니다.
청와대 관계자의 말처럼 리비아의 비핵화 과정이 단계별 핵 폐기 방식이었다고 볼 수 있나요. A: 앞서 미국은 리비아식 해법을 언급하며 북한의 '선핵폐기, 후보상'을 언급했습니다. 핵 포기에 합의한 후 이를 철저히 검증해 모든 핵 물질을 제거하는 일괄 타결 방식을 강조한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 3일 청와대 관계자는 "리비아 비핵화 때도 제재 완화, 이익대표부 개설, 연락대표부로 격상, 공식 수교, 대사관 격상 등 중간 단계가 있었다"고 반박했습니다. 리비아식도 완전한 핵 폐기가 끝난 뒤 일괄 보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리비아·미국 간의 수교 과정을 보면 단계별 비핵화를 통해 절충점을 찾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동시에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이뤄나갔습니다.

당시 미국의 리비아식 해법에는 구체적인 경제적 보상 내용은 담겨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집니다. 다만 리비아를 국제무대에서 정상국가로 대우해주고 체제와 안전을 보장해주는 데 방점을 찍었습니다.

2004년 당시 미국 국무부 군축 및 국제안보 담당 차관이었던 존 볼턴은 "리비아의 교훈은 핵무기를 포기하겠다는 전략적 선택으로 정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진행 과정은 크게 보면 약 6단계로 요약됩니다. 2003년 12월 리비아 최고지도자 무아마르 카다피는 핵무기를 비롯해 대량살상무기(WMD) 포기 선언을 했습니다. 이후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CTBT)에 가입했고 2004년 4월 연락사무소를 개설해 부분적 외교 관계를 구축했습니다.

2004년 8월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핵 사찰을 받았고 이후 핵무기 관련 장비와 각종 서류까지 넘겨 미국으로 보냈습니다. 한 달 뒤인 9월 미국은 대리비아 제재를 해제했습니다. 이후 2005년 10월 리비아는 핵 폐기를 완료하기에 이릅니다.

리비아의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진 이후 2006년 미국은 리비아와 국교 정상화 조치를 취하고 테러지원국 명단에서도 삭제했습니다. 그해 5월에는 미국대사관을 설치해 전면적인 외교 관계를 구축하는 등 단계를 밟아 나갔습니다.

비록 2011년 리비아 내전으로 카다피가 사망했지만 당시 미국이 카다피 정권에 대한 보장을 해줬기에 협상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었습니다. 이를 북한에 적용한다면 김정은 정권의 생존을 보장해야 하는 동시에 북한이 지속적인 경제 회생을 할 수 있도록 경제적 이득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반대급부로 미국은 북한 핵 제거,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유지를 얻어낼 수 있습니다.

리비아의 핵 포기 배경으로는 미국과 유엔으로부터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테러 지원 혐의로 강력한 경제제재를 받았고 이로 인해 재정 부족과 경제침체 등 장기간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이 원인으로 꼽힙니다. 미국은 테러 지원, 대량살상무기 개발 혐의로 리비아에 대해 상품 교역은 물론 금융 거래 중단, 해외 자산 동결, 석유 부문 투자 진출 제한 등 포괄적인 제재 조치를 단행했습니다.

그러나 리비아식 해법은 한때 북핵 해결 방안으로 거론됐던 '우크라이나 해법'보다는 까다로운 조건이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1991년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은 상황에서 비핵화의 대가로 안전 보장에 획기적인 경제 지원까지 얻어낸 바 있습니다.

반면 리비아는 핵 폐기 선언의 대가로 직접적 금전적 보상을 약속받은 게 없었습니다. 단계별 경제 지원을 염두에 둔 북한은 이 같은 조건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한편 미국이 북한을 향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를 주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2004년에도 미국은 북한에 리비아식 핵 폐기를 강조하며 CVID 핵 폐기를 뼈대로 고농축우라늄(HEU) 문제 해결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사찰은 IAEA가 수행하되 스스로 HEU 관련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는 조건도 내걸었습니다. 핵 사찰을 통해 북한의 HEU 프로그램을 폐기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입니다.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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