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읽기] 安은 중도인가 보수인가…개혁정당?

[레이더P] 정체성 불투명…차라리 미래세대 표방해야

최초입력 2017-12-27 17:41:41
최종수정 2017-12-28 14:5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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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바른정당 원외 지역위원장들의 초청으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해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와 대화를 하고 있다.[사진=김호영기자]이미지 확대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바른정당 원외 지역위원장들의 초청으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해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와 대화를 하고 있다.[사진=김호영기자]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추진 중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7일 오후 국회에서 바른정당 원외위원장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했다. 안 대표는 인사말에서 "통합을 위한 두 가지 단계를 이미 통과했다"며 자신의 재신임을 묻는 전당원 투표가 당무위원회를 통과했고, 전당원투표를 막기 위한 가처분신청은 기각됐다고 설명했다.

27일 오후까지의 투표율은 지난 전당대회 투표율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통합 반대파들이 '나쁜투표 거부운동'을 진행 중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투표율이 예상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런데 안 대표가 만들고자 하는 통합정당은 중도일까, 보수일까. 아니면 제3의 무엇일까. 막상 중요한 '정체성'은 아직 미지수다.
◆사라진 극중주의? 안 대표는 당초 새 정당의 정체성으로 '중도'에 무게를 뒀다. 당 대표 출마 시에도 '극중주의(極中主義·Radical Centrism)'를 표방하며 강력한 중도정당을 건설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추진한 이후에는 안 대표의 언급에서 '극중주의'란 말이 사라졌다. 낯설고 새로운 개념에 대한 거부감도 있지만 '보수'를 표방하는 바른정당과 통합을 추진하면서 이념적 색채를 강하게 드러내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지난 22일 통합에 찬성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보수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통합은 있을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새누리당을 탈당한 명분인 '보수의 혁신'이란 가치는 놓칠 수 없다는 것.

하지만 이런 유 대표의 입장은 국민의당 내 통합 반대파에겐 호재로 작용했다. 유 대표의 '보수 정체성론'이 알려지자 박지원 의원은 "안 대표가 확실하게 답해야 한다"며 안 대표를 압박했다. 안 대표의 통합 추진에 찬성하는 한 최고위원도 "당령을 만들 때 '보수'라는 말은 넣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거부감을 드러냈다.

◆중도도 보수도 아닌 그냥 개혁연대?

안 대표는 최근 '개혁'이란 슬로건을 쓰고 있다. 전당원투표 첫날인 27일 오전 기자회견에서도 통합정당의 의미를 "전국에 걸쳐 남녀노소의 고른 지지를 받는 개혁정당의 출현"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바른정당은 개혁가치에 충실한 11명 의원의 젊고 단단한 정당이며 수도권과 영호남에 고르게 지지를 확보한 정당"이라고 평가하면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상호 보완적인 매력을 갖고 있으며, 힘을 합쳐 새 길을 열어가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인터뷰에선 "국민의당은 합리적인 진보에서 출발했고, 바른정당은 개혁적인 보수에서 출발했다"면서 "그래서 둘이 합하면 바로 합리적인 개혁 세력이 양 날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즉 '합리적 개혁세력 연대론'을 제시한 것이다.

바른정당에서 통합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하태경 최고위원도 레이더P와 만나 "유승민 대표는 보수 중에선 가장 왼쪽"이라며 "(정책적으로는) 두 당이 무슨 차이가 있나"라고 반문했다. 때문에 "(중도나 보수가 아닌) '개혁대연합론'을 제시했다"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개혁'이란 가치는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 이후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모두 표방해온 가치였다. 자칫 이도 저도 아닌 것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차라리 '미래세대' 정당은 어떤가

정당이 표방하는 가치는 정책의 일관성을 확보하고 정치에 예측가능성을 부여한다. 하지만 안 대표는 정치에 뛰어든 이후 '새 정치' '진보적 자유주의' '극중주의' 등 다양한 가치를 주장했다. 이번에도 '내년 지방선거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현실적 필요가 '합리적 개혁'이란 가치를 압도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는 한국 정치의 이념 지형이 정의당(진보)부터 자유한국당(보수)까지 횡적으로 이미 빈틈없이 꽉 채워져 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이념이 아니라 세대에 방점을 둔 정체성은 어떻까. 산업화세대(자유한국당)과 민주화세대(더불어민주당)가 아닌 미래세대를 지지기반으로 하는 세대정당을 표방하는 방안이다. 정체성을 이념이란 횡축이 아닌 세대라는 종축에서 찾아보면 의외로 한국 정치에 적지 않은 블루오션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승리를 거둔 원동력이기도 하다.

물론 이를 위해선 통합정당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대대적으로 청년후보를 공천하고 미래세대를 위한 각종 정책과 공약을 선보이는 등 진정성 있는 행보가 뒤따라야 한다. 그것이 청년들의 적극적 지지를 받았던 '안철수 현상'의 초심으로 돌아가는 길이기도 할 것이다.

[윤범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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