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과백] 같은 팩트 다른 뉴스…신고리5·6호기 공론화위 논란

최초입력 2017-10-18 16:42:16
최종수정 2018-04-27 15:20:04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은 객관성과 관계없이 주관대로 믿는 현상을 말합니다. 자신이 보고 싶고, 믿고 싶고, 듣고 싶은 정보만 접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듯합니다. 지난해와 올해 최순실 게이트, 조기 대선 등 큰 정치적 고비를 거치면서 더욱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뉴스 역시 확증편향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특정 방향성을 지닌 뉴스가 판치고 있는 겁니다. 정치적 편향성과 과도한 이념 매몰에서 벗어나 객관적 관점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그래서 나옵니다.
그래서 레이더P가 시도합니다. 주요 이슈를 특정 방향에서 바라보는 '흑과 백'입니다. 같은 팩트를 다루지만 해석과 분석이 완전히 다른 두 개의 뉴스, 즉 비판적으로 다룬 흑뉴스와 우호적으로 다룬 백뉴스를 '노골적으로' 소개합니다. 선택은 독자들의 몫입니다.

이번 순서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논란입니다.

긴장감 흐르는 신고리 5·6호기 현장[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긴장감 흐르는 신고리 5·6호기 현장[사진=연합뉴스]
◆흑뉴스

"전문성·대표성·책임성 부족한데…왜 도입?"


신고리 원자력발전 5·6호기의 운명을 가를 공론화위원회의 시민참여단 활동이 끝났다. 공론화위가 17일부터 정부에 전달할 최종 권고안을 작성한다. 권고안은 20일 발표된다.

그러나 중요한 국가의 정책결정을 임의 단체에 사실상 위임한 공론화위 방식에 대해 여전히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공론화위의 정당성 논란은 전문성, 대표성, 책임성의 세 방향에서 나타난다.

먼저 공론화위원회는 처음부터 원자력 분야의 전문가들을 배제하고 일반적인 상식을 가진 시민들을 중심으로 위원과 시민참여단을 구성했다. 국내의 원전 전문가들이 한수원 등 '원전 마피아'에 의해 포섭된 '편향된' 인사들이라는 '전문가에 대한 불신'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공론화위원회가 아무리 집중적인 토론과 숙의의 과정을 거친다 해도 평생을 이 분야를 연구한 전문가들에 비해 고도의 전문성 있는 결정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최근 공론화위원회 측은 일부 정부 출연연구기관 소속 연구원의 토론회 등 공론화 관련 활동 참여를 허용하기도 했다.

둘째로 대표성은 이해관계의 당사자들 중 얼마나 많은 수가 적절하게 참여하는지에 달려 있다. 예를 들어 과거 참여정부 시절 전 정부가 결정한 부안 핵폐기장 건설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민란' 수준으로 확산하자 정부는 부안 핵폐기장 건설을 백지화하는 결단을 내렸다. 그리고 핵폐기장 유치에 다양한 혜택을 약속하고 이에 응모한 지역의 주민투표 찬성률이 가장 높은 지역이 방폐장을 유치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이런 방식은 주민들이 가장 많이 참여한 지역이 해당 시설을 유치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민주적인 대표성을 충족시킨 국가적 갈등 해결의 사례로 자주 인용되고 있다. 그에 비해 공론화위원회 방식은 신고리 5·6호기가 건설될 지역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방식이 아니다. 수백 명의 시민참여단이 집중적인 토론을 거쳤다 하더라도 이들은 여전히 지역 주민 전체에 비하면 소수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전 국민을 대표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공론화위원회의 결정이 대표성을 가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책임성'과 관련해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유 의원은 지난 15일 SNS를 통해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국가'가 아닙니다"라며 "우리는 왜 국민 세금으로 선거를 통해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선출해서 행정부와 입법부를 만듭니까"라고 반문했다. 유 의원은 "만약 대통령이 국가, 정부의 무한한 책임을 외면하고 공론화위원회의 권고를 정부의 최종 결정으로 받아들인다면, 이는 법치의 파괴이고 대통령의 직무유기"라고 경고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은 'The buck stops here!(내가 모든 책임을 지고 결정한다!)'라는 경구를 상기하시기 바란다"면서 "그렇게 해야 국가가, 정부가 제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론화위원회 논란은 문 대통령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백뉴스

"이미 검증된 새로운 민주주의 방식…왜 문제?"


신고리 5·6호기 건설의 운명을 좌우할 공론화위원회 활동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그런데도 공론화위원회 활동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비판이 공론화위 설치가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관련 법에는 시민참여단을 통한 공론화위의 결정이 명시돼 있다. 국무총리훈령(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공론화위는 "신고리 5·6호기 원자력발전소 건설 중단 여부에 관하여 공론화를 통한 결과를 도출"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는 시민배심원단을 구성하고 그들이 충분한 학습과 토론을 거쳐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공론화위원회 활동이 법적 근거가 없다는 주장은 오해이거나 정치적 공세에 불과하다.

또 공론화위의 책임·권한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출범 초기 정부와 공론화위가 서로에게 신고리 5·6호기 중단 여부 결정 권한을 떠넘기는 듯한 모습이 연출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결국 논란은 정부 쪽 인사들이 해명을 거듭하며 일단락됐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7월 31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책임과 결정의 주체라는 건 변함이 있을 수 없다"고 못 박았고, 청와대도 "공론화위가 어떤 결론을 내려주든 100% 수용하겠다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즉 시민참여단이 실질적인 결정을 하되 이로 인한 책임은 정부가 진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일반 시민들로 구성된 공론화위의 토론이 전문가들의 토론 못지않은 절차적 이론적 정당성을 가진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공론조사' 방식은 1988년 제임스 피시킨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제안한 여론수렴 방법이다. 국민 모두를 대표할 수 있게 표본추출한 소수의 시민들이 자료집, 전문가 강연 등 숙의 과정을 거친 뒤 생각이 숙의 전과 어떻게, 얼마나 달라졌는지 보는 것이 핵심이다.

일반 여론조사 응답자가 수동적이라면, 공론조사 참여자는 능동적이라는 측면에서 단순히 숫자만 많은 여론조사에 비해 비교우위를 가진다. 시민이 어떤 사안을 충분히 이해한 뒤 내리는 판단은 신뢰할 수 있고, 정책에도 반영할 수 있다는 믿음에 기반한 숙의 민주주의적 조사 기법이다.

공론조사 방식은 해외에서도 이미 효과가 입증된 바 있다. 몽골 정부는 지난 4월 6개의 헌법 개정안에 대한 일반 시민의 의견을 묻는 공론조사를 진행했다. 피시킨 교수는 "기존에 정당이 주장해온 내용과 전혀 다른 토론 결과가 나왔고, 조사 결과가 모두 헌법 개정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공론조사는 이 밖에도 해외 20여 개국에서 70여 차례 이상 진행됐다. 특히 에너지 정책을 결정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공론조사가 활용된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996년 미국 텍사스주가 실시한 각종 발전소 등 전기시설에 대한 공론조사나 2007년 미국 버몬트주의 미래 에너지 정책에 대한 공론조사, 2012년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누출 이후 원자력 관련 공론조사 등이 대표적이다. 선진국들이 숙의를 거친 시민에게 중대한 결정을 할 권한을 주고, 정부 또한 그 결정을 신뢰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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