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과백] 한일위안부 합의 재협상·폐기 주장

최초입력 2017-12-29 13:26:45
최종수정 2018-04-27 15:22:13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은 객관성과 관계없이 주관대로 믿는 현상을 말합니다. 자신이 보고 싶고, 믿고 싶고, 듣고 싶은 정보만 접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듯합니다. 지난해와 올해 최순실 게이트, 조기 대선 등 큰 정치적 고비를 거치면서 더욱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뉴스 역시 확증편향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특정 방향성을 지닌 뉴스가 판치고 있는 겁니다. 정치적 편향성과 과도한 이념 매몰에서 벗어나 객관적 관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그래서 레이더P가 시도합니다. 주요 이슈를 특정 방향에서 바라보는 '흑과 백'입니다. 같은 팩트를 다루지만 해석과 분석이 완전히 다른 두 개의 뉴스, 즉 비판적으로 다룬 흑뉴스와 우호적으로 다룬 백뉴스를 '노골적으로' 소개합니다. 선택은 독자들 몫입니다. 한일 위안부 합의를 폐기하거나 재협상해야 한다는 주장을 둘러싼 찬반 논란입니다.

외교부 장관 직속 "한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 오태규 위원장이 2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외교부 장관 직속 "한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 오태규 위원장이 2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백뉴스

흠결 확인 위안부 합의…日은 합의정신 지켰나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는 27일 보고서를 통해 2015년 한일 합의 당시 한국 정부가 위안부 지원단체를 설득하고 해외 소녀상 건립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비공개' 내용이 있었다고 밝혔다. 피해 당사자에게 의견을 제대로 묻지도 않고 졸속처리했다는 것이다.

보고서에는 "일본 쪽이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등 피해자 관련 단체를 특정하면서 한국 정부에 설득을 요청했고, 이에 한국 쪽은 일본 쪽의 희망을 사실상 수용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TF는 "한국 측은 또 해외에 소녀상·기림비 등을 설치하는 것을 한국 정부가 지원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성노예'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또 합의에 포함된 '불가역적 합의'라는 문구를 삭제해야 한다는 외교부의 의견을 당시 청와대가 묵살했던 사실까지 확인됐다.

위안부 합의의 핵심은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과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사죄로 요약된다. 하지만 일본 외상이 합의 직후 핵심 내용인 책임을 부정하고 아베 신조 총리까지 "피해자에게 사과 편지를 쓸 생각이 추호도 없다"며 사죄 의사를 부인한 바 있다.

28일 강원 횡성여자고등학교 중앙 현관에 평화의 소녀상이 당당한 모습으로 서 있다. 학생들이 지난 2개월간 모금활동을 하고 위안부 관련 스티커 판매수익금을 모아 세운 작은 소녀상이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28일 강원 횡성여자고등학교 중앙 현관에 평화의 소녀상이 당당한 모습으로 서 있다. 학생들이 지난 2개월간 모금활동을 하고 위안부 관련 스티커 판매수익금을 모아 세운 작은 소녀상이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소녀상을 이유로 일본이 주한 대사를 소환한 것도 합의 정신을 지킬 의도가 없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일본 측은 "주한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을 어떻게 이전할 것인지, 구체적인 한국 정부의 계획을 묻고 싶다"고 밝혔고 한국 측은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고 답했지만 이후 갈등은 전혀 봉합되지 않았다.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과 사죄 여부를 우선적으로 확인하고 일본이 여전히 부정적이라면 파기나 재협상도 못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정대협은 27일 "한일 합의 이행 강요 중단을 요구해야 한다"면서 "보고서는 피해자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자의적 평가"고 강조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 대선 기간 안부 합의는 무효라면서 재협상을 약속한 바 있다. 이번 조치는 문 대통령의 공약 이행으로 볼 수 있다.

28일 문 대통령은 "지난 합의가 양국 정상의 추인을 거친 정부 간의 공식적 약속이라는 부담에도 저는 대통령으로서 국민과 함께 이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다시금 분명히 밝힌다"고 밝혔다. 2015년 한일 양국 정부 간 위안부 협상은 절차적으로나 내용으로나 중대한 흠결이 있었음이 확인된 만큼 피해갈 수는 없다는 것이다.



◆흑뉴스

대안·전략 없는 폐기 위험…'외교적 무리수'


한일 위안부 합의가 타결 및 발표된 지 28일로 2주년을 맞았지만 기존 합의는 존폐의 기로에 섰다. 27일 공개된 한일 위안부 합의를 검증하는 TF 보고서에 담긴 내용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30년간 공개할 수 없는 국가기밀에 해당한다. 한일 외교당국 간뿐만 아니라 향후 외교적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갑작스러운 위안부 합의 폐지나 재협상 주장으로 한일 관계가 급격히 냉각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우리 정부가 요청한 아베 일본 총리의 내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향후 대응 방안이나 전략을 찾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제기된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28일 "이면 합의가 사실이라면 명백한 잘못으로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외교부는 이면 합의의 잘못만 지적하고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일언반구가 없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대안과 정교한 논리를 짜놓은 후 외교적 득실을 따져 재협상을 시작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이번 발표로 기존 합의를 통해 거둔 성과마저 묻힌 상황이다. TF 보고서는 "일본 정부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는 데 더해 총리의 사죄와 반성의 마음 표명, 그리고 일본 정부의 예산 출연을 전제로 한 재단 설립이 합의 내용에 포함된 것은 일본이 법적 책임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의미를 부여한 바 있다.

위안부 문제는 국제사회의 공동 관심사가 된 만큼 양자만의 협의로는 해결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 장기적으로 가치·인식의 확산, 교육 등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가령 2010년까지 지속됐던 한일역사공동연구위원회처럼 전문가들이 모여서 논의하는 채널이 있었지만 현재는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마땅한 채널이 존재하지 않는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26일(현지시간) 서안지구 예리코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고노 외무상은 27일 한국내 위안부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의 검증결과 발표 후 담화를 통해 "(합의는) 양국 정부 간에 정당한 협상 과정을 거친 것으로, 합의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일본정부는 한국 정부의 합의 변경 요구가 있어도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26일(현지시간) 서안지구 예리코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고노 외무상은 27일 한국내 위안부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의 검증결과 발표 후 담화를 통해 "(합의는) 양국 정부 간에 정당한 협상 과정을 거친 것으로, 합의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일본정부는 한국 정부의 합의 변경 요구가 있어도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사진=연합뉴스]
일본 정부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검증하는 TF 보고서와 관련해 위안부 합의 이행을 강조하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면서 고노 다로 외무상의 담화 외 추가 대응은 일절 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노 외무상은 27일 "한국 정부가 이 보고서에 기초해 이미 이행에 옮겨지고 있는 합의를 변경하려고 한다면 한일 관계가 관리 불능에 빠진다는 점에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력히 반발한 바 있다.

아베 총리 역시 우리 측 위안부 합의 검증 TF 활동과 관련해 '1㎜'도 움직일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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