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과백] 김영철 방남을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최초입력 2018-02-26 16:44:10
최종수정 2018-04-27 15:14:29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은 객관성과 관계없이 주관대로 믿는 현상을 말합니다. 자신이 보고 싶고, 믿고 싶고, 듣고 싶은 정보만 접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듯합니다. 최순실 게이트, 조기 대선 등 큰 정치적 고비를 거치면서 더욱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뉴스 역시 확증편향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특정 방향성을 지닌 뉴스가 판치고 있는 겁니다. 정치적 편향성과 과도한 이념 매몰에서 벗어나 객관적 관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그래서 레이더P가 시도합니다. 주요 이슈를 특정 방향에서 바라보는 '흑과 백'입니다. 같은 팩트를 다루지만 해석과 분석이 완전히 다른 두 개의 뉴스, 즉 비판적으로 다룬 흑뉴스와 우호적으로 다룬 백뉴스를 '노골적으로' 소개합니다. 선택은 독자들 몫입니다.

이번 순서는 북한 김영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방남을 둘러싼 논란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선전부장과 악수하고 있다.[사진=청와대제공]이미지 확대
▲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선전부장과 악수하고 있다.[사진=청와대제공]




◇백뉴스
"무조건 반대보다는 전략적 활용 필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방남에 반대하며 장외투쟁을 벌인 자유한국당을 비판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방남에 반대하며 장외투쟁을 벌인 자유한국당을 비판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방남을 놓고 정치권 논란이 한창이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6일 보수진영 반발에 대해 "북한의 도발을 막기 위해선 대화를 통해 평화의 길을 넓혀야 한다"면서 "일부 국민의 우려하는 목소리를 듣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체포, 사살을 이야기하면서 평화를 대화하는 것이 가능하겠냐"고 반문했다.

이명박정부 당시였던 2010년 5월 발표한 '천안함 피격 사건 합동조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 공격에 의해 침몰됐다"고 나와 있지만 김영철 당시 인민군 정찰총국장 소행으로 특정하지 않았다.

천안함 폭침 발발 약 8개월 후인 2011년 11월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회의에서도 김영철이 주범이 맞느냐는 질의에 당시 김태영 국방장관은 "그건 정보를 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통일부 역시 23일 자료를 통해 "북한 내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인물, 어떤 기관이 공격을 주도했다는 점을 특정할 수는 없었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장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한나라당 소속 박근혜 전 대통령도 평화 정착을 위해 115명의 사망자를 초래한 1987년 KAL기 테러를 주도했던 김정일을 평양에서 만났다"면서 "천안함 침몰 당시 김영철이 북한군 정찰총국장직을 맡고 있어 천안함 폭침에 가담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지만 단독으로 천안함 폭침을 기획하고 주도한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김영철의 방남을 무조건 반대하기보다는 전략적으로 이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제사회의 고강도 대북 제재로 인해 남한과 타협을 원하는 기회를 잡아 북한을 설득해 한반도 평화라는 목적을 하루빨리 달성하는 게 유리한 선택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김영철 방남 의미에 대해 "북한 김영철이 빈손으로 무리하게 오진 않았을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 역시 비핵화를 언급했고 남북 대화는 북·미 대화를 병행할 때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강조했고 북한도 신중하게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 운전자론이 가시화하려면 대화를 시작해야 하고 북·미 대화든, 남북 대화든 그 출발점이 서울이라는 점은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기범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는 남북 관계가 진전되면 북·미 관계도 진전될 것이라고 보고 있을 것"이라며 "가능한 한 다양한 대화 상대를 만나는 것이 남북 관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이 우리 정부와 같은 생각을 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흑뉴스
"천안함 사과 요구가 먼저"…美 불편한 속내


통일부는 지난 22일 북한이 평창올림픽 폐막식 참석을 위해 김영철을 파견한다고 밝혔다. 김영철의 방남을 수용한 배경으로 통일부는 "남북 관계 개선과 비핵화를 포함한 한반도 평화 정착 과정을 진전시켜 나가는 계기를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26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북한 김영철 방남 규탄대회에서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홍준표 대표, 김무성 의원이 구호를 외치며 만세를 하고 있다.[사진=이승환기자]이미지 확대
▲ 26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북한 김영철 방남 규탄대회에서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홍준표 대표, 김무성 의원이 구호를 외치며 만세를 하고 있다.[사진=이승환기자]
그러나 김영철의 방남으로 남남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자유한국당을 포함한 야당과 보수진영은 "천안함 폭침 주범은 대한민국 땅을 밟을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가 천안함 피격의 배후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2010년 당시 우리 국방부는 천안함 사건의 책임으로 북한의 정찰총국을 꼽은 바 있다. 김영철은 당시 정찰총국장을 맡고 있었다. 그해 5월 21일 외신기자간담회에서 황원동 당시 국방부 정보본부장은 "모든 관련 자료를 종합 분석한 결과 정찰총국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었다.

우리 정부가 천안함 피격에 대한 사과 요청이나 파견 인사 재논의 없이 북한의 요구를 받아들였다는 비판은 그래서 나온다. 오히려 통일부는 23일 보도자료를 내고 김영철을 두둔하는 듯한 설명을 했으며 국정원이나 국방부 또한 "김영철이 명확하게 지시한 것은 아니다" "김영철이 배후라고 공식 결론을 내리진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2014년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이 열릴 당시 김영철이 북측 수석대표로 나와 대화한 전례는 있다. 그러나 당시 우리 측은 기조발언에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이 북측에 책임이 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현 정부의 대응은 불문명하다. 이와 관련해 유승민 바른미래당 대표는 13일 "북한에 한마디 거부 의사도 표현하지 못한 채 김영철을 서울로 불러들였다"며 "정부는 김영철 비호를 멈추고 천안함 폭침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게 순서"라고 비판했다.

김영철이 2014년 군사회담 대표로 나왔을 당시와 관련해 26일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판문점에서 이뤄진 회담은 양국 고위급 군사회담이다. 말 그대로 적군과 적군이 만난 자리였다"고 말했다.

김영철의 방남에 미국은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22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그가 천안함 기념관에 가서 그에게 책임이 있다고 여겨져 온 것을 보는 기회로 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영철은 미국의 독자제재 대상임은 물론 호주와 유럽연합 등 31개국의 제재 대상이다.

[김정범 기자 / 조선희 인턴기자]

[ⓒ 매경미디어그룹,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