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커] 공수처 논의 어디까지 왔나

최초입력 2018-01-31 16:55:50
최종수정 2018-04-30 16:14:21
대검찰청은 31일 서울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서지현 검사가 법무부 고위간부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사건과 관련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을 구성해 운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대검찰청은 31일 서울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서지현 검사가 법무부 고위간부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사건과 관련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을 구성해 운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사진=연합뉴스]
Q: 최근 방송을 통해 한 여검사가 과거 검찰 고위직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충격적인 폭로가 전해졌습니다. 감찰을 받았던 검사의 자살 시도 사건까지 나오며 검찰 내부에서 곪았던 것이 터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견제가 덜한 검찰의 잇단 비위에 검찰을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 정부가 검찰 견제 수단으로 추진하고 있는 고위공직자를 수사하는 기관에 대한 논의는 어디까지 되고 있나요?



A: 29일 창원지방검찰청 통영지청 서지현 검사가 한 방송을 통해 법무부 고위 간부의 성추행을 폭로했습니다. 서 검사는 다른 검사들의 성추행 발언 등을 암시하는 글을 올렸고, 검찰은 진상조사단을 꾸리기로 했습니다.
이튿날에는 정승면 대구지검 김천지청장이 비위 발생 보고로 대검찰청 감찰본부 감사를 받던 중 자살을 기도하다 지인에게 발견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검찰의 비위는 하루 이틀 얘기가 아닙니다. 지난해 김형준 전 부장검사가 스폰서 성격의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아 항소심에서도 유죄를 선고받았고, 진경준 전 검사장도 뇌물을 받은 혐의로 현재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검사의 신분은 검찰청법에 따라 탄핵이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파면되지 않습니다. 또 징계 처분이나 적격심사를 통하지 않고 해임 등 퇴직 처분을 받지 않습니다. 검사의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법무부 장관이 위원장으로 하는 검사징계위원회에서 해임과 면직, 정직, 감봉, 견책을 할 수 있습니다. 그 이전 감찰은 대검찰청에서 담당합니다. 다른 행정부처가 독립적인 감사원의 감찰을 받도록 한 데 반해 행정부처 가운데 유독 검찰만이 별도의 감찰 제도를 갖고 있습니다. 검사의 감찰은 대검찰청 감찰본부에서 담당하고 있습니다. 감찰본부장은 외부 인사를 임명하도록 돼 있는데 주로 변호사가 임명됩니다. 그나마 2010년 스폰서 검사 사건 이전에는 검사 몫이었습니다. 그러나 한계가 있습니다. 감찰본부장 퇴임 후에 변호사로 복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른바 갑-을 관계인 검사-변호사 관계가 형성돼 감찰이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한계를 지녔다는 지적입니다. 검사의 대형 비리 사건이 터질 때면 '특임 검사'를 임명해 수사를 하지만 방식만 다를 뿐 '셀프 감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구조입니다.

문재인정부 들어 추진하고 있는 고위공직자비리(범죄)수사처, 이른바 공수처 설치 논의의 핵심은 '검찰 견제'입니다. 국회 발의된 공수처 관련 법안 내용은 각각 차이가 있지만 "공수처가 검찰을 견제할 수 있는 독립 수사기구가 돼야 한다"는 공통된 취지를 갖고 있습니다. 각 의원들이 발의한 공수처 설치 법안은 총 4건에 법무부 안까지 더하면 총 5건입니다.

의원 발의 공수처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박범계-국민의당 이용주 공동발의 △더불어민주당 양승조 의원 발의 △정의당 노회찬 의원 발의 △바른정당 오신환 의원 발의 총 4건입니다. 각 법안마다 각론은 달라 수사 인력은 최소 33인(양승조 안)에서 55인(노회찬 안)까지 다릅니다. 수사 대상도 차관 이상 공무원과 전직 대통령까지 조금씩 다르지만 고위 공직자와 그 가족을 대상으로 하고 독립 기구로 설치하는 안은 큰 틀에서 같습니다. 반면 오신환 의원의 입법안은 공수처의 기소권을 인정하지 않아 가장 후퇴한 안으로 꼽힙니다. 법무부 안은 55명으로 구성돼 있고 수사 대상에 현직 대통령이 포함된 것이 특징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1일 국회 시정 연설에서 "법안이 통과된다면, 대통령인 저와 제 주변부터 공수처의 수사대상이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 박범계 위원장과 소속 의원들이 21일 국회 정론관에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 박범계 위원장과 소속 의원들이 21일 국회 정론관에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부와 여당은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공수처 신설 법안을 지난해 처리하고자 했지만, 자유한국당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혀 법안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에 계류돼 있습니다. 쟁점이 심해 여야는 사법개혁특별위원회를 한시적으로 두기로 하고 이곳 검찰개혁소위원회에서 법안을 다루기로 했습니다. 쟁점이 심한 만큼 여러 현안을 다루는 법사위에서 논의하기 어려우니 특별위원회에서 집중적으로 다루자는 취지입니다.

공수처 설치에 관해 여야 쟁점은 크게 두 가지인데 첫 번째로 공수처 설치 여부입니다. 자유한국당은 "정치 보복 또는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단의 변질 우려가 있다"며 '공수처 설치 반대' 반대 당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자유한국당 간사인 장제원 의원은 공수처의 대안으로 한국형 FBI 형태인 가칭 '국가수사청'을 신설하자는 구상을 내놨지만, 김성태 원내대표는 한국당의 당론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공수처 설치 찬성 입장입니다. 또 다른 쟁점은 공수처장 임명권입니다. 법무부 안은 공수처장 추천위원회 설치 뒤 국회의장과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들과 협의한 뒤 1명을 뽑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31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공수처장을 야당이 추천하는 인사로 임명하는 안을 받아들이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한 발짝도 진전되지 않던 공수처 설치 논의에 야당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한 방법으로 협상안을 던진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위장 권력기관 개혁을 또다시 말하는 것은 정치 공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검찰개혁소위원회에 9명으로 하느냐, 8명으로 하느냐를 두고 민주당과 한국당이 기싸움을 벌이고 있어 진전이 없는 상황입니다. 민주당 주장대로 9명으로 하게 되면 당론상 공수처 설치 찬성에 4명, 반대에 3명으로 구성되는 반면 한국당 주장대로 8명으로 하면 4명과 4명 동수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특별위원회와 달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법안 심사 권한이 있어 법안이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본회의에 부의되는 만큼 소위 구성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공수처 설치 법안은 '공전 중'이고, 2월 임시국회는 이제 28일 남았습니다.

[김수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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