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커] 볼턴 "미국 요구, 1992년 비핵화선언에 기초"

최초입력 2018-05-10 16:40:23
최종수정 2018-05-17 17:09:50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가운데)이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합의 탈퇴 선언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가운데)이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합의 탈퇴 선언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Q: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8일(현지시간)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를 브리핑하면서 "우리가 (북한에) 요구하는 것은 북한이 1992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1992년 비핵화 선언에는 핵연료 주기의 시작과 끝 모두를 제거하며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재처리가 안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했습니다. 최근 미국의 요구가 1992년 비핵화 공동선언 수준인가요?

A: 볼턴 보좌관은 지난달 29일 폭스뉴스와 인터뷰하면서 1992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수차례 강조했습니다. 또 같은 날 CBS에도 나와 1992년 북한이 포괄적으로 결의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강조했습니다.
1992년 비핵화 선언을 북한 비핵화를 위한 중요한 로드맵으로 삼고 있는 것입니다.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은 1991년 당시 노태우 대통령이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 구축을 위한 선언'을 발표한 뒤 남북 고위급회담을 통해 그해 12월 5차 회담에서 가서명했습니다. 이후 1992년 2월 6차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선언문을 교환하고 남북 기본합의서와 함께 발효됐습니다.

어떤 내용인가
아래는 비핵화 공동선언문 주요 내용입니다.
  • 1항. 남과 북은 핵무기의 시험, 제조, 생산, 접수, 보유, 저장, 배비, 사용을 하지 아니한다.
  • 2항. 남과 북은 핵에너지를 오직 평화적 목적에만 이용한다.
  • 3항. 남과 북은 핵 재처리 시설과 우라늄 농축 시설을 보유하지 아니한다.
  • 4항. 남과 북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검증하기 위하여 상대측이 선정하고 쌍방이 합의하는 대상들에 대해 남북핵통제공동위원회가 규정하는 절차와 방법으로 사찰을 실시한다.


  • PVID>CVID>비핵화선언
    북핵과 관련해 미국은 그동안 '완전하고(complete), 검증 가능하며(verifiable), 불가역적인(irreversible) 방식으로 폐기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바로 CVID입니다. 비핵화 공동선언처럼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완전한'은 1항과 3항,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은 4항과 관련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2일 취임식에서 "우리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를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으로 폐기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른바 PVID(Permanent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입니다. '영구적'이란 표현은 3항을 더욱 강조한 듯합니다.

    1992년 비핵화 선언은 북한이 본격적인 핵실험(1차 2006년)을 하기 전인 만큼 향후 북이 완성할 수 있는 이른바 '미래의 핵'을 차단하겠다는 의도였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현재 주장하는 CVID는 1992년 선언에 기반을 두면서도 이미 개발된 '과거의 핵'과 현재 개발 중인 핵무기까지 모두 포함한 포괄적인 개념인 셈입니다. 반면 외교부는 8일 “CVID와 PVID 용어에는 차이가 없다”고 한 바 있습니다.

    우라늄농축·플루토늄 재처리 금지
    볼턴 보좌관이 강조한 것은 3조로 보입니다. 3항의 핵 재처리 시설과 우라늄 농축 시설을 보유하지 않는다는 것은,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재처리를 하지 않음으로써 핵 연료 주기의 시작과 끝 모두를 제거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PVID입니다.

    핵우산 철폐 北요구 사전 차단
    미국이 20년 넘게 지난 선언문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1992년 비핵화 선언문 핵심은 한반도가 아닌 북한의 비핵화에 초점을 맞춰놨다는 것"이라면서 "북·미 회담을 앞두고 1992년 선언문을 들고나온 것은 북한이 한반도 핵우산 철폐와 미국의 핵 전략자산 전개 반대를 주장할 경우를 대비한 사전 포석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북한이 한반도 비핵지대화를 요구할 경우의 수를 미리 차단하고 북한의 비핵화만을 협상에서 다루겠다는 것입니다.

    향후 이행 놓고 대립 가능성
    향후 북한이 보유 핵무기와 핵물질 생산을 위한 재처리 시설과 우라늄 농축 시설을 일정 시한 안에 모두 폐기하고 그것을 강도 높은 수준으로 검증하는 데 동의할 수도 있습니다. 한반도 비핵화 선언이 포괄적인 비핵화를 담고 있지만 1992년 당시와 달리 이미 핵보유국이 됐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비핵화 절차가 당시와는 다를 것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비핵화 이행 방식을 둘러싼 대립이 여전히 남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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