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킹쇼] 남북관계 `바로미터` 핫라인 개통사

최초입력 2018-04-20 16:22:12
최종수정 2018-04-22 11:44:45
남북 정상 간 '핫라인(Hot Line·직통전화)'이 20일 청와대와 북한 국무위원회 사이에 설치됐다. 지난 1월 실무 협의를 위한 판문점 핫라인이 개통된 데 이어 3개월여 만에 정상 간 핫라인까지 갖추게 됐다. 핫라인은 1963년 6월 20일 미국과 소련 사이에 조인된 '직통통신 연락선설치에 관한 미소각서'에 의해 미국 백악관과 모스크바 크렘린 사이에 설치된 직통전화에서 유래됐다.

핫라인은 남북 관계 상황을 보여주는 중요한 '바로미터' 역할을 해왔다. 남북 간 핫라인은 크게 보면 3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남북 정상 간 핫라인, 군사 핫라인, 판문점 핫라인(실무용) 등이다. 그 밖에 항공관제용, 해사 당국용, 일시적으로 개통됐던 민간 통신용 핫라인도 있다. 특히 군사 핫라인은 남북 군사 우발 충돌을 막기 위한 핫라인 개통 필요성이 꾸준히 언급됐다. 남북 간 핫라인 개통 과정을 살펴본다.



1. 1971년 남북 간 '첫 핫라인' 개통

1971년 판문점 남북한전화개통식[사진=국가기록원]이미지 확대
▲ 1971년 판문점 남북한전화개통식[사진=국가기록원]
남북 적십자사는 1971년 9월 남북한에 각각 자유의 집과 판문각에 남북 적십자회담 상설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고 두 연락사무소를 잇는 직통전화를 개통했다. 남북 간 핫라인은 몇 차례 불통과 재개의 우여곡절을 겪긴 했으나 지난 1월 재개됐다. 적십자 연락사무소 간 직통전화는 쌍방의 공휴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 9시~오후 4시 운용되고 있다.

자유의 집 3층에는 남북 직통전화와 팩스가 설치된 남북연락사무소가 있다. 북측이 연락을 받는 곳은 자유의 집 바로 앞에 있는 판문각이다. 건물 2층에 연락사무소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 1972년 서울~평양 간 '극비 핫라인'

판문점 적십자 전화 개통 뒤인 1972년 남북대화 무드가 조성됐던 4월께 서울·평양 직통전화 1회선이 비밀리에 개통됐다. 당시 이후락 남한 중앙정보부장과 김일성 북한 주석의 동생 김영주 노동당 조직지도부장 사이에 '핫라인'이 설치된 것이다. 이후락 부장실과 김영주 부장실 간에 연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무부 외교문서에서는 이후락의 언급을 인용해 당시 남북 간에는 핫라인 전화가 설치돼 있었고 북한 측이 두 차례에 걸쳐 이를 이용했다고 기술했다. 이 핫라인은 그러나 1976년 '8·18도끼만행 사건' 직후에 두절되고 말았다.



3. 2000년 최초 '정상 간' 핫라인

2000년 6월 14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 간 합의에 의해 핫라인이 설치됐다. 당시 회담에서 "중요한 문제가 생기면 우리 두 정상이 직접 의사소통합시다. 이 기회에 비상연락망을 마련하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에 따른 것이다.

당시 핫라인은 양 정상이 주로 머무는 청와대와 노동당사가 아닌 국가정보원과 북한 통일전선부에 개설됐다. 이후 정상 간 실제 통화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4. 2000년 '민간' 핫라인 연결

2000년 남북 간 훈풍을 타고 서울~평양 간 민간 차원의 상설 핫라인이 처음으로 개통됐다. 당시 현대아산은 북한 측에 현대건설 소속 평양 현대아산체육관 공사팀이 서울에 직접 연락할 수 있도록 국제회선을 이용한 직통전화를 개설했다. 이전까지 현대는 중국 베이징을 거쳐 서울로 연락해왔으나 직통전화 개설로 통신 문제에 따른 불편을 덜게 된 것.

현대아산 측은 정주영 전 명예회장이 방북 중이던 2000년 6월 말 평양 백화원에서 서울로 연락할 수 있도록 임시로 직통전화를 개설한 바 있다. 민간 차원의 남북 상설 핫라인이 개설된 것은 당시가 처음이었다.



5. 2002년 '軍 핫라인'

2차 연평해전(2002년 6월) 이후인 2002년 9월 남북 군당국 간 핫라인이 비무장지대(DMZ) 경의선 연결공사 지역에서 분단 이후 처음으로 개통됐다. 해당 핫라인은 판문점을 경유해 남측 도라 관측초소(OP) 근방의 육군 제1건설단 종합상황실과 비무장지대 위쪽 북측 봉동역 주변의 북한군 상황실을 연결한 것이다.

동해선 지역의 경우 군사실무회담 합의에 따라 지뢰제거 작업이 끝나는 대로 핫라인을 개통시키되 개통 전까지는 경의선 핫라인을 통해 동서 양쪽의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막도록 했다.



6. 2008년 정상 간 핫라인 '스톱'

대북 유화정책이 지속되던 노무현정부에서 남북 정상 간 핫라인은 유지됐다. 하지만 이명박정부 들어 정상 간 핫라인 설치 8년 만인 2008년 단절된다. 당시 이명박정부의 대북강경책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후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까지 겹치며 핫라인 재개통 논의는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2016년 2월 박근혜정부 당시 개성공단 가동 중단으로 판문점 핫라인마저 끊기게 된다.



7. 2018년 1월 판문점 핫라인 '재개통'

개성공단 가동 중단 이후 완전히 끊겼던 남북 연락채널이 1년11개월만에 복구된 3일 오후 경기 파주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연락사무소 "남북직통전화"를 통해 우리측 연락관이 북측과 통화를 위해 점검하고 있다[사진=통일부]이미지 확대
▲ 개성공단 가동 중단 이후 완전히 끊겼던 남북 연락채널이 1년11개월만에 복구된 3일 오후 경기 파주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연락사무소 "남북직통전화"를 통해 우리측 연락관이 북측과 통화를 위해 점검하고 있다[사진=통일부]
지난 1월 1년 판문점 핫라인이 11개월여 만에 다시 연결됐다. 재개통 전에는 우리 측이 전화를 걸어도 북측이 받지 않았다. 북한은 지난 1월 3일 조선중앙TV를 통해 판문점 연락 채널 복원을 예고하고 당일 남측에 전화를 거는 방식으로 채널을 되살렸다. 판문점에 설치된 상시 연락용 직통전화 2회선과 팩스 1회선, 회담용 21회선 등이다.

서해와 동해지구에 설치된 군 통신선도 재개됐다. 1월 9일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북측 대표단이 군 통신선의 복원을 알려왔다. 군 통신선은 긴급 상황은 물론 개성공단에 드나드는 남측 인원을 북측에 통지하는 용도로 사용됐지만 개성공단 가동 중단 이후로는 끊겼다.



8. 2018년 4월 정상 간 '첫 통화' 주목

남북 정상 간 "핫라인"(Hot Line·직통전화)이 20일 청와대와 북한 국무위원회 사이에 설치된다. 남북은 이날 핫라인을 개통하고 실무자 간 시험통화를 비공개로 진행할 예정이다.[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남북 정상 간 "핫라인"(Hot Line·직통전화)이 20일 청와대와 북한 국무위원회 사이에 설치된다. 남북은 이날 핫라인을 개통하고 실무자 간 시험통화를 비공개로 진행할 예정이다.[사진=연합뉴스]
이에 더해 이번에 정상 간 핫라인까지 구축됐다. 청와대와 북한 국무위원회를 연결하는 직통전화로 남북 최고지도자가 물리적으로 가까운 만큼 직접 통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전의 연락 채널보다 유용할 전망이다. 남북 정상 간 핫라인이 정식 개통되면 시범 통화를 거친 뒤 머지않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 직접 통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앞서 남북 정상 간 직접 통화가 이뤄진 적은 없었다.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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