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킹쇼] 기·승·전·취소·재봉합?…탐색부터 벼랑끝까지

최초입력 2018-05-25 16:38:17
최종수정 2018-05-27 15:25:5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미·북정상회담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오는 6월 12일 싱가포르로 시간과 장소까지 정해놓은 상황에서 20일 만에 전격 연기한 것이다. 미·북정상회담을 결정한 지 77일째, 남북 간 화해 무드가 조성된 지 넉 달여 만이다.

기: 신년사와 특사교류
미·북 회담의 단초는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였다.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과 2월 평창동계올림픽에 선수단 파견 의사를 밝혔다. 예정대로 북한은 선수단을 파견했고, 김정은 위원장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다.

김정은 위원장과 도날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을 만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사진=청와대]이미지 확대
▲ 김정은 위원장과 도날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을 만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사진=청와대]
이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3월 5일 특사단을 이끌고 평양을 찾아 김정은 위원장을 만났고, 남북정상회담, 미·북정상회담이란 보따리를 안고 돌아왔다. 정의용 실장은 8일 미국 백악관으로 날아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와 정상회담 의사를 전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5월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3월 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비밀리에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비핵화 등에 대해 사전 조율을 했다.

승: 상호 윈윈…남북회담, 미·북회담 급진전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정상회담 개최 시기를 놓고 조율하고 있었다. 각료회의에서 5월 초, 6월 초를 거론했다. 그 사이 역사적인 만남이 이뤄졌다.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한 것이다.

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4월 27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평화의집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선언"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이미지 확대
▲ 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4월 27일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평화의집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선언"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판문점선언'에서는 완전한 비핵화와 일체의 적대 행위 중단, 올해 종전 선언 등 급진전을 이뤄냈다. 2006년 이후 12년 만의 정상회담이자 백두산 혈통인 김정은 위원장이 남한으로 내려온 첫 정상회담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남한은 휴전이 아닌 종전을, 김정은 위원장은 체제 보장을,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확보를 가질 듯했다. 각자 윈윈하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전: 탐색전 이어…본격 ‘밀당'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5월 7일 중국을 극비리에 방문했다. 3월에 이은 두 번째 방중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자리에서 '단계적 비핵화' 해법을 재확인했다. 5월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을 극비리에 2차로 방북해 김정은 위원장과 비핵화와 관련된 추가 논의를 했고, 미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 북한에 억류됐던 3명도 함께 돌아왔다. 미·북정상회담은 6월 12일 싱가포르로 정해졌고, 북한은 기자들이 보는 앞에서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하겠다고 공언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사진=연합뉴스]
탐색전을 마친 미국과 북한은 비핵화 방식을 놓고 본격적인 '밀당'에 들어갔다.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이 북한이 폐기한 핵·미사일 장비를 미국으로 가져오는 방식을 언급했다. 이는 '리비아식 모델'이다. 동시에 미국 내에서는 북한 중심으로 돌아가는 분위기에 지적의 목소리가 나왔고, 미·북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북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장은 볼턴 보좌관을 비난했고, 한미 연합공중훈련 '맥스선더' 실시에 반발해 남북 고위급 회담을 전격 취소했다.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도 엄포를 놨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미국으로 건너가 트럼프 대통령과 단독 회담을 하며 미·북정상회담의 희망의 불씨를 살려놓았다.

그러나 갈등의 극은 트럼프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의 입이 아닌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장의 입을 통해 나왔다. 펜스 부통령은 '리비아식 모델'을 언급했고, 최선희 부장은 "미국이 계속 무도하게 나오면 북·미정상회담 재고를 최고지도부에 제기하겠다"는 담화를 발표했다.

취소: 트럼프의 기습…허 찔린 북한
북한은 24일 최선희 부장을 통해 미·북정상회담 재고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풍계리 핵시설 폭파를 통한 폐기의 약속은 지켰다. 남한 기자단도 뒤늦게 접수를 받아 풍계리 핵시설 폐기를 지켜봤다.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전원회의 결정에 따라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이 완전히 폐기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5일 보도했다.[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전원회의 결정에 따라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이 완전히 폐기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5일 보도했다.[사진=연합뉴스]
오전 11시, 2번 갱도 폭파를 시작으로 오후 4시 17분에 마지막 폭파를 진행했다. 그러나 풍계리와 프레스센터가 위치한 원산과는 거리가 있어 밤 7시가 넘어서야 국제사회가 폭파를 확인할 수 있었다. 북한 핵무기연구소도 9시가 넘어 폐기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오른쪽)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하기로 예정돼 있던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한다고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오른쪽)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하기로 예정돼 있던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한다고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그로부터 2시간이 지난 한국시간 밤 11시, 트럼프 대통령의 기습적인 미·북정상회담 취소 발표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서신을 보내 "김정은이 보인 극도의 분노와 적대감 때문에 미·북정상회담 개최가 지금은 부적절하다"고 적었다.

재봉합?: 물러선 북한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을 대화의 문을 닫지는 않았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의 마음이 바뀌면 주저말고 전화나 편지를 해달라"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합성사진.[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합성사진.[사진=연합뉴스]
북한은 태도를 바꿨다. 김계관 제1부상은 ‘위임을 받은' 담화를 통해 "우리는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 앉아 문제를 풀어 나갈 용의가 있음을 미국 측에 다시금 밝힌다"고 말했다. 최선희 부장의 '커다란 분노와 로골적인 적대감'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조·미 수뇌상봉을 앞두고 일방적인 핵폐기를 압박해온 미국 측의 지나친 언행이 불러온 반발에 지나지 않는다"며 한발 물러섰다.

[김수형 기자]

[ⓒ 매경미디어그룹,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