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킹쇼] `대선후보급` 배출하기도...눈여겨볼 기초단체장 선거

최초입력 2018-03-02 17:32:42
최종수정 2018-03-04 17:39:53
이재명 성남시장이 2일 시장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경기지사에 도전하기 위해서다. 동시에 기초자치단체장에 출마하려는 예비 후보자들은 2일부터 각 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 등록을 하고 예비후보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지방선거 석 달여를 남기고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했다.

정당 간 지방선거 선거 승패는 일반적으로 17개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서 몇 석을 차지하느냐로 판가름한다. 그러나 17개 광역자치단체가 아니지만 이만큼의 위상을 가진 기초자치단체가 있다.
대선후보급, 광역자치단체급 등 체급이 만만치 않은 곳들이다.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기초자치단체장 선거, 어디가 있을까.



1. 대선후보급 지자체장

이재명 시장은 2일 성남시의회에 사임통지서를 제출했다. 지방자치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장이 사임하기 전에는 지방의회 의장에게 사임일 10일 전에 사임을 적은 서면을 제출해야 한다. 이 시장은 15일 사임일로 적었다. 기초자치단체장이 다른 지역 단체장으로 출마하거나 광역자치단체장에 도전하려면 선거 90일 전 사퇴해야 하는데, 그날이 15일이다.

지난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했던 이재명 성남시장, 최성 고양시장, 문재인 대통령, 안희정 충남도지사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지난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했던 이재명 성남시장, 최성 고양시장, 문재인 대통령, 안희정 충남도지사 [사진=연합뉴스]
이 시장은 기초자치단체인 성남시장이지만, 민주당 대선 후보에 도전했던 전국구 정치인이다. 지난해 4월 치러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 시장은 21.2%를 얻어 3위를 기록했다. 경쟁 상대는 문재인 대통령과 안희정 충남도지사로 이 시장이 기초자치단체장인 점을 감안할 때 기초자치단체의 격을 올려놨다는 평가다. 역시 최성 고양시장은 많은 표를 얻지 못했지만 같은 대선 후보 경선에서 참여하면서 '대선 후보급'의 인지도를 얻었다. 서울 인근 100만명에 이르는 지자체장이다보니 대선 후보라는 중앙무대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는 분석이다.



2. 도지사 안 부러운 '100만 시장'

안상수 창원시장[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안상수 창원시장[사진=연합뉴스]
2016년 9월 안상수 창원시장은 '창원광역시 설치 법률' 제청 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했고, 11월 자유한국당 비례대표 김성태 의원은 '창원광역시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러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가로막혀 있다. 인구 105만명으로 인구 100만명이 넘어 광역시 승격의 여건이 갖춰졌지만 승격이 쉽지만은 않다.

형평성만 따지다보면 수원과 고양, 용인시 경기도 내 기초자치단체도 100만명을 넘었고 96만명의 성남시도 승격 후보다. 이처럼 100만명이 넘거나 100만명을 눈앞에 둔 수원, 창원, 고양, 용인, 성남, 부천, 청주시는 광역자치단체급으로 분류된다. 기초자치단체장은 적게는 2개, 많게는 5개의 구청장을 임명할 수 있고, 조 단위의 예산을 집행해 웬만한 도지사 부럽지 않은 곳도 있다. 안상수 창원시장은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최고위원을 지낸 4선 의원으로 이른바 '당 대표급'으로 분류된다.



3. 의원 출신 기초단체 도전 잇달아

정장선 3선 의원이 5일 평택시장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정장선 3선 의원이 5일 평택시장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의도를 오가는 국회의원은 과거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 뛰어들곤 했다. 그러나 광역자치단체장에 도전하던 것에서 이제는 기초자치단체장에도 잇달아 도전장을 내밀었다. 과거 통합민주당 전 사무총장을 지낸 정장선 전 의원은 2월 5일 기자회견을 열고 평택시장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보통 재선이나 3선을 역임한 의원들이 광역자치단체장에 도전하는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수원시와 고양시는 그야말로 전직 국회의원들의 전쟁터가 될 전망이다. 수원에서는 경기도 부지사를 지낸 이기우 전 의원이 민주당 경선에 참여하겠다고 도전장을 내밀었고, 한국당에서는 김상민 전 의원 등이 거론된다. 고양과 용인시도 전직 의원들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체급을 낮췄다는 말도 나오지만 오히려 지방분권 시대의 흐름에 맞춰 지방정부를 운영한 뒤 향후 정치적 발판을 마련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3. 지역의 맹주 '도청소재지'

수원과 창원, 청주, 전주, 춘천시는 이른바 도청소재지다. 충남 홍성으로 도청이 옮겨갔지만 천안 역시 충남 제1의 도시다. 춘천 28만명에서 수원 120만명으로 인구의 편차는 크지만 각 지역의 행정, 문화, 경제의 중심지로 지역의 맹주로 군림하고 있다. 그 지역에 인구가 가장 많아 도청소재지에서 시장을 역임한 경우 향후 도지사 후보로 꾸준히 거론되고, 실제 도지사가 된 사례도 있다.

송하진 전북도지사가 2월 24일 오후 전북 군산시 소룡동 자동차융합기술원에서 열린 "군산지역 지원대책 간담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송하진 전북도지사가 2월 24일 오후 전북 군산시 소룡동 자동차융합기술원에서 열린 "군산지역 지원대책 간담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대표적으로 송하진 전북도지사는 8년간 전주시장을 역임한 뒤 곧바로 전북도지사가 됐다. 박완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두 번의 창원시장을 역임하고 국회의원이 된 뒤 6월 지방선거에 경남도지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4. 광역단체 안 부러운 기초단체

신연희 강남구청장[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신연희 강남구청장[사진=연합뉴스]
2015년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이럴 바엔 서울시는 차라리 가칭 '강남특별자치구' 설치를 중앙에 건의해 아예 강남구를 서울시에서 추방시키실 용의는 없으십니까?"라며 박원순 서울시장에 공개 질문을 했다. 강남구는 인구 991만명의 서울시 가운데 56만명으로 5.6%에 불과하지만 '강남'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는 서울 25개 구 가운데 어느 곳보다 크다. 상대적으로 비싼 아파트가 밀집돼 있고, 교육열이 큰 곳이기 때문이다. 현실 가능성이 낮은 얘기였지만 신 구청장이 박 시장에게 공개 질문을 할 수 있었던 과정을 보면 강남구의 위상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강남구청장은 지금껏 여당이 당선된 적이 없는 야당의 텃밭이다. 이 때문에 서울시장에 도전한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강남에서 경쟁력이 있어야 본선에서 이긴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별시나 광역시 안에 상대적인 부촌에서의 지자체장 당선자는 향후 광역단체장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곳이다.



5. 만년 여당인 곳, 야당 일색인 곳

과거 대구의 구청장 후보는 현재 야당인 자유한국당 대 무소속의 구도였다. 민주당 소속이면서도 민주당 간판으로 나가기가 어려워 오히려 무소속 이름을 달고 나갔기 때문이다.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사상 최초로 대구시장과 8개 구청장에 민주당 후보를 낼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반면 여권 세력의 텃밭인 광주와 전남지역에서 자유한국당 기초자치단체장 도전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친 바른미래당, 국민의당 호남의원 중심의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이 후보를 내고 민주당 후보와 대결을 할 기세다. 총선은 이미 만년 여당, 만년 야당 일색인 지역 구도가 깨지고 있다.

새누리당 이름으로 전남 순천에서 당선된 이정현 의원, 역시 새누리당으로 전주에서 출마했던 정운천 의원이 적진에서 깃발을 꽂았다. 이와 달리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적진인 대구에서 당선되기도 했다. 총선과 달리 만년 여당과 만년 야당 일색인 지역에서 기초자치단체장에 출마하거나 당선되면 곧바로 지역의 맹주로 떠오를 수 있다.



[김수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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