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킹쇼] 으르렁과 손내밀기 반복한 트럼프·김정은

최초입력 2018-03-09 15:44:20
최종수정 2018-03-11 11:33:15
'소개팅'이 이뤄졌다. 모르는 사람의 소개팅이 아닌 서로 너무 잘 알고 말싸움만 하던 이들이 만난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주선은 문재인 대통령이 했다. 시기는 5월이다. 김정은과 트럼프 대통령의 말싸움과 손 내밀기 과정을 살펴본다.



1. 김정은·트럼프, 직접 언급 없이 '떠보기'

 2017.1.1 김정은의 신년사[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2017.1.1 김정은의 신년사[사진=연합뉴스]
김정은은 지난해 1월 1일 신년사에서 "미국은 조선민족의 통일 의지를 똑바로 보고, 동족대결과 전쟁을 부추기는 민족 이간 술책에 더 이상 매달리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대착오적인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할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은의 발언 시점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전이었다. 취임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취임 뒤 그해 2월 북한이 중거리탄도미사일 북극성 2호를 발사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분명히 북한은 크고 큰 문제이며 우리는 이를 매우 강력히 대처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3월엔 "북한은 수년간 미국을 갖고 놀았다", 4월엔 "북한은 처리해야 할 문제", 8월엔 "북한이 더는 미국을 위협하지 않는 게 최선일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까지 세계 어디서도 보지 못한 분노와 화염에 직면할 것"이라고 연일 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김정은에 대한 직접 언급은 없었다.



2. 로켓맨 vs 늙다리

유엔총회에서 연설하는 트럼프[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유엔총회에서 연설하는 트럼프[사진=연합뉴스]
2017년 9월 들어서는 상대국에 대한 비난에서 인신공격으로 발전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을 '로켓맨(Rocket Man)'으로 불렀다. 9월 19일 유엔총회 연설에 "로켓맨은 자살이나 다름없는 행위를 벌이는 중(Rocket Man is on a suicide mission for himself)"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만약 핵과 미사일 도발을 이어가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것(totally destroy North Korea)"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2017년 9월 2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에 대응해 직접 본인 명의의 성명을 발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다. 사진은 연설문을 손에 들고 성명을 읽는 김정은 모습.[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2017년 9월 2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에 대응해 직접 본인 명의의 성명을 발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다. 사진은 연설문을 손에 들고 성명을 읽는 김정은 모습.[사진=연합뉴스]
김정은은 즉각 반발했다. 김정은은 이틀 뒤인 21일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에 대응해 직접 본인 명의의 성명을 발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다. 김정은은 "전대미문의 무지막지한 미치광이 나발을 불어댔다" "미국 대통령의 정신병적인 광태는 정상사람마저 사리분별과 침착성을 잃게 한다" "미국의 늙다리미치광이를 반드시, 반드시 불로 다스릴 것이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을 '미치광이' '정신병적인 광태' '늙다리미치광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리용호 외무상은 유엔 연설에서 "개가 짖는 소리로 우리를 놀라게 하려고 생각한다면 잠꼬대나 같다"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23일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을 '리틀 로켓맨(Little Rocket Man)'으로 조롱하기도 했다.
트럼프 트위터 캡처이미지 확대
▲ 트럼프 트위터 캡처




3. 핵단추 내 책상에 vs 나의 핵 버튼, 더 크다

인신공격도 모자라 북·미는 상대국에 대한 위협 발언으로 치달았다. 바로 '핵 버튼' 발언이다.

김정은은 올해 1월 1일 신년사에서 미국 본토 전역이 핵 타격 사정권에 있다면서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는 것은 위협이 아닌 현실임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29일 미국 워싱턴DC까지 날아가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인 '화성-15형' 실험을 한 뒤 "국가 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 로켓 강국 위업이 달성됐다"고 대외에 선포한 뒤여서 '핵 단추' 발언은 단순한 말 이상이었다.

트럼프 핵단추 언급한 트위터 캡처이미지 확대
▲ 트럼프 핵단추 언급한 트위터 캡처
미국도 즉각 반응했다. 김정은의 발언 하루 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나도 핵 버튼을 갖고 있고 김정은의 것보다 훨씬 크고 강력하다. 그리고 버튼이 작동한다(but it is a much bigger & more powerful one than his, and my Button works!)"고 밝혔다.



4. "미국에 와서 햄버거 먹으면서 협상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한 발언만 쏟아낸 것은 아니다. 2016년 6월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 당시 애틀랜타 유세 중에 "김정은과 만날 용의는 있지만 그가 미국에 와야 할 것"이라며 "미국에 오면 햄버거나 먹으면서 비핵화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당시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직접 평양에 가서 김정은과 만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서 이같이 답했다. 발언의 의도는 비아냥 성격이 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에 직접 갈 생각이 없다는 것과 만찬 대신 햄버거로 낮춘 것이다. 다만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에 불과한 신분이어서 발언의 무게감은 상대적으로 덜했다.



5. 비핵화 좋다, 만나자 vs 좋다, 5월까지 만나자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8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방북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청와대]이미지 확대
▲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8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방북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청와대]
대북 특사로 김정은을 만나고 온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곧장 미국으로 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 정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을 가능한 조기에 만나고 싶다는 뜻을 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항구적인 비핵화 달성을 위해 김 위원장과 금년 5월까지 만날 것"이라고 즉각 화답했다. 김정은이 '비핵화 의지'를 언급했고 "김 위원장은 북한이 향후 어떠한 핵 또는 미사일 실험도 자제할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정 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한 뒤였다.

핵 폭탄을 발사하느냐 마느냐 말싸움을 하던 것에서 북한이 미국에 '비핵화 의지'를 밝혔고 미국은 북한에 대화 제의 수락의 화답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북·미 대화가 북·미 정상회담으로 격상됐고, 가능성이 현실화로 진일보했다.

[김수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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