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킹쇼] 1985~2008년 방북 공연…10년만에 재개

최초입력 2018-03-20 15:53:46
최종수정 2018-03-22 00:04:10
2003년 10월 가수 이선희 씨가 평양 시민들 앞에 섰다. 류경정주영체육관 '통일음악회'에서 이씨는 대표곡인 'J에게'에 이어 '아름다운 강산'을 불렀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에너지를 북한 관객들은 숨을 죽이고 바라봤다.

남북이 예술단 공연 관련 세부 사항을 협의하기 시작했다. 2006년 남한 공연단이 방북해 공연한 이후 12년 만에 재개된 것이다. 이번 공연은 다음달 말로 예정된 남북정상회담의 사전 행사이면서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의 지난달 방남 공연에 대한 답방 행사다. 예술단 음악감독으로는 인기 가수였던 음악 프로듀서 윤상 씨가 남측 수석대표로 임명됐다. 공연단과 가수들이 방북해 펼쳤던 주요 공연 면면을 살펴봤다.



북한 평양대극장 자료화면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북한 평양대극장 자료화면 [사진=연합뉴스]
1. 첫 방북 예술단 1985년

1985년 첫 방북 공연으로 남북교류행사가 시작됐다. 당시 남북 적십자사는 1985년 5월 '8·15광복절 40년'을 계기로 이산가족 고향방문단과 예술공연단의 교환방문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위해 그해 5월 27일 서울에서 남북적십자회담의 8차 회담이 열렸으며 같은 해 8월 27일 평양에서 열린 제9차 본회담에서 양측은 '이산가족 고향방문 및 예술공연단'교환방문에 관한 합의서 문안에 양측 수석대표가 서명했다.

이후 남북고향방문단 교환방문과 함께 예술공연이 펼쳐졌다. 분단 40년 만에 처음으로 이산가족 고향방문단과 함께 예술공연단이 서울과 평양을 동시에 방문한 것이다. 남측에서는 가수 김정구, 나훈아, 김희갑, 남보원 등 50명이 평양대국장에서 공연했다. 공연은 북한 평양역 인근 2200석 규모의 평양대극장에서 현대무용, 민속무용, 민요합창, 가곡, 코미디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됐다.



1990년 12월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송년 통일전통음악회"가 열렸다. 남북 예술인들이 합동공연을 선보였으며, 마지막 곡 "우리의 소원"은 7차례 부르는 등 "통일 화음"을 이뤘다. [사진출처-e영상역사관]이미지 확대
▲ 1990년 12월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송년 통일전통음악회"가 열렸다. 남북 예술인들이 합동공연을 선보였으며, 마지막 곡 "우리의 소원"은 7차례 부르는 등 "통일 화음"을 이뤘다. [사진출처-e영상역사관]
2. 최초 민간 공연 1990년

민간 차원에서 이루어진 최초의 방북 음악회라는 범민족통일음악회는 국악 공연으로 구성됐다. 1990년 10월 18~23일 남북한 연주자가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연주했다. 남한에서는 서울전통음악연주단이라는 공연단이 꾸려졌다.

평양 2·8문화회관, 봉화예술극장 등 6개 공연장에서 열린 음악회에는 남측 가야금 연주자 황병기 씨를 단장으로 작곡가 윤이상 등이 참가했다. 서울전통음악연주단과 평양음악단이 함께 합동 연주했다. '창 내고자 창을 내고자' 같은 시조에서부터 민족 등을 노래한 곡이 연주됐으며 성악·판소리 등도 포함됐다. 남한은 평양 공연 두 달 뒤 북측 '평양민족음악단'을 서울로 초청해 '송년통일음악회'를 열었다.



3. 어린이 공연단 1998년

1998년 5월 2~12일 리틀엔젤스 공연단이 평양에서 공연을 펼쳤고 같은 해 10월 31일부터 11월 7일까지 윤이상통일음악회 평양 공연이 열렸다. 리틀엔젤스는 평양을 방문해 세 차례 공연했다. 공연은 클래식과 국악 혼합 공연으로 진행됐다. 어린이들로 구성된 공연단은 북한 만경대 학생소년궁전예술단과 함께 민요 '몽금포 타령' '우리의 소원' 등을 불러 감동적인 무대를 만들었다. 만경대학생소년궁전예술단과 '통일의 노래'를 합창했다. 2년 뒤 북한 소년예술단은 서울로 답방해 남북 어린이들은 놀이공원도 함께 구경하기도 했다. 같은 해 10월 31일~11월 7일 윤이상통일음악회 평양 공연이 열렸다.



북한봉화예술극장 자료화면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북한봉화예술극장 자료화면 [사진=연합뉴스]
4. 대중가요 시작 1999년

방송사 최초의 공연은 1999년 12월 5일 SBS의 '평화친선음악회'와 12월 22일 MBC의 '민족통일음악회'였다. 평화친선음악회에는 패티김, 태진아, 최진희, 설운도 등 중견 가수와 젝스키스, 핑클 등이 참여해 대중가요를 불렀다. 평화친선음악회는 미국과 공동 주최한 행사였다. 미국 빌 클린턴 대통령의 동생인 가수 로저 클린턴도 노래를 불렀다.

MBC는 1999년 12월22일 평양봉화예술극장에서 '민족통일음악회'를 개최했다. 남측에서 신형원 안치환 김종환 현철 민요가수 오정혜가 출연했으며 북한에서는 배우 전혜영, 리경숙 등이 출연해 군밤타령, 양산도를 부르고 발레극 돈키호테의 '집시춤'도 공연했다. 두 공연 모두 남한에서 방송됐지만 북한에는 봉화예술극장에 참석한 관객들만 관람이 가능하고 북한 전역에 방송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5. 김정일 참관 2001년

김일성 생일 행사에 초청된 김연자 씨는 2001년 4월 5~12일 평양을 방문해 단독 공연했다. 북한 방송은 두 차례 김연자 씨 평양 공연을 라디오와 TV를 통해 녹화중계했고 이후 북한 유명 예술인 대담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대담 프로그램에서 만수대예술단 지휘자 조정림 등은 "김연자 씨의 대단한 평판에 대해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듣고 있었지만 노래를 직접 듣고 보니 과연 듣던 바 그대로"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연자 씨를 두고 전통적인 민요창 법을 바탕으로 현대적인 여러 가지 창법을 잘 배합해 독특한 형상적 경지를 개척했다고 평가했다. 그해 4월 7일 평양 공연, 11일 함흥 공연이 열렸고 김정일은 함흥 공연을 관람한 후 김연자 씨에게 꽃바구니를 전달하고 만찬까지 열기도 했다.



'2002 MBC 평양특별공연 오! 코리아' 에서 윤도현밴드가 아리랑을 부르고 있다. [캡쳐=MBC]이미지 확대
▲ '2002 MBC 평양특별공연 오! 코리아' 에서 윤도현밴드가 아리랑을 부르고 있다. [캡쳐=MBC]
6 . 아이돌 가수 등장 2003년

2002년 9월에는 가수 이미자, 최진희 씨와 윤도현밴드 등이 출연한 MBC 평양특별공연이 열렸다. 이듬해인 2003년 류경정주영체육관 개관기념 통일음악회에는 조영남, 이선희, 설운도, 신화, 베이비복스 등의 가수와 바리톤 김동규 등이 출연했다.

2003년 10월 중계된 '통일음악회'는 한국 방송 사상 최초로 자체 장비와 기술진을 북한에 보내 평양에서 생방송 중계를 했다. 음악회가 열린 류경정주영체육관은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대북사업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7. 홀로아리랑 합창 2005년

올해로 데뷔 50주년이 된 가수 조용필은 2005년 8월 23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단독 콘서트 '조용필 평양 2005'를 열어 큰 호응을 얻었다. 당시 콘서트에서 노래 '홀로아리랑'을 북한 관객 대다수가 따라 부르기도 했다.

조씨는 공연 도중 "예전부터 꼭 와보고 싶었던 평양이었다"면서 "수십 년간 세계 곳곳에서 공연을 했지만 이렇게 떨리기는 처음"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당시 조씨는 '친구여' '돌아와요 부산항에' '허공' 등의 대표곡과 함께 북한 가요 '자장가' '험난한 풍파 넘어 다시 만나네' 등을 불렀다. 조씨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평양의 만수대의사당에서 만나 환담을 나눴다.



8. 마지막 방북 공연 2006년

2006년 북한 금강산 문화회관에서 윤이상평화재단 주최로 남북 음악인들이 함께하는 윤이상 기념 음악회가 열렸다. 당시 1·2부를 남북이 각각 나눠 맡는 방식으로 행사가 진행됐다. 남북 간의 대규모 합동문화행사는 이 행사가 마지막이었다.

이후 2008년 6월 금강산에서 열린 6·15 공동선언 8주년 기념 민족통일대회 공연을 끝으로 남북 간 행사는 열리지 않았다. 특히 그해 7월 금강산에서 관광객 박왕자 씨가 북한군 초병의 총에 맞아 사망하면서 남북관계는 급격히 경색됐다. 2011년 9월 서울시향 음악감독인 정명훈 지휘자가 방북해 남북합동공연을 협의했지만 방북 공연은 불발됐다. 2012년 3월 북측 '은하수관현악단'이 프랑스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과 합동연주하는 데 그쳤다.

오는 4월 예정된 평양 공연에서는 가수 조용필과 이선희 씨가 예술단과 함께 평양을 찾아 무대에 설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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