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빈 대통령 옆에서…中, 韓언론 집단폭행

[레이더P] 사진기자 2명 경호원이 무차별 구타

최초입력 2017-12-14 17:46:45
최종수정 2017-12-14 18: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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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을 수행하고 있는 한국 취재진이 중국 측 경호원에게 집단폭행을 당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14일 발생했다.

이번 사건은 문 대통령의 방중 이틀째인 이날 오전 11시께(현지시간) 베이징 국가회의중심(CNCC)에서 열린 한중 경제·무역 파트너십 행사에서 발생했다. 이 행사는 한중 기업의 경제협력 강화를 목적으로 마련된 수출 상담 행사다. 한국 기업 173개사와 중국 현지 바이어 500여 개사 등이 참여한 가운데 성대히 진행됐다.

연설과 타징 행사를 마친 문 대통령은 행사장 내 상담 부스들을 돌며 한중 기업인들과 인사를 나눴고, 한국 취재진은 문 대통령을 동행하며 현장 취재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중국 경호원들이 한국 취재진의 영상·사진 촬영을 제지하고 나섰다.

14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 국빈방문 행사를 취재하던 한국의 한 사진기자가 베이징 국가회의 중심 B홀에서 중국 측 경호 관계자에게 일방적으로 폭행 당해 쓰러져 있다. "한·중 경제·무역 파트너십 개막식 "에서 스타트업관 이동 중에 폭행당했다.[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14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 국빈방문 행사를 취재하던 한국의 한 사진기자가 베이징 국가회의 중심 B홀에서 중국 측 경호 관계자에게 일방적으로 폭행 당해 쓰러져 있다. "한·중 경제·무역 파트너십 개막식 "에서 스타트업관 이동 중에 폭행당했다.[사진=연합뉴스]
이에 한국일보 사진기자가 항의하고 나서자 중국 측 경호원이 기자의 목덜미를 잡아당겨 넘어뜨렸다. 이 기자는 충격에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한국 취재단이 이 같은 폭행 장면을 촬영하자 중국 측이 달려들어 카메라를 뺏으려 했다.

이후 문 대통령의 움직임을 따라 취재를 계속하던 한국 측 기자단을 또다시 중국 경호원들이 제지하고 나섰다. 관련 행사 취재 허가증인 취재비표를 보여줘도 막무가내였다. 이에 매일경제신문 사진부 이충우 기자가 항의하자 중국 경호원이 이 기자의 멱살을 잡고 행사장 밖으로 끌고 나갔다. 이후 15명가량의 경호원이 이 기자를 둘러싸고 집단폭행을 가했다. 주먹질에 이 기자가 바닥에 쓰러지자 중국 경호원은 이 기자의 얼굴을 발로 강타했다. 한국 취재진과 청와대 직원들이 달라붙어 이 경호원을 떼어냈다. 이 경호원은 분이 풀리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14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 국빈방문 행사를 취재하던 한국의 한 사진기자가 베이징 국가회의 중심 B홀에서 중국 측 경호 관계자에게 일방적으로 폭행 당하고 있다. "한·중 경제·무역 파트너십 개막식 "에서 스타트업관 이동 중에 폭행당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14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 국빈방문 행사를 취재하던 한국의 한 사진기자가 베이징 국가회의 중심 B홀에서 중국 측 경호 관계자에게 일방적으로 폭행 당하고 있다. "한·중 경제·무역 파트너십 개막식 "에서 스타트업관 이동 중에 폭행당했다. [사진=연합뉴스]
이 기자의 양쪽 코에선 피가 흘렀고, 오른쪽 눈두덩이가 심하게 부어올랐다. 청와대 측은 이 기자를 대통령 숙소인 댜오위타이로 옮겨 대통령 주치의가 직접 치료에 나섰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 기자가) 안구출혈이 있고, 구토와 어지럼 증세를 호소하고 있다"며 "머리 내상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베이징 내 병원으로 후송해 MRI와 CT 촬영을 했다"고 밝혔다.

이번 폭행 과정에서 청와대 경호팀의 대응도 문제로 지적됐다. 한국 취재진이 중국 경호원들에게 집단 구타를 당하고 있는데 청와대 경호팀은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 중국 측 경호원들을 뜯어 말리던 청와대 직원이 "한국 경호팀 도와주세요"라며 수차례 외쳤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중국 측 경호원들은 이 직원 마저 목덜미를 잡고 뒤로 넘어뜨렸다.

이 같은 폭행은 모두 3분여에 걸쳐 이뤄졌지만,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경호팀은 오지 않았다. 경호팀 측은 "적은 경호인력이 투입돼 대통령 경호에만 인원을 집중 투입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노무현·이명박·박근혜정부 등 역대 한국정부들이 중국과 정상회담을 할 때 늘 중국측의 거친 보안정책은 문제가 돼 왔다. 그러나 그 어느 정권에서도 청와대 경호실은 중국경호원들이 우리 대통령이나 수행단에게 위해를 가하는 상황을 외교적 마찰없이 효과적으로 제압해 온 전례가 많다. 이에따라 이번 사태는 경호실 차원이 아니라 문재인정부 청와대 전체가 긴장감이 많이 떨어지고 영이 서지않는 상황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 측은 이번 폭행사건과 관련해 "한국 취재진을 폭행한 인물은 중국 공안 소속이 아닌 사설 경호업체 직원인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번 행사를 주최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가 현지 보안업체와 경호계약을 맺고 현장에 190여명을 경호원들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코트라는 비용을 지불할 뿐, 이번 행사에 투입될 보안업체를 지정하고 지휘하는 주체는 중국 공안인 것으로 파악됐다. 코트라 계약 직원이라 중국 측에 책임이 없다고 얘기할 순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날 저녁 열린 한중정상회담에선 이번 한국 취재진 집단구타 사건이 전혀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영찬 수석은 "정상 간 논의할 사안은 아니다"면서 "지휘 책임과 폭행 책임 문제는 일단 분리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국 정부는 일단 외교부가 나서 중국 측에 항의했고, 진상파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직접 나서 엄정한 조사에 나설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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