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고위급 대화" 北 "평창 실무 논의"…남북대화 정중동

최초입력 2018-01-04 18:05:05
최종수정 2018-01-04 18:08:41
남과 북은 판문점 연락채널(남북 직통전화) 재개 다음날인 4일 남북 대화 재개를 앞두고 회담 전략을 암중모색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남북은 이틀째 통화를 가졌지만 북측은 오는 9일 판문점에서 고위급 회담을 열자는 한국의 제안에 대해 이렇다 할 명시적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통일부 핵심 간부들도 별다른 일정을 잡지 않고 부내에서 대응책을 고심하며 '정중동' 행보를 보였다.

지난 3일 "(평창올림픽) 대표단 파견과 관련한 실무적 문제를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것에 주목해 대화 의제를 '평창올림픽 참가 문제'로 한정하고 회담 대표의 격도 하향 조정해 속도를 조절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다. 남북이 판문점 연락채널 개시 시간을 두고 조율이 덜 된 모습을 노출해 향후 회담 재개 논의가 만만치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통일부는 이날 "오전 9시 30분 북측에서 먼저 연락이 와서 남북 연락관이 판문점 채널 개시 통화를 하고 회선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오전 통화에서 우리 측이 '알려줄 내용이 있느냐'고 묻자 북측은 '없다. 알려줄 내용이 있으면 통보하겠다'고 언급한 뒤 통화를 마쳤다고 전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대화와 관련해 남북 간 구체적 사항이 진행되는 것은 아직 없다"면서 "앞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의 고위급 회담 제안 외에 우리 입장을 전달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어떤 회담이 열리게 될지 북측의 반응을 지켜보면서 내부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최종적으로 결정되는) 회담의 성격, 의제 등을 고려해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대표단을 꾸린 그간의 관례를 참고하며 대표단을 구성할 것"이라고 전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조명균 통일부 장관[사진=연합뉴스]
통일부 안팎에서는 남북 고위급 회담이 성사되면 남측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북측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이 수석대표로 머리를 맞댈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앞서 북측은 대남기구인 조평통이 노동당 외곽기구여서 회담 때마다 수석대표의 격과 급 문제가 불거지는 폐단을 해결하기 위해 이를 '국가기구화'해 남측 통일부와 급을 맞췄다.

정부 관계자는 "일단 평창올림픽과 관련해서는 다소 실무적 수준의 대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평창 이후 남과 북이 제기할 여러 문제를 책임 있게 논의하기 위해서는 후속 회담에서 조 장관과 북측 리 위원장이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이례적으로 △노동당 통일전선부 △조평통 △국가체육지도위원회를 지정해 남북 대화 관련 실무를 지시한 만큼 향후 북한 측 당·정·군 주요 대남조직이 다양한 급에서 적극적 회담 공세를 펼칠 여지도 있다. 한편 조평통의 리선권 위원장은 북한의 대표적 대남기구인 조평통의 수장으로 오래전부터 남북회담 일선에 모습을 보여왔다. 그는 2000년대부터 남북 장성급·실무급 군사 회담에 북측 대표를 맡았다.

한편 북한의 유화 제스처를 일방적으로 환영하는 한국 정부에 대해 미국이 불편한 속내를 숨기지 않고 있다.

카티나 애덤스 미국 국무부 동아태 담당 대변인은 3일(현지시간) 판문점 연락채널 복원과 관련해 "자세한 상황은 한국 정부에 문의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 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남북 관계 개선은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과 통화하면서 배경을 설명했다고는 하지만 이는 협의가 아니라 통보에 가깝다는 것이 미국 측의 시각이다. 애덤스 대변인은 "과거 문재인 대통령도 말했다시피 남북 관계 진전은 북한 핵 프로그램 해결과 별도로 진전될 수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진명 기자/김성훈 기자/강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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