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회담 합의후 본격 기싸움…백악관 "구체적 행동 있어야"

최초입력 2018-03-11 15:00:24
최종수정 2018-03-11 17:59:09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8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방북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청와대]이미지 확대
▲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8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방북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청와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특사단과 만난 이후 9~10일(현지시간) 이틀 동안 각종 연설과 트위터를 통해 "세계를 위한 최고의 거래를 할 수도 있다" "합의가 완성되면 세계에 좋은 일이 될 것" "미사일을 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킬 것" 등의 발언을 했다. 북·미 회담에 대한 강한 기대감을 나타내는 한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메시지에 상당한 진정성을 부여하고 있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의사에서 진정성을 발견한 배경에는 공개되지 않은 김 위원장의 특별 메시지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특사단이 전한 특별 메시지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알려지지 않았으나 북·미 회담 제안이 대북제재를 완화하거나 핵·미사일 개발을 위한 시간 벌기용이 아니라는 점을 뒷받침하는 내용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정상 간에 주고받은 것을 다 공개할 수는 없다"면서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으나 "매우 포괄적인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특사단 보고 당시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북·미 회담에 대해 우려 섞인 반응을 보였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말을 끊고 "예스"라며 즉석에서 북·미 회담을 수락한 것은 김 위원장의 메시지에 담긴 진정성을 감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사단으로 하여금 즉각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북·미 회담 수락 사실을 발표하라고 지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백악관과 국무부 등은 북·미 회담을 위한 후속 조치 마련에 착수했다. 북·미 대화를 책임지고 추진할 인사를 물색하기 시작했으며, 회담을 구체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실무단 또는 대북특사단 구성 여부에 대한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김 위원장의 진정성은 어느 정도 확인했지만 자칫 변심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북·미 회담과 관련해 9일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의한 구체적인 조치와 구체적인 행동을 보지 않으면 그러한 만남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북·미 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한 정지작업으로 해석된다. 북·미 회담의 성공 여부는 비핵화와 관련한 일종의 결과물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북한으로부터 구체적인 행동을 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샌더스 대변인은 "대통령은 북한으로부터 실질적인 무언가를 얻을 것"이라며 "구체적이고 검증할 수 있는 행동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이 같은 메시지는 특히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을 중단하겠다고 언급한 만큼 북·미 정상회담 이전에 핵실험 또는 미사일 도발이 발생한다면 정상회담이 불발될 수 있다는 경고의 성격도 띠고 있다.

샌더스 대변인은 또 "우리가 아는 것은 최대의 압박 작전이 분명히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이라며 최종 비핵화가 달성될 때까지 제재와 압박을 완화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재확인했다. 그는 "우리는 최대의 압박 작전이 느슨해지지 않게 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물러서거나 그 작전에 어떤 변화도 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 메시지와는 거리가 있는 백악관의 이 같은 발표는 갑작스러운 북·미 회담 결정과 관련해 실제 회담을 준비해야 하는 실무진으로서 취할 수 있는 속도 조절의 일환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즉각적인 북·미 회담 수용에 대해 우려와 신중론이 제기된다.

클린턴 정부 시절 유엔 주재 미국대사였던 빌 리처드슨은 북·미 정상회담을 '도박'이라고 표현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함정에 빠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네드 프라이스 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이번 회담이 미국의 이익을 증진하는 폭넓은 전략 없이 진행되면 김정은을 위한 선전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북·미 정상회담이 자칫 김 위원장의 국제적 위상을 미국 대통령급으로 격상시켜 줄 뿐 실질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짐 스타인버그 전 국무부 부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치밀하게 계산된 전략을 갖고 있는지, 아니면 단순한 자신감과 호기인지 알 수 없다"고 우려했다.

[워싱턴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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