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만난 김정은…북한에서 1박 2일 기차타고 베이징으로

최초입력 2018-03-27 20:57:33
최종수정 2018-03-27 21:07:03
북한 최고위급 인사가 탄 것으로 보이는 차량 행렬이 27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의 베이징역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
▲ 북한 최고위급 인사가 탄 것으로 보이는 차량 행렬이 27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의 베이징역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26일 베이징을 전격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5월 미·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중국의 지지를 유도하면서 미국과 회담할 때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 한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27일 국내 정치권과 베이징 소식통은 "김정은 위원장이 베이징을 방문해 시 주석을 비롯한 상무위원들과 회동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도 이날 매일경제와 통화하면서 "외교안보 당국은 '김정은 위원장이 움직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있다"고 밝혔다.
반면 중국 정부는 이번에 방중한 북한 최고위급 인사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공식 확인을 거부했다. 일본 산케이신문도 27일 호외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이 베이징을 방문해 복수의 중국 공산당 지도자와 회담했다고 중국 공산당 당국자가 밝혔다"고 보도했다. 산케이신문은 이어 "북한과 중국은 올해 초부터 김 위원장 방중 시기를 조율해왔다"며 "중국 측에서는 북한의 핵 포기를 방중 조건으로 제시해왔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김정은 여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김정은의 특사 자격으로 방중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하고 있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27일 "25일 밤 단둥 기차역을 통과한 특별열차가 26일 오후 3시께 베이징역에 도착했다"며 "북한 최고위급 인사는 26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중국 최고지도부와 3시간가량 회담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회담장에 시 주석이 참석했는지는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중국 전직 외교 당국자는 "미·북 대화가 한 달 남짓 남은 중대한 상황에서 북한 최고위급 인사가 중국을 방문한 것은 사안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코너에 몰린 북한이 한국에 이어 중국의 지지를 받은 후 미·북 협상을 준비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 역시 "현재 미·중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황에서 북한이 이 틈을 타 중국과 관계 개선에 나서면서 대북 제재 완화와 대북 원조 등을 요구했을 수 있다"며 "중국으로서는 북한 측 요청을 받아들여 한반도 정세의 주도권을 다시 쥘 수 있다는 차원에서 '차이나 패싱' 우려를 잠재울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은으로 추정되는 북한 최고위급 인사는 2011년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방중 행보를 그대로 답습했다. 26일 북한 특별열차를 타고 방중한 사실이나 27일 오전 중국판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중관춘'을 방문한 것은 김정일 전 위원장이 7년 전 중국을 방문했을 당시와 똑같다.

중국 공안과 무장경찰은 25일부터 북한 최고위급 인사 동선에 따라 삼엄한 경비 태세에 돌입했다. 전날 북한 인사가 방문했던 인민대회당과 하룻밤을 묵었던 댜오위타이(18호각) 인근 도로가 전면 통제됐고, 취재 역시 봉쇄됐다. 중국 당국은 앞서 25일 전 매체에 '북한 관련 보도를 하지 말라'는 지령을 내렸고,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등 SNS에는 김정은을 지칭하는 '진싼팡(김씨 일가 3대 뚱보)' 등 단어 검색이 차단됐다. 한편 북한 최고위급 인사는 27일 오후 3시께(현지시간) 베이징역에서 귀국행 특별열차를 탄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 언론들은 한국 시간 26일 저녁부터 27일 저녁까지 1박2일 동안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방중을 놓고 온갖 설들을 쏟아냈다. 그만큼 김 위원장의 방중은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한국 정부와 전문가들도 김 위원장 방중과 관련해 27일 하루 동안 서로 다른 예측을 내놔 혼선을 빚었다. 북한 최고위급 방중설은 김 위원장이 26일 베이징을 방문했다는 블룸버그 보도에서 시작됐다. 블룸버그 보도 이후 북측 고위급 인사들이 대거 탑승한 열차가 전날 밤 11시쯤 북·중 접경 지역인 단둥역을 통과했다는 증언이 나오기 시작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열차가 중국을 지나가는 장면이라는 설명이 붙은 동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현재 관련 동영상은 웨이보에서 북한을 의미하는 '조선' 검색이 제한됨에 따라 사실상 삭제됐다. 중국 관영, 민간 매체도 모두 관련 보도를 내놓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중국 공산당의 사상선전을 담당하는 중앙선전부가 26일 오전 북한에 대한 보도를 하지 않도록 각 언론에 구두 통지했다"고 전했다.

27일 일본 산케이신문은 방중 인사가 김정은이라고 호외를 발간하며 보도했다. 산케이는 익명의 중국공산당 당국자를 인용해 "북한과 중국은 올해 초부터 김 위원장 방중 시기 등에 대해 협의해왔다"며 중국 측이 북한이 핵 포기에 임하는 자세를 나타내는 것을 방중 조건으로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국내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 최고위급 인물이 방중했다는 데는 일치된 목소리를 냈지만 방중 인사의 정체에 대해서는 27일 하루 동안 엇갈린 의견을 보였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김정일을 제외한 북한 고위 인사들이 과거에 김정일이 이용하던 특별열차를 이용해 중국을 방문한 적은 없다"며 "김여정 부부장이나 최룡해 상무위원이 방중한다면 굳이 특별열차를 이용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번에 방중한 고위급 인사에 대한 의전 수준이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방중 인사가 김 위원장일 가능성을 낮게 봤다. 양 교수는 "남북, 미·북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은이 직접 중국을 방문해 중국 측과 비핵화 등을 미리 얘기하는 것은 트럼프 물먹이기"라며 "남북, 미·북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설명할 고위급 특사단이나 시진핑 주석 연임을 축하하는 사절단을 보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베이징을 방문한 북한 고위급 인사가 누구인지는 우리 정보당국도 언급을 피했다.

[베이징 김대기 특파원 / 서울 오수현·홍혜진 기자]

[ⓒ 매경미디어그룹,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