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주석과 단독면담 박병석 "중, 北비핵화 의지 강해"

[레이더P] 양제츠·왕이 배석

최초입력 2017-05-17 17:12:09
최종수정 2017-05-17 18: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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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4일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 참석한 박병석 한국대표단 단장(더불어민주당 의원)과 10여 분간 전격 면담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인생 역정과 정치 경로가 자신과 많은 공통점이 있다. 한중 관계를 고도로 중시하고 미래를 기대한다"며 강한 호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자리에는 중국 외교분야 핵심 인사인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왕이 외교부장이 배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만큼 중국이 문재인정부 출범을 계기로 냉랭한 양국 관계의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 한국 정부대표단을 이끌고 방중한 더불어 민주당 박병석 의원이 16일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 방중 성과에 대해 취재진에게 설명한 뒤 공항을 나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
▲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 한국 정부대표단을 이끌고 방중한 더불어 민주당 박병석 의원이 16일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 방중 성과에 대해 취재진에게 설명한 뒤 공항을 나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박 의원은 17일 이 같은 방중 결과를 설명했다. 박 의원은 "내 정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고 생각해 한숨도 잘 수 없었다"며 "최악의 한중 관계 속에서 출발한 문재인정부 첫 외교단이라는 부담이 컸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국은 박 의원 출국 전 시 주석과 면담을 약속하지 않았다. 개막 직전 대표단 참석이 결정돼 사실상 모든 의전 절차가 완료된 상태였다. 양국간 모종의 밀고당기기 끝에 만남이 성사되었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시 주석이 포럼에 참석한 29개국 정상과 정부 수반 가운데 한국대표단만 별도로 만난 것은 이례적이다. 또 박 의원과의 면담에 양제츠 국무위원과 왕이 외교부장을 배석시킨 것은 한국대표단에 최고 예우를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양제츠·왕이가 배석했다는 사실은 박 의원에게 뒤늦게 들었다"며 "한중 관계가 전환점을 맞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이 문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를 집약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시 주석과 통역 없이 중국말로 대화하며 한중 관계와 사드 배치에 대한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시 주석은 "어떻게 이렇게 중국말을 잘하십니까"라며 박 의원의 중국어 실력에 감탄을 표하기도 했다.

외교소식통은 현지에서 박 의원과 시 주석의 면담 사실이 알려지자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 고위 당국자들이 두 사람의 대화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웠다"고 귀띔했다. 최악으로 치달았던 한중 관계에 밀월이 형성되자 주변국의 호기심과 경계심이 발동했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시 주석 면담과 별도로 양제츠 국무위원과도 회담을 했다. 박 의원은 "한반도에 전쟁은 절대로 없어야 하며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을 배제(코리아 패싱)한 논의는 절대로 안 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에 양제츠 국무위원이 "한국과 미국이 중국을 배제한 채 차이나 패싱으로 사드를 배치한 것 아니냐"며 팽팽히 맞서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박 의원은 양제츠의 전임자인 탕자쉬안 전 외교담당 국무위원과도 오찬을 했다. 박 의원이 탕자쉬안 전 국무위원에게 사드 보복 중단을 요청하자 탕자쉬안은 "민심은 정치라는 배를 띄울 수도 있고 가라앉게 할 수도 있다"며 중국의 민심을 고려해달라고 말했고 박 의원이 "정치가는 그 민심이 미래를 향하게 해야 한다"고 답하며 양국 간 주고받기가 이뤄졌다.

다만 박 의원은 사드와 별도로 "중국 최고위급 인사들에게서 북한 비핵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느꼈다"며 "기존의 한반도 안정 대신 비핵화에 대한 중국의 의지가 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시 주석과 면담하기 전에 김영재 북한 대외경제상을 잠깐 만나 미사일 발사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전했다. 이에 김영재 대외경제상은 "우리의 군사훈련이고 미국의 위협을 막기 위해서는 해야 하는 실험"이라고 항변했다고 한다. 또한 남북 대표단은 북핵 문제 해결 등 여건에 따라 대화도 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두고 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 남북 간 대화의 가능성이 보였다"고만 전했다.

박 의원은 일본 대표단으로 중국을 찾은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단과도 비공개 면담을 하고 한일 양국 관계 발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문재인정부의 첫 외교사절단으로 중국을 찾아가 한중, 한일, 남북 등과의 대화를 통해 입장을 확인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전날 저녁 박 의원으로부터 방중 대표단 결과 보고를 받고 난 뒤 박수를 치면서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문 대통령은 방중 결과를 좋아하셨으나 사드와 한중 관계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시기도 했다"며 "한중 관계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다. 정부 역시 모든 상황을 고려하며 신중히 접근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강계만 기자 /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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